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감 에세이 >
인터넷 서점 앱을 열었다.
무심코 장바구니를 터치한다.
'헉! 언제 이렇게 넘쳤지!' 장바구니에 담긴 금액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래도 입가에 번지는 미소는 어쩔 수가 없다.
'야, 너 이 책 다 살거니?'
또 다른 내가 튀어나와 나에게 한소리 한다.
'아니, 그냥 보는 거야. 눈으로 저장 중. 지금 당장 필요한 것 스킨 중이야.'
넘치고 있는 장바구니에 조심스레 훑어보는 눈동자가 바쁘게 움직인다.
언젠가부터 그림책 매력에 빠지면서 저장하고 싶다는 마음의 메아리가 나를 정신 못 차리게 했다.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경우도 있지만 거리가 멀고 교통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인터넷 서점에 하루 한 번 방문했다. 바쁘게 움직이는 발 대신 더 바쁘게 손가락을 움직이며 검색한다.
'오늘은 너로 정했어.'
올라가는 입꼬리, 자연스러운 반달눈으로 장바구니에 한 권씩 담기 시작한다.
단 읽고 싶은 그림책을 포함한 다른 책도 장바구니에 담기 시작한다.
내가 이렇게 책을 좋아했던가?
한 주에 책을 주문하기 시작했더니 어느새 책값이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았다.
이건 아니다 싶어 한 달에 한 번으로 확 줄였다.
한 권씩 사게 된 책은 내가 사용하는 공간을 조금씩 차지하였다.
툭! 건드리면 우르르 쏟아질 정도로 책이 쌓이고 또 쌓였다.
즐기기 위해 사기 시작한 책이 내 자리를 점점 압박하고 있다.
"어휴! 사람이 지나갈 공간은 만들어야 하지 않아요?
내 공간이 없다는 건 생각 안 해요?
마음 같아선 책 다 쓸어버리고 싶다는 걸 참고 있어요.
정리 좀 하세요."
조마조마했던 일이 터졌다.
남편이 쌓여가는 책을 보며 감정 폭발했다.
나도 안다.
책이 쌓이고 또 쌓이고 있다는 것을.
그런데 도대체가 처분하지를 못하겠다.
어찌할꼬.......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머리를 팽팽 돌리면서 생각한 것은 집에 있는 책을 다시 보고 버릴 것은 버리고 팔 것은 팔고 다른 사람에게 줄 것은 주는 걸로 결정 내렸다.
작년부터 읽지 않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책 한 권씩 읽으며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있다.
그래도 줄어든 흔적은 없다.
미동이 전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내 눈에는 보인다. 책의 미미한 움직임이.
그런데 다른 장애가 발생했다.
미세한 책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나는 오늘도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책을 저장한다.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소가 저절로 지어지는 것은 내 마음대로 안 된다.
오늘도 저장한다.
내 즐거움을 내 미소를 책장바구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