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거에요"...사소한 물건에 담긴 기억과 추억블록들
1. 물건을 마주할 때마다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합니다. 안좋은 버릇이라 볼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달까요. 책상 위, 서랍 속, 옷장에 수년째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여행지에서 무심코 집어든 기념품, 갓챠에서 뽑은 못생긴 피규어, 입지 않는 티셔츠까지. 보기에 단순히 쌓여 있는 잡동사니일 수 있지만 제 눈에는 모두 그 당시의 분위기와 혼이 스며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건을 바라보면 지금까지 그 물건과 쌓아온 기억들이 누적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의 표정과 대화, 사소한 냄새까지 되살아나는 기분이죠. 그래서 버리기보다는 차라리 쌓아두는 쪽을 택합니다. 그 물건이 더 쓸모가 없어도 그 순간의 기억을 보존하고 싶어서요.
2. 버리지 않는 게 아니라 아끼는 거에요
사람들은 정리를 잘하려면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집이 넓어지고 마음도 생각도 가벼워진다고 조언하지요. 하지만 저에겐 조금 어려운 일입니다. 물건 하나하나가 제 마음과 이어져 있는 느낌이 든달까요. 오래된 옷을 버리려다 멈추는 건, 그 안에 담긴 체온과 추억을 지우는 것 같습니다. 신발을 버리지 못하는 건, 수많은 길을 함께 걸었던 제 발자국까지 버리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주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물건을 버리지 못한다는 건, 그 시절의 나 자신을 함부로 지우지 못하는 마음과 닮아 있습니다.
3. 물건이 가진 이야기
가끔 집 안을 가만히 둘러보면 모든 물건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가방에는 직장에서 고군분투한 나날의 기억들이 남아있고, 인형에는 아내와 함께 만들어낸 추억블록들이 담겨 있습니다. 무심히 자리한 책 한 권을 펼치면 접혀있는 종이 부분에서 당시의 고민이 다시 피어오릅니다. 심지어 다 쓴 볼펜조차도 시험공부로 지친 새벽을 떠올리게 합니다. 물건은 말을 하지 않지만, 꺼내들 때마다 그 시절의 감정과 시간은 조용히 돌아옵니다. 그래서 제게 물건은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기억을 불러오는 장치이고 살아 있는 작은 타임캡슐입니다.
4. 사소한 물건의 무게
신기하게도 비싼 물건보다 사소한 것들이 오히려 더 버리기 어렵습니다. 몇 천 원 주고 산 영화 티켓 한 장이지만, 아내와 함께한 추억이 담겨 있습니다. 작은 가게에서 뽑아낸 브랜드철학 종이에는 주인의 단단한 사상이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내가 오사카에서 만들어준 드래곤퀘스트 주화에는 함께한 그날의 여행이 묻어있죠. 그 사소한 물건들이 저를 붙잡는 건, 그것들이 단순한 종이나 쇳조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의 기억과 감정이 덧입혀져 그때마다 저를 저답게 만들어줍니다. 저는 그 가벼운 무게가 저를 만들어주는 멋진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5. 혼이 깃든 풍경
오래된 물건일수록 저와 함께한 추억이 누적된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 버리기 어려워지죠. 오래 곁에 두고 자주 바라보고 손에 쥐던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그것은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저의 삶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존재가 됩니다. 집 안 구석에 놓인 오래된 물건들이 가끔 답답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위로해주기도 합니다. 제 곁에서 함께 낡아가고 시간이 흐르며 저와 같은 주름이 새겨집니다. 물건 속에 남은 혼이 오히려 제 삶을 든든하게 지탱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6. 버리지 못하는 마음
정리를 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서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건 저의 불완전함과도 연결됩니다. 새로운 것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오래된 것을 떠나보내야 하지만 그때마다 망설입니다. 버리지 못해 쌓여가는 물건들은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어하는 제 마음 속 생각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만들어졌고, 그 시간들이 모여 지금의 제가 되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물건을 붙잡는다는 건 시간이 조금이라도 천천히 갔으면 하는 제 마음의 표현일지도 모릅니다.
7. 못 버린 물건들의 사연
최근 아내와 함께 간 연희동에서 ‘난생 처음 보는 고양이 갓차’에서 뽑은 고양이 사진스티커가 있는데요. 작은 종이 조각이지만 그 순간의 웃음과 설렘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또 농구할 때 끼던 팔토시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제는 해지고 기능이 다했지만 그 안에는 코트 위에서 흘린 땀과 제 나름의 농구 실력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게임기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닌텐도 스위치2가 나와서 스위치에서 데이터를 이식할 때 그 순간 저는 그간 플레이해온 모든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아마 머나먼 미래의 후속 게임기가 계속 나오더라도, 저에게 가장 친한 친구로 남아준 게임기들은 오랫동안 함께할 거 같습니다. 그때의 제 모습과 함께 나눴던 시간을 붙잡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작은 물건들이 제게는 여전히 소중한 풍경으로 남아 있습니다.
fin. 버리지 못한 물건들의 의미
저는 아마 앞으로도 쉽게 물건을 버리지 못할 겁니다. 사소한 티켓부터 우연히 만난 전단지들, 작은 스티커와 해진 팔토시, 그리고 구형 게임기들까지, 그것들이 가진 이야기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정리하는 날이 오더라도 그 순간 잠시라도 물건들을 다시 바라보며 그 안에 담긴 시간들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결국 물건에 깃든 혼은 제 삶의 일부이고 그 기억들이 모여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버려지지 못한 물건들은 그래서 여전히 제 곁에서 조용히 삶을 풍성하게 채워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