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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미인 앨리 Oct 06. 2022

나도 내가 무서워!

<< 뛰뛰빵빵 >>

나에게는 자격증이 많다.

결혼, 출산 그리고 아이 양육으로 힘들었지만  싶었다. 전문적인 기술이 없었고 경력직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잠깐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아이 양육에 도움이 되며 나도 즐겁게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보니 생각보다 많았다.

그 결과 동화 구연을 시작으로 종이접기, NIE, 독서지도사 등 10가지 정도 민간자격증을 소유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름만 조금 바꿔서 생기는 민간자격증이 수없이 많음을 뒤늦게 깨달아서 더 이상 자격증에는 관심이 없다. 문득 지난날의 자격증을 모두 살펴보다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딴 자격증이 무엇이었나 생각해 보게 되었다. 컴퓨터 워드 국가자격을 제일 먼저 땄고 그다음이 운전면허증이었다.


운전면허증. 

지금 내 지갑 안에서 신분증 역할만 국가자격증이다. 

갱신하는 기간 되면 꼬박꼬박 빠트리지 않고 운전면허증에 꼭 간다.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녹색 면허도 받았다. 그러고 보니 운전면허증을 딴지 정말 오래되었다. 그 시절 대학 가면 운전면허증 따는 것은 필수 코스처럼 인식되는 때라 한 친구는 운전면허 따기도 전에 차를 먼저 사고 운전면허증을 땄다. 겁이 많은 난 1종 보통 면허가 아닌 2종 보통면허(자동)다. 필기야 달달 외우면 되니 어렵지 직접 운전대를 잡고 해야 해서 많이 긴장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2종 보통면허 운전면허증을 땄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차를 구입해서 몰고 싶었으나 집안 형편을 생각하다 보니 하루가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일 년이 되도록 운전대를 잡지 못했다. 그에 비해 여동생은 운전면허를 따자마자 회사 차를 몰고 다녔다. 사고 나면 사고 나는 대로 처리하며 과감하게 나갔다. 반면에 나는 말라 비틀어버린 고추처럼 있었다. 

그렇게 속절없이 시간은 흐르고 5년 후, 동생이 나를 안타깝게 보았는지 차마 자기는 도로 연수해 줄 자신이 없다며 회사 사람 중 가장 부드럽게 잘 가르쳐주는 있는데 내 해주겠다며 흔쾌히 수락하여 동생 도움으로 되었다.


회사 동생 차를 탔다. 

차 기종은 모르겠고 새 차는 아니었지만 튼튼해 보이는 차였다. 번쩍이지는 않았지만 내 인생 처음으로 운전대를 잡는 차이다. 제발 무사히 끝나게 해 줘. 잘 부탁한다. 속으로 연수할 차에게 말을 걸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조심스레 운전석 문을 열었다. 한적한 곳에서 시작한 내 첫 운전. 

잊지 않게 차 기능을 다시 숙지한 후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시동을 걸었다. 운전석 옆자리에는 회사 동생이 앉았고 뒷자리에 동생이 앉았는데 갑자기 안전벨트를 엑스자로 맸다. 이유를 물어보니 일찍 죽고 싶지 않다며 긴장한 모습이 얼굴에 드러났다. 웃는 것이 웃는 게 아니었다. 

내 옆자리에 앉은 회사 동생은 '설마'라는 표정으로 헛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출발’하라고 말했다. 

머릿속에서는 온통 ‘액셀과 브레이크’ 발 방향을 읊조리며 아주 천천히 시동 걸며 핸들을 움직였다. 아직 사이드 거울에는 익숙하지 않아 조수석에 앉은 회사 동생 지시에 따라 천천히 액셀을 밟았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어색하면서도 긴장된 공기가 차 안을 가득 채워서 내 심장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속도를 조금 더 내어보라는 말에 조금씩 액셀에 힘을 주었다. 그런데 이 힘 조절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천천히 가다가 부웅~ 휙 달리다가 다시 ‘끼익’ 소리 내며 브레이크 밟으며 혼자 난리가 났다. 똥줄 타들어 가며 조수석을 힐끔 쳐다보니 그 평온하던 사람 표정이 어느새 굳어있었다. 동생은 자꾸만 “언니야!” 하며 노래를 불렀다. 길이 한적한 곳이어서 다행이지 바로 복잡한 도로로 나갔으면 사고가 여러 번 났을 실력이었다. 그런데도 회사 동생은 잘하고 있다며 썩소와 함께 내게 칭찬했다.


그렇게도 시간 동안 한적한 곳에서 연습하고 시내로 나가보자는 회사 동생 말에 동생은 “나 내려도 돼?” 하며 안절부절못하었다. 회사 동생은 괜찮다며 천천히 한번 해보자고 설득했다. 하다가 안 되면 다른 운전자에게 욕 들어 먹을 각오하고 운전자 자리를 바꿀 테니 이왕 하는 거 해보자고 했다. 쪼그라진 마음과 해보자는 간 큰마음이 동시에 일어나며 내 심장은 계속 빠른 박자로 뛰었다.

천천히 차를 시내 쪽으로 돌리며 아주 느린 속도로 출발했다. 뒤에서 빵빵거리는 소리가 들려 조금 속도를 내고 달리는데 차선을 바꾸어야 하는 순간이 왔다. 옆 차선을 바꾸는 장소가 일직선으로 달리다가 바꾸는 것이 아니라 좌회전하면서 차선을 바꾸는 곳이라 난코스였다. 이미 핸들을 잡은 내 두 손은 땀으로 흥건히 젖어있었고 긴장감은 절정에 다다랐다. 핸드를 꺾는 순간 ‘킥’ 소리가 났고 조수석에 앉아있던 회사 동생이 내 핸들을 같이 잡고 조절하였다. 만약 그때 회사 동생이 민첩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큰 사고가 난 순간이었다. 차 뒤에서 고함지르며 말하는 사람에게 죄송하다고 빨리 말하고 장소를 이동하였다. 정말 지옥을 갔다 올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괜찮냐고 묻는 회사 동생은 큰 경험 했다며 웃고 있었고 뒷좌석에 앉았던  동생은 울상이었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운전석에서 내린 나는 공손하게 회사 동생에게 반납하였다. 

차 키를 받은 회사 동생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누님! 이다음에 자율주행 차 출시되면 꼭 사서 운전하세요.” 

그렇게 회사 동생은 웃으며 스무드하면서도 능숙한 운전 실력을 뽐내며 유유히 사라졌다.


그 후로 운전대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차도와 차는 그렇게 어렵지 않게 보이는데 왜 내가 잡으면 후들후들 일까. 

결국 자동차와 그렇게 이별했다. 

운전면허증만이 얌전하게 지갑 속에서 대기한다. 남들처럼 운전해서 엄마 필요할 때 도와주면 얼마나 좋냐는 엄마 말 뒤로 여동생은 크게 고개 저었다.

나 역시 그때 일을 떠올리며 혼자 말한다.

‘나도 내가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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