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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미인 앨리 Jan 30. 2023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

< 공감 에세이 >




 © headwayio, 출처 Unsplash



누구나 내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난다.

'응애'하고 울음소리를 터트리는 순간 삶은 시작된다.

눕기만 하다 뒤집기를 하고 앉았다가 서게 된다.

서면 아장아장 걷게 되고 걷게 되면 어느 순간 달리고 있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과정을 끝나면 고등부터는 '면접'이라는 낯선 단어가 그야말로 사회생활 맛을 보게 한다.

내가 원하는 곳을 가기 위해 지나온 내 삶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며 포장하고 낯선 사람에게 면접을 통해 판매한다.


"나를 제발 뽑아 주세요."



있는 그대로 나를 봐달라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얼마나 나를 잘 포장해 보여주느냐에 따라 내 인생이 바뀌기도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대학교를 졸업하면 그야말로 사회 첫 생활이 실전으로 다가온다.

그렇게 사회생활을 하다 '결혼'이라는 제도로 제동이 걸린다.

결혼과 육아로 사회생활 단절을 경험한 자가 다시 사회 속으로 뛰어들기에는 제약이 많다.

전혀 새로운 일을 해야 하는 경우 더 그러하다.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일 경우 해마다 혹은 2년마다 치열한 경쟁 속으로 뛰어든다.

'제발 나를 뽑아주세요.'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고용인을 뽑는 곳에 눈을 부릅뜨며 살펴본다.

그 불안함을 없애기 위해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하는 하지 못한 나에게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어느덧 다시 채용의 시간이 다가왔다.

갈수록 나빠지는 취업난에 모두 틈새시장을 노린다.

정보를 공유해 주는 사람도 있지만 나 살기부터가 먼저라 혼자만 정보를 움켜쥐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채용 시기는 다시 돌아왔고 사이트를 뒤지며 여기저기 알아본다.

평소와 같이 학교로 가 수업을 하였다.

한 번도 마실 것을 주지 않던 선생님이 갑자기 음료수를 건네준다.

'웬일이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는데 뭔가 싸한 느낌이 왔다.

"수업 만족도도 높고 설문지 조사에도 매우 좋게 나왔습니다. 그런데 다른 과목보다 1점 차이로 수업 자체가 폐강하게 되었으니 어서 다른 곳을 알아보세요."


쿵!

뒤통수를 한 대 세게 맞았다.

불길한 징조를 느끼기에 충분했지만 기분은 더러웠다.

그것도 아주 많이.

프리랜서에도 계약직에도 급이 있다.

같은 시간이라도 많이 받은 기관이 있고 그렇지 못한 곳이 있다.

이왕이면 많이 받는 곳을 가고 싶지만 경쟁이 치열하다. 연줄도 있어야 한다.

연줄이 없는 나에게는 들어가기가 정말 힘든 곳 중 하나다.

남들이 보기에는 일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하루 종일 일하는 것이 아니라 길어야 두 시간이 다이기에 급여는 많지 않다.

하지만 준비하는 과정은 꽤 길다.

강의 질이 좋아야지만 인정을 받아 일을 계속할 수 있다.

일하고 있는 곳이라도 안심하지 못한다.

계약기간은 돌아오고 늘 다시 채용되길 바라며 준비해야 한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 긴장감과 불안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속이 탄다.

될 것 같다는 긍정적인 마음도 그래도 혹시라는 의문이 늘 불안하게 한다.

이때가 최고로 예민해진다.


얼마 전 당연히 무난하게 합격할 거라는 곳에서 1차 서류 심사에서 떨어졌다.

요즘은 심사가 까다로워져 공공기관 같은 경우에는 5년 기준으로 경력을 기록한다.

그전 경력은 소용없다는 것이다.

왜 불합격이 되었는지 알고 싶었지만 물어보지는 않았다.

괜한 자존심 때문일까?

당연히 될 거라고 생각하면 꼭 안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그때는 아무리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해도 불안함을 떨치지 못한다.



다시 채용 공고를 보며 지원했다.

지금 다니던 곳이라 자신감이 있었지만 갈수록 나이 듦에 따른 불안감과 '혹시'라는 경우의 수로 완벽한 자신감은 가지지 못했다. 서류는 통과되었고 면접만 남은 상태다.

면접 일은 항상 긴장된다.

자신감과는 상관없이 늘 떨리고 두근거리는 시간이다.

잠잠하던 심장이 벌컥벌컥 요동친다.


대기실 문을 여니 내가 처음으로 도착하였다.

시간이 다가오자 한 명씩 대기실로 들어온다.

모두 긴장한 모습이 낯설지가 않다.

내 이름이 첫 호명되고 준비한 자료를 들고 면접실로 들어간다.

떨지 않은 음성으로 차근차근 발언했다. 질문하면 바로 답을 하고 자신감 있게 어필하였다.

면접은 무사히 끝났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못한다.

마치 수능시험을 치고 난 후 그 결과 나올 때까지 안절부절못하는 수험생이나 다름없다.

발표일, 발표 시간에 시선이 가며 정해진 시간에 연락이 오지 않으면 더 불안해진다.

합격자만 문자로 통보하기에 휴대폰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드르륵, 드르륵~

진동으로 한 휴대폰에 문자 메시지가 들어왔고 '합격'했다는 문자 확인 후 긴 한숨과 다행이라는 생각이 동시에 몰려왔다. 긴장감이 풀어지고 이제 한시름 나았다는 안도감이 내 온몸을 휘감았다.

다음 날,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현실과 맞지 않은 정책에 대해 들었다.

이번에 경력 높은 분들이 다 떨어졌다는 것이다.

대신 경력이 전혀 없는 초년생들이 합격되었다며 불안한 모습이었다.

'청년실업 가산점'이라는 제도가 올해부터 적용되어 나이가 어린 강사를 채용했다는 이야기다.

헉!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문득 내가 첫 이 자리에 있기까지 했던 일들이 생각났다.

이력서를 넣었지만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여기저기 퇴짜를 맞았는데 청년이라는 이유로,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가산점을 주고 채용하다니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의심스러웠다.

문제는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경험이 없는 어린 강사들이 한 달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미 그런 일이 작년부터 조금씩 있었다.

정규직도 아니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니 더구나 쉽게 생각했던 아이들과의 경험에 낯설었을 것이다.

그러면 재공고를 낸다.

하지만 이때는 강사들이 다른 곳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고 강사를 구하지 못해 담당 선생님들도 발을 동동 구를 때도 있다.


청년 실업 정책을 여기서 적용을 하면 이 자리에서 밥벌이들 하던 경력 있고 나이 든 사람들은 어디서 일을 구해야 할까?

청년이라 지원하고 노인이라 지원해 주며 중간에 낀 어중간한 사람들은 어떻게 삶을 영위해야 할까.

나도 나이가 드니 불안감이 몰려왔다.

안 그래도 일할 자리가 줄어들어 고민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불안하다.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 정책에 그저 한숨만 나온다.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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