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트 11 >
거리로 나가보면 다양한 사람들이 바쁘게 걸어간다. 자연스럽게 어떤 사람들이 지나가는지 아주 빠르게 눈동자를 굴린다. 그 짧은 순간에도 멋지게 보이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그 기준은 주관적이지만 대체로 보는 시각은 비슷하다.
"어머~ 저 사람 봐봐. 너무 날씬하지 않니? 네 허벅지만 한 허리를 가지고 있다."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엄마에게 보이지 않는 레이저 광선을 혼자 쏘고 있다.
삐죽삐죽 걸어가는 뒷모습에 엄마의 폭풍 잔소리는 막을 올린다.
나름 한 시간이라도 운동을 하지만 식사 조절을 하지 않으니 항상 제자리다.
무엇보다 살이 하체에만 유독 집중되어 바지 입을 때 곤욕 치른다.
일차적으로 종아리에서 한 번 이차적으로 튼실한 허벅지에서 한 번 더 달래 가며 올려야 바지가 허리까지 올라온다. 옷을 입을 때는 항상 다짐한다. '올해는 기필코 이 살들을 부숴버리리라.'
하지만 그때뿐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펑퍼짐한 바지로 갈아입으면 내 허벅지 살들은 날씬해져 조금 전 힘들었던 기억을 삭 지워버린다. 또 누워서 벽에 기댄 내 다리를 보면 이상하게 날씬해 보여 자기만족한다.
아침에만 해도 허벅지 굵다고 핀잔을 들어 씩씩 거리던 내가 썰물처럼 기억에서 빠져나가버린다.
어디선가 달콤하고 담백한 냄새가 온 집안을 휘감고 있다.
아침에 했던 잔소리가 미안했는지 엄마가 육즙이 팡팡 터지는 육고기를 구우며 밥 먹고 가라고 한다.
"아~ 배불러요."
"조금만 먹고 가. 엄마 혼자 먹기 양이 많아. 그리고 지금 먹는 건 살 안 쪄!"
매번 비슷한 말로 날 유혹한다. 혼자 먹는 엄마 모습에 약해서 한 숟가락을 떠본다.
'우와~ 왜 이렇게 맛있는 거야.' 한 마디로 하지 않고 후루룩 먹는 내 모습에 살포시 미소 짓는 엄마 모습이 보인다. 한 숟가락이 두 숟가락 되고 세 숟가락이 되면서 배가 점점 불러왔다.
https://www.youtube.com/watch?v=rdkz2LB5_Qk
그때 우연히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 눈이 멈췄다.
가만히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선명한 원색 수영복 입은 여성들이 나타났다.
'어쩌라고 내 맘이지' 하며 화면을 꽉 채운 모델들이 등장했다.
매번 독특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카드 광고였다.
엄마도 나도 텔레비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엄마, 모델이 다 날씬한 것 아니네. 저 사람들 멋지지 않아? 당당해 보여."
"그렇긴 한데, 그래도 왠지 억색하다. 그리고 저 CM송 왜 저렇게 거슬리냐."
도전하는 말투가 엄마에게는 예의 없이 들렸나 보다. 입에서 맴도는 후렴구이긴 한데 거슬리긴 하다.
일반적으로 모델이라고 하면 키도 크고 날씬하며 얼굴도 작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이왕이면 남들보다 비율이 좋은 모델이 모든 광고를 휩쓴다.
그런데 이 광고에 등장하는 모델은 정반대 비주얼을 보여준다.
대부분 사람들 반응이 궁금해서 댓글을 보니 악플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난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날씬한 사람만 광고모델이 될 필요는 없다. 누구나 모델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광고에서 보여준다.
사회적 시선도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 뚱뚱한 사람도 당당해질 수 있다고 말하며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이며 사랑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다이어트를 입에 달고 산다. 나 또한 매일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습관처럼 노래를 부른다. 있는 그대로인 나를 사랑하는 것도 좋고 당당해지는 용기도 좋다.
다만 그래도 다이어트를 외치는 것은 내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원하는 옷에 내 몸을 맞추는 것도 불편하고 보기에도 편하지 않다.
어쩌면 나 스스로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때까지 다이어트는 계속해야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