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트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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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눈부신 햇살은 내 눈을 찌푸리게 한다.
드럭드륵드르륵
진동으로 맞춘 알람은 예외 없이 울리고 눈을 감은 채 팔을 뻗어 휴대폰 화면을 터치한다.
그렇게 하루가 시작되고 차가운 생수로 정신이 든 후 출근과 등교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인다.
한차례 뜨거운 공기가 지나가면 오로지 나만의 시간이 대기한다.
흐물흐물해진 천 밑으로 누런 속살이 드러난 의자에 앉아 달콤한 믹스커피로 잠에서 온전히 깨어난다.
30분 정도 시간이 흐르면 뒤에서 신호가 오며 화장실로 직행한다.
나만의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속절없이 흘러가고 내게 주어진 시간이 소멸되기 전 서둘러 움직인다.
주섬주섬 보라색 백팩에 운동할 때 필요한 물건들을 차례대로 넣고 '끙' 소리와 함께 일어나며 문을 나선다.
언젠가부터 허리 숙이는 것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체육센터. 날이 조금 차갑게 느껴지며 부지런히 발을 움직였다. 센터가 서 운동복으로 갈아입는 것이 귀찮아져서 집에서 바로 레깅스에 통풍이 잘 되는 티셔츠를 입고 그 위에 간편한 외투로 몸을 가리며 후다닥 걸어갔다.
아는 사람 만나면 괜히 스스로가 민망해져 천천히 걷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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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카드를 인식하면 날름 사물함 번호표를 주는 키오스크가 나를 반겨준다.
홀수는 위 칸, 짝수는 아래 칸으로 사물함 번호가 나오는데 매번 홀수가 나오기를 바란다. 허리를 숙여 쪼그려서 옷을 넣는 것보다 서서 편안하게 사물함을 사용하는 편이 훨씬 좋았다.
코로나가 조금씩 약해지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도 많이 완화되었다.
체온 재고 예방 접종 확인하는 검사는 없어지고 마스크만 착용하면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했다.
아직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 했기에 가능하면 서로서로 말은 하지 않았다.
헬스장에 오면 늘 하는 운동이 있다.
앉아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가능하면 온몸을 움직일 수 있는 유산소 운동 위주로 한다.
몸이 좋지 않을 때는 30분만 하지만 가능하면 한 시간을 하려고 노력한다. 양쪽 팔을 돌리고 다리를 난간에 좀 올려 근육을 풀어준 다음 나를 항상 기다리는 운동기구 쪽으로 걸어간다.
스텝머신 기구로 총 6대가 있는데 대부분은 낡았다. 그중에서도 세 대는 30분만 사용할 수 있고 조금 덜 낡은 세 대는 한 시간 이상 유산소 운동이 가능한 기구다. 제일 오래되지 않았고 삐거덕 소리가 나지 않는 가장자리 왼쪽에 있는 기구를 늘 사용한다. 기구 속도 조절과 내 스텝 속도가 균형 있게 맞아떨어지며 편안한 마음이 들어 지정석처럼 사용한다.
매일 하는 운동이지만 그날그날 몸 상태에 따라 달리는 속다가 다르게 느껴진다.
분명 같은 강도, 속도로 달리는데 어떤 날은 몸이 무거워 뛰기가 힘들고 어떤 날은 가벼워 한 시간 이상을 뛸 수 있다. 팔을 움직일 수 있는 단계는 세 개로 손잡이 부분, 몸통 부분, 그리고 작은 손잡이 부분이다. 내 나름대로 손잡이 부분을 삼 단계로 구분하며 스텝을 밟는다. 30분을 해야 땀이 조금씩 나기 시작하며 운동 시작을 느낀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하고 땀이 아래로 떨어질 때 이제야 좀 운동한다는 생각에 나름 뿌듯해진다. 늘 그렇듯이 한 시간 정도 뛰고 나면 스스로 할 만큼 했다며 자기 합리화로 뿌듯해한다.
더구나 땀을 흘리고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샤워를 다하고 나오면 각자 다 자신의 몸무게를 확인한다.
언제나 1킬로그램이 빠져있기를 희망하며 올라가 보지만 무게에는 큰 변화가 없다.
운동을 하고 집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가볍다. 그리고 머릿속에는 이제 뭘 먹을지 고민하기 바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물을 벌컥 한 잔 마시고 밥통을 열어본다.
어중간하게 밥이 남아있으면 라면을 후딱 끓인다. 운동 후 라면이라니..... 다이어트할 때 꼭 피해야 하는 음식이거늘 운동했다는 이유로 체면을 걸며 어느새 내 입속에는 꼬불꼬불한 라면 면발이 차지하고 있다.
그래. 내일 또 달리면 괜찮다.
그냥 습관처럼 매일 달린다.
오늘도 달리고 내일도 달리고.
의무적으로 달리며 그런 내 모습에 썩소를 지어본다.
다이어트는 무슨.
그냥 지금 보다 더 찌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옳다.
대한민국에서 하비(하체비만)로 살아가는 것은 남의 눈치, 내 눈치로 힘들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사는 것이 건강에 좋다. 있는 그대로 나를 사랑하자라는 말처럼 하비(하체 비만)가 죄는 아니기에 받아들이자.
나를 위해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기에 오늘도 난 다이어트를 외치며 하비로 살아간다.
노후 보험 하나 들었다 생각하며 오늘도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