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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미인 앨리 Feb 06. 2023

집행 유예 망상 - 실낱같은 희망

< 공감 에세이 >


집행 유예 망상 Delusion of reprieve

사형 선고를 받은 죄수가 처형 직전에 집행 유예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망상을 갖는 것이다.

실낱같은 희망에 매달려 마지막 순간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출처: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발췌)


어제부터 <<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책을 읽고 있다.

죽음조차 희망으로 승화시킨 인간 존엄성의 승리라는 부제가 적힌 책이다.

난 왜 '집행 유예 망상'이라는 문구에 머물렀을까.

사실 요즘 많이 우울하다. 아니 우울한 것보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나'라는 사람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실낱같은 희망이 망상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다가왔다.


늦다, 느리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행동이 느릴 수도 있지만 뒤늦게 뭔가를 하는 것에 더 기울어져있다.

청소년기에 찾아올 본격적인 사춘기도 대학 가서 왔다.

수동적인 사춘기를 십 대 시절에 경험했다면 능동적인 사춘기는 대학시절에 겪었다.

부모에 대한 반발심도 10대를 보내는 마지막 나이에 생겼고 반항하기 시작했다.

그 반항은 결혼까지 영향을 주었고 내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심적으로 힘들어도 참고 참았다.

10년 이상 결혼생활이 진행되면서 늦게 진로 고민을 한다.






" 쓰리게 같은 수업이야. 

'선생님'이라는 소리 듣고 싶어 계속하냐!"



나이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내 마음도 조급해졌다.

가정일만 하면 우울증이 심해질 거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미친 듯이 찾아 이것저것 참 많이 했다.

따가운 시선과 한심한 시선도 나름 견뎌냈다.

코로나로 인해 정말 취약한 컴퓨터와 관련된 프로그램도 스스로 알아가야 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내가 의지했던 건 오로지 검색과 동영상뿐이었다.

실수도 많이 하고 그러면서 조금씩 알아가는 기쁨도 맛보았다.

코너에 몰리면 하게 된다는 말도 떠올랐고 전혀 무지했던 영역에 어느 정도 하는 내가 자랑스러웠다.


한 해가 지나가면서 경력도 쌓이지만 반면에 두려움이 점점 커져갔다.

청년 지원, 노인 지원은 있지만 이제 일을 많이 해야 하는 중간 대상은 지원이 전혀 없기에 틈새시장에 살아남기가 생각보다 힘들다. 그래서 온라인에 뛰어들었다. 포기할 생각도 없이 어느새 내 브랜드가 만들어졌고 성장하기 위해 나름 아등바등 달리고 있다.

하지만 성장은 매우 느린 것 같다. 알고 있었다. 하루아침에 성장하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제자리에 머무는 지금 상태에 의문점을 가진다.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프로그램 모집에는 움직임이 없고

내 온라인 수업을 엿들은 제3의 인물은 '쓰레기 같은 수업'이라고 맹비난을 하였다.

명품으로 휘감은 사치가 아닌 명성을 위한 고급 취미가 아니냐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다. 아직은.

그것을 키우기 위해 고민을 해보지만 뿌였다.

특색이 없다는 재미가 없는데 확인만 한다는 조롱과 비난 소리는 아직도 나를 괴롭힌다.

그러면서 '그래도'라는 끈을 놓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집행 유예 망상'이 아닐까.

실낱같은 희망.

어쩌면 사형수처럼 처형받는 것은 바뀌지 않는 사실임에도 집행 유예를 받는다는 희망.

'어쩌면, 그래도.'

누구한테 속 시원하게 털어놓지도 못한다.

나만 처진 기분을 아무리 자존감 높이는 책을 읽어도 그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 지우개처럼 자국이 남는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큰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제일 걸리는 것이 나이다.

이상하게 작년부터 얼굴에 시커먼 기미가 올라오더니 점점 늘어나고 있고 보이지 않았던 주름도 보이기 시작하더니 계속 눈에 거슬렸다. 몸도 마음처럼 가벼워지지 않고 식탐만 늘어났다.

그리고 불안한 고용이었다.

비정규직이기에 여기저기 서류를 넣어보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한 걸음 물러나 '나'를 보았다.

계속 뭔가를 한다. 이렇게 달리기만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잠깐 쉴까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사치, 불안'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며 공중에 외줄 하나 의지하는 내 모습이 떠오르며 놓지도 못한다.


난 정말 지금

집행 유예 망상에 빠져있는 것일까.


Stop 인지 Go 인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실낱같은 희망만 가지고 외줄 타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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