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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미인 앨리 Apr 22. 2024

맨 땅에 씨앗 심기

만만하지 않은 마케팅 - 상품 홍보와 판매 전략

모든 상품이 그러하듯 마케팅은 나에게 큰 숙제다.

물건을 팔아 본 경험이라곤 어릴 적 가게에서 빵을 판 것이 전부다.

그때는 마케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고 빵 하나라도 팔면 가계에 도움 된다는 생각으로 가게 일을 도왔다. 손님을 보고 반갑게 맞이하는 엄마와는 달리 난 표정이 좋지 않았다. 거짓된 마음으로 손님을 대하는 것도 싫었고 무엇보다 그때는 사춘기 때라 내성적이고 소극적이었던 나에게 빵 팔기는 난관이었다.

드라마 <킹더랜드>에서 웃어야만 하는 스마일 퀸 천사랑이 킹호텔 상속자 구원에게 말한다. 억지로 웃지 않게 해 줘서 고맙다고. 그렇다. 마케팅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항상 고객에게 웃는 이미지를 남겨야 상품에 대한 관심을 조금이라도 받게 된다. 내 브랜드를 어떻게 소개하느냐에 따라 고객 관심을 받게 된다.

쉬워 보이지만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마케팅과 전혀 맞지 않은 나에게는 풀 수 없는 매듭처럼 다가왔다. 

시범적으로 이루어진 '그림책미디어인문학 마인드 세'은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문제는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처음이야 무료 수업이고 의리로 참여하게 되지만 막상 돈이 들어가면 고민하게 된다.

코로나가 나타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무료 줌 수업이다. 바깥 생활이 제한된 시절이기에 온라인으로 하는 수업이 많아졌다. 그 틈에서 내가 어떻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을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마케팅에 관한 책을 읽었지만 쉽게 와닿지 않았다. 완전히 새롭고, 완전히 다른, 빅 아이디어를 찾아 유일한 존재로 시장을 장악하라는 판매 전략 마케팅 책은 많았다. 그만큼 마케팅이 쉽지 않음을 증명한다. 마케팅 책에서 하나같이 강조하는 것은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라고 제안한다. 수많은 광고 중에서 난 어떤 광고를 선택하는지 생각해 보면 답이 보인다고 말한다. 고객의 '니즈'에 맞춰 고객이 스스로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과거 개인 독서수업을 했을 때 뼈아픈 상처가 있었다. 프랜차이즈 사업이 아닌 내가 가진 수업 스킬로 수업을 알린 적이 있다. 개인 수업은 입소문이 나야 앞으로 나갈 수 있는데 이상하게 오는 고객마다 비밀 수업하기를 원했고 신청해 놓고는 못하게 되었다는 문자만 남긴 채 취소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 이후로는 개인 수업을 하지 않았다. 아는 사람이라 경제 사정을 생각해서 가격을 내려해 주었는데 나중에는 나보다 두 배, 세 배나 되는 금액을 지불하면서까지 다른 곳으로 가버린 쓰라린 경험이 있다. 지인이라 할인을 한 건데 그게 나에게는 치명타였다. "야, 엄마들이 보통내기인 줄 아니? 대학교 출신부터 경력이 10년 이상된 안정된 사람한테 가려고 하지 이제 막 시작한 너한테 맡기겠니? 물론 가격이 저렴한 것도 한 몫한 거야.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란다." 평소에 냉철하게 말하는 친구 말에 쓰라림이 몰려왔다. 가슴에 구멍 뚫린 아이처럼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지 차디찬 냉대함을 겪어야 했다. 그 뒤로 다시는 마케팅 같은 건 하지 않은다고 맹세를 했건만 어느 순간 마케팅을 해야만 하는 처지가 됐다.


1인 브랜드는 만들어졌지만 내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 우선순위였다.

사람 심리라는 것이 공짜로 할 때는 부담 없이 하고 싶지만, 돈이 들어가면 갈등한다. 내 돈을 지불하고 후회 안 할 자신이 있는 것인지 몇 번이나 고민하고 선택한다. 선택하기보다 선택을 받아야만 하는 위치에 놓였다.

주변에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다.

거칠 맨땅에 '남다른 그림책'이라는 씨앗을 심어야만 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용기를 내서 다시 청소년 대상으로 고전 인문학과 그림책을 연결하면서 콘텐츠를 내고 공지했지만 처음 했을 때보다 호응이 없었다. 오로지 지인 아이 한 명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어려운 고전문학을 그림책과 연결해서 좋았다고 했지만 난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마케팅은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이었다.

참여도가 저조한 청소년 대상도 변경할 필요가 있었다. 참여도가 높은 대상은 성인이다. 하지만 이미 많은 그림책 대상을 성인으로 해서 이루어지는 사업이 많았다. 그 틈에서 어떻게 끼여 씨앗을 심어야 할지 아찔했다.

더구나 난 기계와 친하지 않았다.

처음 온라인 수업할 때도 학교마다 프로그램이 다르다 보니 혼란스러웠고 어떤 날은 난 입장했는데 학생들이 입장하지 않아 30분이나 땀에 흠뻑 젖어 가슴이 콩콩 쿵쿵거린 경험도 있었다. 블로그는 오로지 내 하소연을 들어주는 공간이었는데 이제는 이곳이 내 브랜드 마케팅 사무실이 되었다. 언제나 좋은 글만 올려야 한다는 말에 닿았던 인스타그램도 다시 열어야 했다.


블로그를 눈에 띄게 하기 위한 세팅방법부터 글 쓰는 방법까지 스스로 해내야 했다.

내가 기댈 수 있었던 것은 관련 유튜브 영상과 책 그리고 에너지를 끌어올려야 하는 내 마음이었다.

열심히 작성했는데 한 번 잘못 누른 버튼으로 자료가 날아가는 경험을 했으며 프로그램을 이해하기 위해 주말 내내 꼼짝하지 않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어야만 했다. 당연히 가족들로부터 싫은 소리를 들었고 긴장감과 위기를 느끼는 분위기를 견뎌야 했다.

무엇보다 블로그든 인스타그램이든 사람 모으기가 첫 관문이었다.

파워블로그나 인플루언서 SNS에 들어가 어떻게 사람을 모으는지 파악해야 했고 세팅을 어떤 방법으로 해야 했는지 분석해야 했다. 흔히 말하는 벤치마케팅이 필요했다.

잠시 브랜드에 대한 프로그램을 접어두고 내 브랜드에 대한 외관과 인식이 우선이었다.

문제는 나만 1인 브랜드에 뛰어든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1인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혹은 사업 홍보를 위해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활용하고 있었고 그들끼리 서로 이웃하거나 팔로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진실로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인친(찐 친구)을 만나기는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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