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왜 쓰는가 - 특별한 경험 > 부랑자 & 노숙자 수용소
문학적인 에세이로선 처음으로 지면에 실린 글이 < 스파이크 The Spike >(1931)다.
오웰이 식민지 버마에서 5년간(1922~1927) 경찰 생활을 접고, 밑바닥 생활을 하며 작가 수업을 하다 지면에 본격적으로 글쓰기 시작하던 무렵의 에세이다. '스파이크'는 구빈원에 딸린 부랑자(노숙자)를 위한 임시 무료 수용소를 일컫는 속어이다.
1) 첫 문장(p9)
- 늦은 오후였다. 우리들 마흔아홉 명은(마흔여덟은 남자고 하나는 여자였다) 스파이크(부랑자 임시 숙소)가 열릴 때까지 대기소인 풀밭에 누워 기다렸다. 그 아래 풀밭에 흩어져 있는 우리는 도시의 거무죽죽한 쓰레기 같았다. 우리는 풍경을 더럽히는 존재였다. 바닷가에 흩어져 있는 정어리 통조림이나 종이봉투처럼.
글쓰기에 있어 첫 문장이 중요하다. 독자의 호기심을 어떻게 끌어올리지가 중요한데 아주 간단한 문장으로 독자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늦은 오후에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노숙자를 보았을 때 인상이 찡그리고 '더럽다'라는 단어만 생각났는데 도시의 거무죽죽한 쓰레기, 풍경을 더럽히는 존재 그리고 바닷가에 흩어져 있는 정어리 통조림이나 종이봉투라니… 직설적인 표현이 아니어도 충분히 인상이 구겨지며 '더럽다'라는 느낌을 살린 매력적인 첫 문장이다.
2) 마지막 문장(p21)
- 모든 게 너무 고요하고 향긋해서, 몇 분 전만 해도 한 무리의 포로들과 함께 역한 하수구 냄새와 비누 냄새 진동하는 곳에 바글바글 갇혀 있었다는 게 실감 나지 않았다. 나머지는 사라졌고, 이제 우리 둘만 길에 나선 부랑자 같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내 손에 눅눅하고, 다 썩어빠지고, 구질구질한 담배꽁초 4개를 쥐여주는 것이었다.
상반된 의미를 잘 살렸으며 마지막 구절에 저자의 생각이 아닌 상황 묘사로 부랑자(노숙자)에 대한 느낌을 확 살린 글이다.
3) '부랑자들'을 비유한 표현
도시의 거무죽죽한 쓰레기, 풍경을 더럽히는 존재, 바닷가에 흩어져 있는 정어리 통조림이나 종이봉투
연못가로 몰려가는 양 떼, 배만 불룩한 변변찮은 똥개, 매트리스 속의 벌레
우리들 속옷의 꼴사나운 비밀
눅눅하고, 다 썩어빠지고, 구질구질한 담배꽁초 4개
4) '부랑자들'을 묘사한 표현
지칠 대로 지쳐 뻗어버린 우리는 지저분한 얼굴에 사제로 만든 담배만 삐죽 내 물고 있을 뿐이었다.
발목 둘레에다 밀반입 품을 잔뜩 채워 넣은 우리를 누가 봤으면 코끼리 피부병에 걸린 줄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때가 시커멓고, 해어지고 기운 데, 단추 대신 시로 묶은 데, 몇 번이나 덧대 기운 데 투성이었던 것이다.
나는 물에 뜬 시커먼 때를 흘긋 한번 보자마자 그날은 그냥 지저분한 채 지내기로 했다.
머리는 난발이고, 얼굴은 수염과 주름이 가득하고, 가슴은 푹 꺼지고, 발은 평발이고, 근육은 축 처진 것이, 온갖 기형과 몰골들이 다 모인 듯했다. 게다가 모두가 축 늘어져 있었고 혈색도 희한했다.
내 손에 눅눅하고, 다 썩어빠지고, 구질구질한 담배꽁초 4개를 쥐여주는 것이었다.
5) 공유하고 싶은 문장
- 머리 위로는 꽃 흐드러진 밤나무 가지가 드리워져 있었고, 그 위로는 맑은 하늘에 커다란 양털 구름이 거의 움직임 없이 떠 있었다. 그 아래 풀밭에 흩어져 있는 우리는 도시의 거무죽죽한 쓰레기 같았다. 우리는 풍경을 더럽히는 존재였다. 바닷가에 흩어져 있은 정어리 통조림이나 종이봉투처럼.
- 나는 따분함이야말로 부랑자 최대의 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은 허기나 불편보다도, 심지어 언제나 남 보기 망신스럽다는 느낌보다도 더한 것이지 싶다. 무지한 사람이라고 해서 온종일 아무 할 일 없이 가두어둔다는 건 어리석고도 잔인한 짓이다. 개를 통 속에 가둬놓고 묶어두는 일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감금을 견딜 수 있는 건, 자기 안에 위안거리가 있는 배운 사람들뿐이다.
머리 위와 아래를 상반되게 잘 표현했다. 눈에 그려지듯이 비유와 묘사를 적절하게 잘 버무려 표현했다.
사실을 담담하게 써 내려가면서 부랑자에게 제일 어려운 일이 무엇인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며 독자에게 말한다.
노숙자라고 하면 일단 더럽다는 이미지가 강한데 그것보다 더 불행한 것이 따분함이라는 생각에 새로웠다.
