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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미인 앨리 Nov 08. 2022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 에세이 글쓰기 >

© chadmadden, 출처 Unsplash



얼굴 중앙 사이로 떨어지는 땀방울에 희열을 느끼며 뛰고 있었다.

주변에 들려오는 소리로부터 방해받고 싶지 않아 이어폰을 낀 채로 좋아하는 방탄소년단 노래 들으며 강약으로 뛰었다.


'000으로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라는 메시지와 함께 얼핏 무엇인지 보았다.


신용카드 미납금액 안내

삼분이 채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문자가 왔다.


카드 이용정지 사전 안내

일분이 되지 않아 이번에는 카톡이 울렸다.


**카드 대금이 미납되어 안내드립니다.


젠장, 무슨 사채업자인가.

유독 이 은행과 카드에서만 당일 카드값 미납일 경우 경적을 시시때때로 울린다.

오래된 거래처이기도 하고 우리 지역에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은행과 카드라 바꿀 수도 없다.

이 문자나 카톡을 받기 싫어 미리 선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번 달에는 적자라 어디서 카드값을 메꿀지 고민하다 이 사태가 일어났다.

아~ 카드값에 얽매어 사는 인생이란.

진행될 거라 예상한 수업이 펑크가 나면서 내 은행 잔고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탄 상태였다.

돈, 시간, 운명으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얻는 7단계 인생 공략집을 읽으며 벗어나길 바라지만 당장 해결해야 할 부분이 눈앞에 다가오니 짜증이 확 났다.

비상금으로 챙겨둔 것이 있어 그것으로 카드값을 지불하면 되는데 거래하는 은행과 카드사가 너무 얄미웠다. 카드값이 도대체 얼마이길래 그러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남들이 들으면 '아니, 그 정도로 부족하니?'라는 핀잔을 들을 만큼 소액에 해당된다. 하지만 나에게는 큰돈이다. 완전한 워킹맘이 아니라 시간이 날 때 일하는 중이라 솔직히 풍족한 돈을 벌지 않는다. 그래도 내 능력을 인정받으며 하는 일이기에 나름 자부심이 있다.



© nathanareboucas, 출처 Unsplash


신용카드보다는 체크카드를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늘 부족함에 신용카드에 의지한다.

아니 제때 카드값을 지불할 때는 문자 하나도 없으면서 꼭 하루 늦게 미납되면 바리바리 이렇게 사채업자처럼 문자를 보내는 것은 좀 심하지 않나. 더구나 문자 테러가 끝나면 30분 정도 뒤에는 은행이고 카드사에서 전화가 온다. 물론 무슨 내용인지 알기에 거부하지만 저절로 욕이 나온다.

일종의 이것도 빚 독촉이다.

소액 미납에도 이렇게 독촉하는데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리는 사람들 모습이 떠오르면서 어떤 심정일지 자연스럽게 이해되었다.

카드를 사용하라고 AI 가상 모델까지 동원하여 광고하면서 왜 카드 사용하는 고객에게 인색하지 모르겠다.

정해진 날짜에 주어진 일을 하지 못하면 불안감이 몰려온다.

그 불안한 심리를 이렇게 밀어붙이는 관행은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문명이 발달하면서 현금을 쓰는 경우는 거의 사라지고 있다.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카드 페이를 많이 이용하다 보니 현금이 거추장스러울 때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 카드를 사용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당장 돈이 없어도 신용카드만 있으면 해결되는 요즘, 카드 사용 위험에 대한 경고를 나에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카드 대금 결제일을 맞추지 않으면 바로 연락을 취하는 은행과 카드사를 바꾸어야만 될까?

이렇게 짜증하고 불쾌한 감정을 없애기 위해서는 무엇일까.

당연히 돈이 풍족하면 해결되는 뻔한 생각과 그에 못 미치는 내 경제적 환경에 몸서리친다.

아~ 여행 갈 때 쓰려고 한 내 비상금을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다니.....

돈 앞에 하염없이 작아지는 내가 밉다.


© alexandermils,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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