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에세이 << 나는 왜 쓰는가 >>를 오웰의 연보에 따라 읽어본다.
첫 번째로 오웰의 버마 시절에 쓴 글 부분을 먼저 소개한다.
<교수형 A Hanging> 1931년 8월 <뉴 아델피>지에 게재한 것으로 식민지 버마의 경찰 간부로 있던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오웰의 간결하면서도 인상적인 스케치가 돋보이는 유명한 에세이 중 하나다. 오웰은 같은 해 가을에 첫 소설 <<버마 시절>>을 집필하기 시작한다.
에세이를 쓸 경우,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자연스럽게 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가능하면 오웰이 쓴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필사하며 생각을 첨부한다.
1)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
첫 문장: 버마였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아침이었다. (p23)
마지막 문장: 죽은 자는 100야드쯤 떨어져 있었다.(p30)
평범하다고 생각하면 평범한 첫 문장이다. 마치 일기 쓰듯이 가볍게 첫 문장을 쓴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문장 쓰기를 어려운 나에게 조지 오웰이 쓴 마지막 문장은 정말 간결하지만 임팩트 있는 힘이 느껴진다. 버마, 비, 아침, 그리고 죽은 자와 100야드. 어째 묘하게 잘 어울린다.
2) 작가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나오는 부분
이상한 일이지만, 바로 그 순간까지 나는 건강하고 의식 있는 사람의 목숨을 끊어버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죄수가 웅덩이를 피하느라 몸을 비키는 것을 보는 순간, 한창 물이 오른 생명의 숨줄을 뚝 끊어버리는 일의 불가사의함을, 말할 수 없는 부당함을 알아본 것이었다. 그는 죽어가는 사람이 아니었다. 우리가 살아 있듯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 … 그는 웅덩이에 대해서도 추론을 했던 것이다. 그와 우리는 같은 세상을 함께 걷고, 보고, 듣고, 느끼고 이해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2분 뒤면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우리 중 하나가 죽어 없어질 터였다. 그리하여 사람 하나가 사라질 것이고, 세상은 그만큼 누추해질 것이었다. (p26)
사형수는 무슨 죄로 교수형을 당하는 것일까? 글에서는 죄인의 죄명이 드러나지 않는다. 살아있는 사람, 그것도 죄목이 드러나지 않고 사람 하나 사라지게 함으로써 그들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문득 일제강점기 우리 조상들이 독립운동했던 모습이 생각났고 지금 현재 다양한 방법으로 한 사람을 교수형에 처하는 현 사회의 정치논리에 씁쓸해진다.
3) 개 한 마리 / 물웅덩이 사건에서 느껴지는 점
그는 도중에 있는 물웅덩이를 피하느라 살짝 옆으로 비켜갔다.
도대체 어디서 왔는지 개 한 마리가 안마당에 딱 나타난 것이다. 녀석은 우리들 사이를 마구 뛰어다니며 연이어 세차게 짖어대더니, 많은 인간들이 한데 모여 있는 게 너무 반갑다는 듯 온몸을 신나게 흔들어대며 우리 주위를 펄쩍펄쩍 뛰어다녔다. 녀석은 한동안 우리 주변을 껑충껑충 돌다가 누가 제지하기도 전에 갑자기 죄수에게 달려들어 펄쩍 뛰어오르더니 얼굴을 핥으려고 했다. 우리는 모두 너무 놀라 개를 미처 붙들 생각도 못 하고 아연히 서 있기만 할 뿐이었다. 어린 유라시아계 간수 하나가 자갈돌을 한 움큼 집고는 그것을 던져 개를 쫓으려고 했으나, 녀석은 전부 잽싸게 피하더니 다시 우리한테 다가오는 것이었다. (p24~25)
본능적으로 물웅덩이를 피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직 나는 살아있고 의식이 있다는 의미다. 무슨 이유로 교수형을 처해진지 모르지만 이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살아있는 생명을 어떤 이유 없이 그냥 식민지라는 이유로 사라지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작가는 왜라는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교수대를 향해 가는 길에 느닷없이 나타난 개 한 마리.
어쩌면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는 것은 부당하다고 외치는 소리 같다. 조금이라도 그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계속 짖고 달려드는 것은 아닐까.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힘으로 대항하지 못할 때 조금이라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은 SNS를 통해 공감 얻으며 작은 힘을 모아 큰 힘으로 성장시키는 일이다. 마치 레오 리오니 그림책 작가 쓴 << 헤엄이 >> (구: 으뜸 헤엄이)처럼 작은 물고기가 힘을 모으면 큰 물고기가 되듯이 공감이다. 여기서 개 한 마리의 난동은 그 공감을 얻기 위해 약한 사람들의 공감과 힘을 키우기 위해 먼저 진실을 말하려고 하는 작은 촛불이란 생각이 든다.
