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바퀴벌레가 산다

< 엽편 소설 >

by 그림책미인 앨리


"으악~"

고막이 터질 것 같은 소리는 내 발걸음을 빠르게 운동시켰다.

오늘은 무사히 지나가나 했는데.

결국 이렇게 또 한 명에서 들키고 말았다.

다행히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해 커다란 거인으로부터 잘 피해 다녔다.

내 이름은 리처드

산꼭대기에 위치한 작은 도서관에 살고 있는 바퀴벌레다.

왜 여기 있느냐고?

깨끗해 보여도 자세히 살펴보면 습하고 어두워 내가 살기에 딱 적합한 곳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나를 극도로 싫어한다.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흉측하다는 이유로 나를 괴롭힌다.

커다란 손이나 묵직한 신발 혹은 두꺼운 책으로 나를 때려잡거나 독한 가스를 나에게 쏘아 쓰러지게 한다.

그래도 하늘이 나를 도왔는지 다른 친구들과 가족은 죽었지만 용케 살아있다.

산꼭대기에 위치한 도서관에는 교통편이 좋지 않아서인지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다.

난 책이 참 좋다. 오래된 책에서 나는 종이와 잉크가 어우러진, 화학물질이 조합해서 만들어낸 냄새가 참 좋다. 책 냄새를 맡으면 나만의 상상 속으로 빠져든다.

사람이 하는 마약이 이 느낌일까.

몽롱하면서도 지금 내가 아닌 모습으로 태어난 기분이 든다.

태풍으로 인해 젖은 책들은 딱 안성맞춤이다.

꿉꿉한 책들은 도서관 관리자가 따로 두는 곳이 있다.

수레에 젖은 책들이 서서히 창고로 다가오면 그곳으로 빨리 가고 싶어 미친다.







덜컹, 문이 열리기 직전 온 힘을 다해 그 수레로 점프한다.


오늘도 성공이다.

아무도 오지 않는 곳은 나만이 누릴 수 있는 오성급 호텔이 된다.

너무 큰 사이즈 책은 내가 감당하기에 너무 힘들어 작은 크기를 찾게 된다.

오호~ 마침 내가 점프한 책이 딱 적당했다. 지금부터는 사람이 오지 않기 때문에 마음 놓고 책을 살펴보았다. 스티커를 붙였는지 슬라이더가 저절로 된다.

미끄럼틀이 따로 없다. 적막함을 짧지만 떨칠 수 있다.

킁킁 내가 그리워하던 냄새다.

엄마 냄새가 난다. 엄마와 있을 때는 한 번도 안기지 못했는데 이렇게 그리워하다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눈물 콧물을 다 쏟아내니 추워졌다. 책장 사이에 살며시 들어갔다.


축축했지만 견딜만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책장을 이불 삼아 누워보니 물 위에 떠있는 기분이었다.

배영하며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내 주위에는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물놀이를 하고 있다.

튜브에 몸을 맡기며 책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몸이 뒤집혔다.

"살려줘. 살려줘~"

팔을 허우적거리며 눈을 뜬 순간 밝은 불빛이 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사람이다. 잡히기 전에 어서 움직여야겠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발소리가 가까워질수록 내 심장은 더 크게 쿵쿵 뛰고 있다.

쫄깃해진 심장 소리는 점점 커지고 도망갈 장소를 물색했다.

책장 사이에 어둡고 침침한 곳이 눈에 바로 들어왔다.

하나, 둘, 셋!

이런. 한 발 차이로 찜한 장소에 가지 못하고 내 머리 위로 커다란 신발이 보였다.


착!

움찔하며 신발을 들어보는 관리자는 신발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확인하였다.

천만다행이다. 이 아저씨 신발 좀 사야겠군.

오래 신고 다녔던 신발이라 그런지 움푹 파인 곳으로 들어가 목숨을 건졌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무사히 넘어갔다.

도서관에 살고 있는 리처드 바퀴벌레.

책 냄새를 기억하며 음침하고 습한 구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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