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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나 Jul 11. 2021

<주택살이 꿈나무> 건축하며 알게 된 불편한 지식

땅을 사고 설계를 하고 집을 짓기까지 7개월째, 맨 땅에 헤딩하고 억 단위 돈이 오고 가며 비싸고 불편하게 배운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저희는 이 집 하나로 건축을 끝낼 생각이 없기에, 비싼 돈 들여 지식을 얻었다고 생각하기로 했지요.

그래서 우리가 나중에 기억하기 위해, 또 다른 분들이 우리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몇 가지를 정리해보기로 했어요.



1. 지인 소개받지 않을 것


이건 소개팅과 비슷한 개념 같습니다.

소개팅 주선이 어려운 이유는, 주선을 해주고도 좋지 못한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소개를 받고 나서 소개자들끼리 불만이 생겼을 때 주선자를 생각해서 쓴소리를 하기가 상당히 불편해집니다.


첫 번째 불만은 반말이었습니다. 소개받은 업체 사장님이 아버지 지인이었기 때문에 연배가 한참 위이신 분이셨습니다. 그래서인지 만난 첫날부터 반말을 툭툭 하셨어요.

저는 반말은 말이 쉽게 나오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로 엮인 사람들일수록 서로 존중을 위해 존대는 무조건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거기서 깨지기 시작하니 역시나 하고 싶은 말을 편하게 하시더라고요.


‘아이고- 신경 쓰지 마라. 스트레스받으려고 한다. 내가 잘해줄게.’


문제 상황을 짚으려 전화를 두세 통 걸었더니 들려온 말이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전재산 끌어모은 억 단위 돈이 오고 가는데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계속된 확인은 호구가 아닌 이상에야 당연하다고 생각했기에, 참 당황스러운 발언이었어요.


2. 예산은 120~130% 정도는 확보해 둘 것.


건축에 얼마, 인테리어에 얼마, 세금에 얼마. 정도로 딱 맞게 계산해놓으면 안 됩니다. 분명히 예기치 못한 돈 들어갈 일이 생겨요.


공사하는데 뭔가 걸림돌이 생겼다거나, 짓다 보니 뭔가 추가로 더 해야 할 것이 생겼다거나, 예상치 못한 세금을 내게 된다든가, 마을에서 요구하는 텃세 금? 이 생긴다거나 하는 일들이요.


저희도 그런 일 없을 거다~ 생각하고 시작했더니 예산이 지금 살짝 쪼들리고 있습니다.


3. 기본적인 지식은 공부해야.


<지성아빠의 나눔세상> 이라는 카페가 있습니다.


귀촌 귀농에 대한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초반에는 여기 들락거리며 정보를 많이 얻었던 것 같아요.​

어차피 건축은 시공사와 설계사가!


라고 생각하고 돈으로 해결하려다 보면 중간에 힘들어집니다.

왜냐하면, 전문가분들은 자기도 모르게 전문용어들을 사용해서 건축주와 소통을 해요.

익숙한 건축용어로 소통을 하시다 보니 우리 쪽에서는 말을 못 알아듣고 대화 중간에 ‘근데 ㅇㅇ가 무슨 말이에요?’ 하며 대화가 끊어지기 쉽습니다.


그게 반복되면 일하시는 분들도 건축주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대충 우리 선에서 알아서-라고 생각하고 일을 할 수 있어요.


그러다 보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확률 100%입니다.


4. 구두전달은 믿지 말 것.


모든 대화 기록은 저장해야 합니다. 시공사든 설계사든 나중에 자기 편한 쪽으로 딴소리할 수 있거든요. 또한 전달할 때 구두로 전달하게 되면 상대방이 다르게 이해할 확률도 아주 높습니다.

저는 통화할 때 모든 통화내역이 녹음되도록 설정해두었어요.


시공사에 도면을 전달해 주어도 애매한 일이 생기면 전화로 바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또 그렇게 하고 나중에 자기가 언제 그렇게 하기로 했냐고 잡아떼는 일도 있습니다.


저희가 그랬거든요.. 분명 콘크리트로 하기로 한 부분에 조적으로 벽을 한다고 비워놔서 전화해서 물어보니, 자기는 대화한 적 없다고 했어요. 그땐 마주 보고 얘기해서 통화기록이 없었는데 녹음기도 켜놓고 다녀야 했었나 봐요.

또 구두로 전달하면 내 말을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태반이라 나중에 자료를 다시 만들어 주어야 하는 일이 생겨요. 그래서 애초에 확실히 알아볼 수 있는 자료로 전달하는 게 좋은 듯합니다.


스케치업을 활용해서 직접 보여주는 것도 좋고

저처럼 파워포인트를 활용해서 도면을 그려 주는 방식도 있어요.

또는 핀터레스트에서 관련된 시각자료를 보여주는 것도요.


5. 업체 분산의 단점


저희는 설계사무소, 시공사, 창문 업체, 전기업체, 인테리어 업체에 제각각 의뢰했습니다.

사실 인테리어 하던 곳에서 한 번에 하고 싶었는데, 아버님의 소개로 싸게 할 수 있다는 말에 혹해서요.​


그랬더니 설계사-시공사 간에, 시공사-창문 업체, 전기업체 간에, 전기업체와 창문 업체, 시공사-인테리어 업체 간에 모든 소통과 중재를 저희가 도맡았습니다. 이 부분 참 힘들었어요.

업체 간 서로 요구하는 게 있었지만 다른 업체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기는 싫어했거든요.


자기 편한 대로 일하고 싶어 하는 현장 아저씨들 상대로 중재하는 건… 진짜 다시는 안 하고 싶습니다.


6. 싼 게 비지떡, 증명된 곳에서 조금 더 주고 하는 게 낫다.


자재를 저렴하게 가져올 수 있다는 말에 소개받고 등 떠밀려 컨택했는데, 하지 말란 건 하고 있고 하란 건 안되어있고. 참.. 여러모로 스트레스받았어요.


자신이 하는 일에 프라이드를 갖고 공사가 끝나고 나면 시공과정과 결과물로 홍보를 하는 그런 곳에서 하는 게, 조금 더 비싸도 마음이 편할 듯합니다.


인테리어 업체가 그런 곳이었던 것 같아요. 건축 중에 실측한다고 오셔서는 저희가 눈치채지 못한 문제점 짚어주셔서 중간에 잡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하는 모양들을 보니 받은 일 빨리 해치우고 대신 비용이 싸지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7. 계속해서 의심할 것.


돈 주고 하는 일이라고 업체에서 성심성의껏 진심을 다해 전문가처럼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진짜 오산입니다.


내가 계속 공정마다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보고 왜 내가 유튜브에서 본 것과 다르게 하는 거지? 하는 의심들을 해야 해요.


그러고 나서 찾아보고, 정 이상하다 싶으면 공사 담당자에게 물어보는 거죠. 그렇게 해서 의심하다 보면 내가 생각한 방향대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

결론, 집 잘 짓는 건축주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



장마만 끝나면 열흘 내로 인테리어 들어갈 수 있다고 하네요

빨리 끝내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재미도 있지만 약간 지긋지긋한 느낌도 없잖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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