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가는 얼굴 속에서 읽어본 아내와의 상상
1. 거리 위 사람들
거리를 걷다 보면 수많은 사람이 제 앞을 스쳐 지나갑니다. 회사원 차림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기는 사람, 학교 가방을 멘 채 친구와 장난을 치며 걷는 학생, 장바구니를 들고 무겁게 발걸음을 옮기는 어르신.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아내와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저 사람은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을까", "마음속에는 어떤 고민을 할까". 다들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고, 각자의 삶을 가진 사람들일 텐데, 저에게는 길거리 위에서 단지 몇 초간 스쳐 지나간 얼굴로만 남는 게 신기합니다. 그 순간마다 아내와 저는 그 사람들의 우주를 상상해봅니다. 분명 저마다의 서사가 있을 것이고, 그 이야기는 제가 알 수 없는 결로 이어지고 있을 테니까요.
2. 아내와의 대화
아내와 저는 종종 이런 궁금증을 함께 나누곤 하는데요. 제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떠올린다면, 아내는 최근 들어 그들이 사는 집이 어떨지 궁금해합니다. 창문 사이로 보이는 불빛을 보며 “저 집 안에는 어떤 가구들이 있을까? 구조는 어떻게 돼있을까?” 하고 묻지요.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아내는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듯 사소한 풍경 속에서도 이런 질문을 꺼냅니다. 저도 그때마다 함께 궁금해하곤 하죠. 이처럼 제 호기심과 아내의 호기심은 방향은 달라도 결국 닮아 있습니다. 저는 사람의 마음이 궁금하고, 아내는 사람의 공간이 궁금한 것. 그래서 우리는 스쳐가는 사람과 공간들을 두고도 오래 대화를 이어갑니다.
3. 집이라는 또 다른 풍경
해외 여행을 갔을 때도 아내의 시선은 늘 집 안을 향했습니다. 도쿄의 오래된 골목을 걸을 때도 특이한 구조의 집을 가리키며 “안에는 어떤 분위기일까?”, “일본 사람들은 어떤 가구 배치를 할까?”라는 질문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마다 낯선 도시의 공기를 느끼며, 아내의 물음을 통해 또 다른 상상을 보탰습니다.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같은 질문들 말이죠. 저는 사람들의 마음과 경험이 궁금하고, 아내는 거기에 더해 그들의 집과 생활이 궁금합니다. 시선은 다르지만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게 하나의 도시와 문화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해주며 한결 더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4. 길 위에서 떠오르는 질문
주말에 교외로 드라이브를 갔다가 돌아오는 길, 끝없이 늘어진 차량 속에서도 궁금증이 시작됩니다. 창밖을 보니 옆 차에는 아이들이 피곤에 겨워 잠든 모습이 보이고, 뒷좌석에는 누군가 휴대폰 화면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저 사람들은 어디를 다녀오는 걸까?” 생각을 합니다. 가족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일 수도 있고, 부모님을 뵙고 오는 길일 수도 있겠지요. 누군가는 주말에도 출근해 돌아가는 걸 수도 있습니다. 모두가 같은 길 위에 있지만 사실은 모두가 다른 세계를 품고 있는 셈이죠.
5. 모든 사람의 우주
사람 한 명 한 명은 다 저와 아내처럼 자신만의 경험을 쌓아온 존재입니다. 크고 작은 기쁨과 슬픔, 수많은 선택과 결과가 모여 각자의 우주를 이루고 있을 테지요. 어떤 우주는 넓고 환하게 빛나고, 어떤 우주는 작지만 고요하게 빛납니다. 때로는 그 우주가 서로 교차하며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또 어떤 우주는 영영 만나지 못한 채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합니다. 차 밖에서 스쳐간 얼굴 하나에도 그런 우주가 숨어 있다고 생각하면 세상은 훨씬 더 복잡하고 풍성하게 다가옵니다.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사람을 함부로 단정할 수 없다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교훈을 다시 확인합니다.
6. 궁금함이 주는 힘
아내와 제가 나누는 이런 궁금증은 어쩌면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드는 습관일지도 모릅니다. 답을 알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상상해보는 과정 자체가 우리 대화를 더 깊게 만들고 시선을 넓혀주니까요. 아내의 인테리어 질문은 단순히 취향을 묻는 게 아니라, 결국 다른 사람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려는 마음으로 이어집니다. 저의 궁금증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상상하는 일은 곧 그들을 이해해보려는 작은 시도이니까요. 궁금해한다는 건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고, 관심은 결국 연결의 시작이 됩니다.
7. 함께하는 호기심
이런 대화는 결국 저희 부부를 더 단단히 이어줍니다. 저의 질문과 아내의 질문은 서로 다른 것 같지만, 누군가의 삶을 존중하고 이해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같죠. 길 위에서 스쳐간 사람을 보며, 해외의 창문 불빛을 보며, 혹은 교외의 차량 행렬 속에서 우리는 늘 이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상상에서만 그치지만, 그 상상을 통해 얻게 되는 따뜻한 시선은 우리 삶을 조금 더 다정하게 만들어 줍니다.
fin. 궁금함으로 이어진 우리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볼 때 단순히 낯선 얼굴로만 보지 않습니다. 그 뒤에 이어지는 수많은 이야기를 상상하고, 아내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립니다. 답을 얻지 못하는 궁금증이지만,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누군가의 삶을 존중하려는 태도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더 깊이 바라보는 작은 창문이 되니까요. 결국 저와 아내의 호기심은 세상을 넓히는 또 다른 방식이며, 우리 부부가 함께 세상을 배워가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