날뛰는 개 한 마리를 잡으려고 하는 집행자들의 모습에서 약자에 대해 당연하게 제압하고 꼼짝달싹 못하게 하며 힘 있는 자, 권력자 말을 듣지 않으면 이렇게 된다는 것을 개가 낑낑거렸다는 표현으로 한 듯한다. 너무나도 부당한데 너무나도 당연하게 그걸 받아들여야 하는 약자의 입장. 어쩌면 이 모습이 지금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강자와 약자의 모습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4) '웃다'와 비슷한 단어들(단어들이 주는 느낌과 작가의 의도)
낄낄거리기 / 재잘거리다 / 미소 / 껄껄 웃었다 / 수다 / 좋은 미소 / 모두 나가서 한잔 / 다정하게 / 다 비워버리자구/ 큰 소리로 키득거렸다 / 모두 어울려 제법 의좋게 한잔했다. (p29~30)
이유 없이 사람을 교수형 시키고 그 시신이 죽었는지 아닌지 확인한 후 죄책감을 웃음으로 표현했다.
왜? 어이없다는 기분가 저런 것들이 사람인가 싶은 심정과 한편으로는 사람을 이유 없이 죽여야만 하는 위치라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느낌이 내가 한 것이 아니라 시켜서 따랐을 뿐이라는 그들의 마음을 비웃음으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아무리 강압에 의한 일이지만 사람이라면, 생각과 양심이 있다면 그래도 웃지 않아야 하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라는 조지 오웰의 의도가 느껴진다.
부당한 권력으로 인간이 인간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
- 마흘라가 자베리 -
검은색 드레스 위, 목부분에 올가미 형태로 되어있었으며 드레스 밑자락에는 "사형을 중단하라"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이란 출신 미국인 모델, 마흘라가 자베리가 입은 드레스였다.
사형 폐지에 반대하기 위해 입었으며 실제 이란에서만 올해 200명이 넘는 여성이 처형당했다고 한다.
드레스가 논란이 되자 일각에서는 이란 문제를 끌어들여 패션 브랜드를 홍보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는데 실제로 자베리는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 드레스를 입었다며 교수형을 상징하는 올가미 의미가 잘 전달됐다고 말했다.
조지 오웰이 부당하게 보았던 교수형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죄가 있는 범죄자가 아닌 죄 없는 무고한 사람들이 처형당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조지 오웰이 쓴 <교수형 > 에세이처럼 힘없는 약자들만 이유 없이 죽어간다. 우리처럼 살아있는 사람일지라도.
남다른 그림책 큐레이션
조지 오웰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 글을 한 편씩 읽으며 그림책 소개한다.
<교수형> 글에서는 '죽음'에 대한 생각이 떠오른다. 전쟁으로 인한 지배자와 피지배와 관계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무너지는 처지를 직면하는 오웰은 교수형 집행장으로 가는 죄수가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몸의 반응에 충격을 받는다. 식민지에 사는 그 역시 나와 같은 공기를 맡고 사는 사람이기에 더 비참한 심정이 들었다.
'죽음'이라는 키포인트로 큐레이션 해본다.
1) << 징검다리 >>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은 국제전으로 번졌고, 시리아 인구의 절반인 약 천만 명이 안전한 곳을 찾아 국경을 넘어간다. 마그리트 루어스가 쓰고 니자르 알리 바드르가 찍은 사진 그림책 << 징검다리 >>는 작가 마그리트 루어스가 페이스북에서 니자르 알리 바드르의 작품을 보면서 이야기 책으로 만들어낸다.
돌멩이로 만든 가족 이미지는 니자르가 시리아 사람임을 알지 못하더라도 애달프로 간절한 느낌을 받도록 표현했는데 이 작품을 보면서 전쟁의 공포를 피해 달아나는 난민들 모습에서 조지 오웰이 본 영국의 식민지 버마에서 직접 본 살고자 하는 약자의 처절함이 느껴졌다.
부당한 권력으로 인간이 인간을 억압하는 모습은 지금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2) << 죽고 싶지 않아! >>
안느 가엘 발프 (지은이), 이자벨 카리에 (그림), 김지연 (옮긴이) 보랏빛소어린이 2021-09-30
원제 : Je veux pas être mort!
<< 죽고 싶지 않아! >>라는 제목이 <교수형>에 등장하는 죄수와 같은 마음이라 생각한다.
죽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개로부터 물웅덩이로부터 피한 장면에서 살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욕망이 전해졌다.
어느 날, 문득 아이가 어른에게 얘기한다.
"있잖아요, 나 죽기 싫어요." 그러면서 죽고 싶지 않은 이유를 하나둘씩 덧붙인다. 갑작스러운 아이 말에 어른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털어놓는 아이와 그런 아이 말에 귀 기울이고 아이 마음을 보듬어 주는 어른의 진솔한 대화가 그려진 책이다. 죽음은 무섭고 두렵지만 그럴수록 우리가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기며 지내자는 메시지를 잔잔한 울림으로, 삶의 의미를 깨닫도록 독자에게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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