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림책미인 앨리 Mar 11. 2023

3월입니다

< 공감 에세이 >


2월 28일 아침 8시

검은 머리들이 서둘러 어디로 가는 풍경과는 달리 차만 쌩 달린다.

2023년 새해가 시작한 지 두 달이 되었지만 요란하게 움직였던 새해 첫날과는 달리 거리도 겨울잠을 자는 동물처럼 고요하다.



3월 3일 아침 8시

휑하던 거리에 학생들 소리로 가득 찬다.

무슨 이야기가 많은지 웃는 얼굴과 긴장된 얼굴로 발걸음은 종종 따라간다.

아직 두터운 겉옷을 입었지만 아이들 모습에서 학년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코로나 교복이 실종되었던 때와 달리 교복 입은 학생들이 학교 가기 위해 서둘러 움직인다.

느릿한 발걸음과 교복 대신 체육복을 입은 학생은 고학년(중2, 3학년 혹은 고등학교 2, 3학년)이며 첫 교복에 설렘을 담은 학생은 이제 입학한 중1, 고1학년이다.

이제 막 초등학교 졸업한 아이도 교복을 며칠 전부터 입으며 몸 상태를 체크한다.

새 학기 첫날이라며 체육복에서 교복으로 갈아입는 큰 아이도 먼지 툭툭 털며 입어본다.

허리에 맞는지 치마 길이는 어떤지 확인한다.

교복 입기 시작한 아이들은 슬그머니 치마 길이를 올려본다.

"어허! 치마 길이를 줄이지 말고 키를 늘려라."

짧디 짧은 교복 치마를 입는 학생이 유독 보기 싫었던 나는 미리 치마 길이를 단속한다.

이제 초등학교 티를 벗은 듯 교복 입은 아이 모습에서

2년 내내 체육복만 입다 교복 입은 아이 모습에서


봄이 시작됨을, 3월이 시작됨을 알게 된다.


이와 사뭇 다른 분위기에서 3월이 왔음을 느끼는 곳이 있다.

초등학교

건널목마다 샛노란 학원버스가 줄줄이 서있고 등하굣길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귀여운 아이들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내 허리에 닿을 듯 말 듯 한 어린아이들이 자기 몸보다 커다란 가방을 메고 호기심 가득 찬 눈으로 여기저기 보기 바쁘다.


유치원을 갓 졸업한 풋풋한 아이들은 이제 막 부모님 곁을 떠나 혼자 등하교하는 모습에 어깨가 올라가 있음을 느낀다. 이제 1학년에서 2학년이 된 아이들은 선배 된 것이 자랑스러운지 목에도 몸에도 힘이 들어가 있다.

우쭐해하는 아이들 모습에, 유치원 다닐 때보다 재미있다며 함박웃음을 짓는 아이들 모습에서 3월이 왔음을 느낀다.


아이들 모습에서, 다시 분주해진 거리 모습에서 이제 막 바빠질 거라는 시작 의미를 온몸으로 느껴본다.


© ROverhate, 출처 Pixabay


아직 겨울 자리가 남아있지만 3월은 그 자리를 서서히 지우기 위해 천천히 그리고 조금 빠르게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2023년 1월이 시작이 아닌 3월이 시작임을 알려준다.

당장 하는 일이 없어도 괜히 마음이 많이 바빠지는 달,


"3월입니다." 소리가 들린다.


시작은 늘 설렌다.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기에 희망을 안고 설렘으로 나아간다.

봄이기에 3월이기에 우리는 무언가를 시작하려 한다.






작가의 이전글 오늘도 저장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