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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미인 앨리 Nov 14. 2022

멈춤을 선택한 마우스

< 공감 에세이 >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이런!!!

갑자기 마우스가 멈추었다.

터치패드만 가능하고 마우스 기능이 상실되었다.

주말에 빌린 강의자료와 수업 자료 정리하려고 했는데 그냥 오후가 날아가 버린 상황이다.

마우스에 불이 들어오지 않아 배터리가 다 되었나 싶어 건전지도 바꾸어 보았지만 여전히 조금 한 빛은 나에게 허락하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STOP 상태다.


유튜브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마우스 커서가 사라졌다"

"마우스 패드도 움직이지 않고 커서도 사라졌다."

"마우스는 작동하지 않고 커서도 사라졌다."

관련 검색 키워드를 입력하며 더 커진 눈으로 스크롤 하기 시작했다.


앗싸! 하나 발견.

마음이 급해 필요한 부분만 스킵해서 집중해 들어본다.

'그래. 펑션 키라는 것이 있다는 거군. 평소에 저것은 무엇에 쓰는 물건이지 참 궁금했건만 드디어 알게 되는구나.' 설명대로 F5 기능키와 Fn 키를 동시에 눌렀다.

'이젠 될 거야. 바보가 아니고서야 화면까지 보여주며 설명해 주는데 안 될 리가 없지.'

곧 작동할 거란 희망을 가지고 폭탄 제거하는 사람처럼 조심조심 눌렀다.

'뭐꼬. 왜 안 되노!'

성질나서 펑션 키를 연달아 눌렀다.


앗! 이럴 수가.

마우스 패드 커서도 사라졌다.

으아아악!!!



머릿속에는 내일 아침부터 AS 센터가 맡길 생각 하면서 그 안에 있는 자료를 다 포맷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까지 상상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안 되는 거야.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이 노트북으로 보고 있는 중인데(아직 티비 구매 못하는 중) 이것마저 고장 나면 안 돼!





© mumolabs, 출처 Unsplash


물건이 고장 날 때 가장 나중에 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재부팅하는 것이다.

약간의 희망으로 다시 컸다 켜면 작동할 거라는 생각으로 Ctrl + Alt + Del 키를 눌렀다.

노트북은 언제나 그렇듯 화면이 꺼졌다 다시 켜지면서 화면이 나타났다.

귀여운 원숭이 모자가 '어서 눌러봐.'라는 시선으로 나를 보고 있다.

마우스 패드로 다시 터치해 본다.


헉!

여전히 마우스 패드는 작동되지 않았다. 마우스 패드 커서도 안 보이고 화면은 계속 꺼지려고 하고 있다.

이건 또 무슨 일이야. 거의 울기 직전이다. 그래도 기댈 것은 유튜브 영상뿐이었다.

다시 검색하기 시작했다. 최근에 올라온 영상 위주로 다시 천천히 설명을 들으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별 명쾌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커서도 사라지고 마우스 패스까지 작동하지 않으니 뭘 건드릴 수가 없었다.


5초 동안 노트북 화면은 괜히 째려보았다.

나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혼자 중얼중얼거린다.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심호흡을 크게 한 번 내쉬었다.

호흡인지 한숨인지 분간하기 어려웠지만 왠지 늙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제발'이라는 주문을 외우며 화면을 재부팅하였다.

그리고 천천히 Fn 펑션 키와 F5키를 동시에 누르며 잠시 눈을 감았다.

마우스 패드만이라도 다시 작동하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실낱같은 마음으로 눈을 천천히 뜨며 화면을 보았다.


휴~ 정말 다행히 마우스 패드는 다시 작동하였다.

잠시 마우스를 째려보았다. 째려본 것이 효능 있지 않을까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며 3초 동안 보고 마우스를 뒤집어 배터리 뚜껑 부분을 열어 건전지를 만지작거렸다. 냉동실에 있던 건전지가 아직 차가워 작동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종의 마사지를 해봤다. 원상태로 하고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여본다.

꿈쩍도 하지 않는다.


에잇!

마우스 교체할 때가 된 것일까. 쿠팡을 뒤지며 괜찮은 마우스를 검색한다. 내일 당장 도착할 수 있는 모델 위주로 살펴보며 지금 모델과는 다른 것으로 선택해 주문했다. 내일이면 물건이 오지만 늦은 오후가 되어야지만 도착하니 오전에 뭘 할지 막막하다.

데스크 컴퓨터는 PPT 작업이 안 된다. 지금 급한 것이 자료 정리인데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한다.

마우스 패드가 또 작동하지 않을까 봐 걱정되어 조심스레 사용하는 중이다.





노트북이 없으면 이제 불편해진 나.

이런 나를 상상하지 못했다. 코로나가 생기고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면서 노트북은 내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예전이 사용하던 노트북은 실행하면 굉음이 발생한다. 곧 터질 것 같은 공포에 절대 건드리지 않고 있다.

수리 맡기자니 서울까지 보내야 하는 절차가 있어 귀찮아 미루고만 있다.

동생한테 하나 얻은 노트북이 지금 사용하는 것인데 오른쪽 부품이 망가져 손대지 말라고 해 왼쪽만 사용 중이다. 아~ 마음 같아서는 새 노트북을 사고 싶은데.... 원하는 노트북은 200이 훌쩍 넘는다.

잔인한 노트북 가격이여......


잠시 희망 고문은 다음으로 미루고 마우스가 무사히 도착하기만을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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