6) 인상적인 장면
스스로도 부랑자이면서 다른 계급의 부랑자처럼 생각하는 젊은 목수 말이 인상적이었다.
쓰레기들을 떼어놓으려면 음식이 나빠야만 되고 여기 부랑자들은 너무 게을러서 일을 하려고 안 하며 그래서 다 저 꼴이 된 거라며 격려해 줄 것 없다며 다 쓰레기라고 말한다.
어느 부랑자 말에 어딜 가나 어디에 속하나 그곳에는 보이지 않는 계급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어쩌면 다 같은 부랑자처럼 보이지만 과거에 그 사람이 어떤 인생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나뉘는 부분이 씁쓸해진다. 오웰 또한 부랑 자이만 그들과 다른 점을 언급하는 걸 보면 젊은 목수가 크게 다르기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7) 작가가 진짜 전하고 싶은 메시지
나는 따분함이야말로 부랑자 최대의 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삶의 너무나 많은 부분을 아무 일도 안 하면서 보내야 하는 그들로선 따분함으로 인한 고통이 더 큰 법이다. 그런 사람들 격려해 줄 것 없어요. 다 쓰레기니까.
어쩌면 오웰은 따분한 시간을 가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책을 일거나 글을 써라는 것은 아닐까.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란 정말 힘들다. 같은 24시간이 있어도 어떤 사람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고 어떤 사람은 부족하다고 말한다. 내가 속한 곳이 어디든 따분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뭔가를 배워야 한다. 그것이 책이든, 전문적인 일이든. 또한 사람들이 비난하듯 쳐다보는 부랑자일지라도 그 속에는 보이지 않은 계급이 존재한다는 점을 말한다.
오웰 또한 그들과 다르다는 점을 부각한다. 그럼 나 또한 그 무리 속에 있다면 그들과 다르다고 생각할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는 원천은 어디에 있을까? 무료하고 따분한 시간을 보내지 않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다.
의미치료를 만든 빅터 프랭클이 쓴 << 죽음의 수용소에서 >> 책에서 보면 심리적으로 무언가를 상상하는 사람은 그 힘든 상황 속에서도 살아남는다며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고통스러운 시간을,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따분하게 보내는 사람보다 유머와 예술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으로 버티는 사람들이 더 살아난 확률이 높았다. 이처럼 따분한 시간을 가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 독자에게 말한다.
영화 출연료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많던 키아누 리브스의 충격적인 모습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조지 오웰처럼 일부러 노숙(부랑자) 생활을 자처한 것이다.
오웰은 버마에서 있었던 충격적인 일에서 벗어나고자, 리브스는 충격적인 가족의 죽음에서 벗어나고자 선택한 노숙생활이었다.
한 사람은 글과 책으로 한 사람은 가족에 대한 추억과 영화에 대한 사랑으로 따분한 시간을 보낸다는 생각이 든다. 우스갯소리로 키아누 리브스는 노숙자여도 멋있다고 말하니, 오웰 또한 같은 부랑자였지만 좀 특별하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노숙자'에 대한 그림책은 거의 없다.
하지만 노숙자 또한 우리 사회 구성원이며 사회 약자이다.
그들에게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사회에서 끌어안아야 할 사회 구성원이기에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 이야기로 그림책 큐레이션 한다.
너새니얼 래첸메이어 (지은이), 로버트 잉펜 (그림), 이상희 (옮긴이) / 문학과지성사2004-02-20
원제 : Broken Beaks
머리가 헝클어진 걸인 아저써와 부리가 부러져 먹이를 먹을 수 없는 꼬마참새의 우정을 그린 책이다.
참새와 걸인 아저씨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서로의 불행을 알아보고 서로의 고통을 마음 깊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공원 바닥에 떨어진 빵 한 조각조차 사이좋게 나누고, 어디든 늘 함께하는 모습이 독자에게 뭉클한 감동을 안겨준다.
펜선이 살아 있는 치밀한 그림과 담담하면서도 내성적인 힘이 느껴진다. 또한 소외된 생명들의 소중함을 들려주는 따뜻한 이야기다.
루리 (지은이) / 비룡소 2020-11-05
당신들은 열심히 살았는데도 할 일이 없어졌다는 거예요?
<<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 >> 그림책은 << 브레멘 음악대 >>를 오늘날 우리 사회 현상에 맞게 재해석한 창작 그림책이다. 표지에서부터 당나귀, 개, 고양이 그리고 닭이 각자의 위치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면 분할 구성으로 눈길을 끈다. 앞 뒤 면지는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해 주는 역할을 한다. 네 동물과 도둑들이 살아가는 일상과 숨은 그림 찾기 하듯 등장인물을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또한 앞으로 닥칠 암울한 이야기를 예시하듯 흑백으로 처리했다.
모범택시 운전수, 편의점, 노점상, 작장 해고 등 무도 제 각각의 사연으로 갈 곳을 잃다 우연히 지하철에서 만난 그들은 어디로 갈지 모른 채 함께 걸어가다 도둑들이 있는 집 앞에 멈춰 선다. 도둑들은 동물들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란다.
"아니, 열심히 살았는데도 할 일이 없어졌다고? 열심히 살아도 소용없네."
요즘 현세대가 겪고 있는 고충을 담아 독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기는 그림책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사회적 약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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