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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미인 앨리 Feb 11. 2023

운동장이 부른다

<플레이그라운드 영화: 벨기에 영화>

"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세상을 배운다."


영화 < 플레이그라운드>는 벨기에 영화로 2022년 5월에 개봉한 영화다.

학교라는 작은 세상에 들어선 일곱 살 노라는 집이 아닌 처음으로 내디딘 사회가 낯설고 무섭다.

오빠가 여동생을 위로하지만 사실 오빠에게 학교는 친절한 곳이 아니다.


다행히 친구 사귀며 학교에 적응하고 있던 노라는 화장실에서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오빠를 보곤 충격에 휩싸인다. 어른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고 하지만 오빠는 침묵하기만을 바랐다.

두 남매는 이 전쟁터 같은 플레이그라운드와 마주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xqpg0_n4Mcw





이 영화를 언급한 이유는 '운동장'이라는 소재다.

운동장에서 세상을 배운다는 문장이 내 공감을 크게 이끌어냈다.

이 영화에서는 학교에서 종종 일어나는 아이들의 갈등이 어른들 생각보다 심각함을 언급하며 그 속에서 자기들만의 방법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들이 마음 꺼 뛰어놀 수 있는 공간 운동장.


이 운동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러다가 학교 운동장은 사라지고 주차장과 신축건물 강당만 남는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


언제부턴가 학교 운동장에서 고함지르며 신나게 뛰어놀던 아이들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드르륵, 쿵! 쿵! 시끄러운 소음과 먼지가 학교 운동장을 뒤덮였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작년부터 부산시 각 초등학교, 중학교마다 강당 만들기 대회가 열린 것처럼 쉴 새 없이 공사가 시작되었고 지금도 하고 있는 학교들이 있다.

석면공사를 핑계로 학교를 리모델링하거나 필요하지 않은 '강당'을 저마다 짓는다고 야단이다.

도대체 왜 강당이 굳이 필요한 걸까?

물론 강당이 있으면 비가 오거나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쓸모가 있겠지만 좁은 운동장을 필요 이상으로 쪼개어 강당을 만들고 주차장을 만드는 것은 옳은 일인지 물어보고 싶다.

"아니, 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운동장을 쪼개어 강당과 주차장으로 만들까요?"

"강당 있으면 좋은 거 아닌가요?"

라고 나를 이상하게 보는 눈초리가 어색하기만 했다.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것일까.


운동장.

직사각형 건물 아래에 혹은 같은 위치를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던 운동장은 어릴 적 나에게 큰 놀이터였다.

체력장 하는 날은 운동장이 왜 그리 넓은지 야속하기도 했지만 아이들과 운동장에서 뛰고 달리고 미끄러지며 놀았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무엇보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큰 소리로 마음껏 지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았던가. 그렇다고 내 고함소리에 누가 깜짝 놀라지는 않는다. 다들 놀기에 바빴으니깐.

한참 뛰어야 할 아이들에게 뛰어노는 것을 강당을 짓는다는 이유로 막아버렸다.

"강당이 생겨서 좋니?"

"아니요. 먼지에 소음에, 답답해요. 안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놀 곳이 없는데 운동장마저 우리가 놀 공간이 아니어서 슬퍼요."

"우리가 졸업해야 완공된다네요. 어휴!"

깊은 한숨소리에 나마저 우울했다.

강당에서도 뛰어놀 수 있다.

하지만 제한적이다. 쉬는 시간에 강당에서 노는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

그 시간에 학교에서 강당을 사용하라고 허락해 주기는 할까.

새로 지은 강당 사이로 아주 좁아진 운동장에서 아이들은 환하게 웃으며 논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른들 이기심에 화가 무척 많이 난다.


엄연히 운동장은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새 건축물이 깨끗하고 편리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만큼 자연의 빛, 태양을 받고 자라나지 못하는 아이들은 시들어가는 꽃들과 무엇이 다를까.

어떤 학교는 학교 건물보다 강당이 더 크다.

여기가 학교인지 오피스 건물인지 모르겠다.

주차장 문제가 아이들 운동장을 줄임으로써 해결이 되었다지만 그만큼 줄어든 운동장에서 아이들은 얼마나 마음껏 뛰어놀 수 있을까.


학교는 엄연히 아이들 공간이다.

인공지능 시대라지만 여전히 학교 건물은 닭장과 다르지 않다.

그 좁은 공간에서 똑같은 일정으로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넓디넓은 운동장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권리를 어른의 이기심으로 빼앗아 갔다.

누구를 위한 학교일까.




- 출처: 알라딘 서점 -
- 출처: 알라딘 도서 -


<< 운동장이 부른다 >> 그림책은 운동장이 얼마나 활기찬 곳인지 알려준다.

울창한 열대우림으로 둘러싸인 운동장은 평소에는 가축들 방목하는 곳이라 거칠다.

하지만 운동장의 활력과 흥분을 생생하게 전달하기에는 충분한 곳이다. 축구에 몰입한 아이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에 축구를 좋아하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당장이라도 가까운 운동장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역동적으로 운동장에서 놀면 때론 놀이를 위협하는 여러 장애 요소를 극복해야 할 때가 있다. 단순히 뛰어노는 운동장일지라도 장애를 극복하며 놀이하듯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아도 도전을 통해 살아간다. 그 힘의 원천이 어쩌면 운동장에서 자유롭게 실컷 놀았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어린 시절 크게 느껴진 운동장

그 운동자에서 아이이기에 누릴 수 있었던 뛰어놀던 자유를 어른들이 더 이상 침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운동장이 부른다.

아이들에게 실컷 뛰어놀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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