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의 추억 Bookshop Memories

<나는 왜 쓰는가 - 특별한 경험> 서점(1936.11.)

by 그림책미인 앨리

1936년 11월 <포트나이틀리>지에 게재된 글이다. 오웰은 1934년 11월부터 1936년 1월까지 런던의 '북러버스 커너 Booklovers' Corner'라는 헌책방에서 파트타임 직원으로 일한 바 있다. 당시의 경험을 살려 쓴 소설 <<엽란을 날려라>>가 1936년 4월 출간되었고, 이 에세이에 소개된 풍경은 소설에서도 1장 첫머리부터 특유의 독설과 유머가 돋보이는 문체로 세밀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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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 오웰이 일한 서점의 과거와 오늘날 모습 -

1) 첫 문장(p43)

- 헌책방에서 일하던 때 주로 느낀 것은 정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점이었다.

(일해보지 않으면 매력적인 노신사들이 송아지 가죽으로 장정한 고서들을 마냥 열독하고 있는 천국 같은 곳으로 상상하기 쉽다.)


2) 마지막 문장(P50)

- 편집증 환자 같은 손님들과 죽은 왕파리들이 너무 쉽게 연상되기 때문이다.


헌책방에 일하면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첫 소절과 헌책방에 대한 나쁜 이미지가 딱 맞아떨어지는 명백한 연결성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다. 이런 연결성 있는 문장을 쓰고 싶다.


3) 읽기 전 제목에서만 드는 느낌

- 서점의 추억이라고 했을 때, 그저 서점에서 일어난 하루 정도의 에피소드라고 생각했다.


4) 읽고 난 후의 느낌

- 부산의 헌책방 골목이 생각났고 그 속에서 느꼈던 이미지와 책방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났다. 또한 그 시절에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드물듯이 현재 책방에 오는 고객 또한 책을 얼마나 좋아할지 미지수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책방(서점)에 가는 이유가 지적인 면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은 아닐까. "나 책 좀 보는 사람이야."


책 제목만으로 보았을 때 서점에서 하루 일어나는 에피소드라고 생각했다. 서점의 추억이라고 하니 그곳에서 로맨스가 일어났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혹은 정말 찾기 힘들었던 희귀 성 책을 찾았다거나 아니면 자신의 책을 발견해 기뻐하는 모습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 읽고 나니 나 또한 서점에 대해 로망이었던 생각이 깨졌다.

흔히 책을 많이 읽다 보면 특히 그림책을 많이 읽다 보면 누구나 그림책 서점을 차려볼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더구나 우리 동네처럼 서점이 한 군데만 있다면 뭔가 잘 될거라는 희망을 가지지만 수많은 출판사와 작가들이 쏟아내고 있는 책들을 보면 잠시 주춤할 때가 있다. 또한 그 동네의 인구 조사를 예상했을 때,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책을 좋아하고 관심 있을지가 의문이었는데 < 서점의 추억 > 에세이를 보며 긍정적인 부분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더 많이 부각되기도 했다.

한편으로 진상 손님 이야기가 나왔을 때 문득 어릴 적 빵 가게 할 때 스치고 지나간 진상 손님들이 생각나 몸소리쳤다. 내가 장사를 절대로 안 하려고 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한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5) 재미있는 부분(p50)

- 한 번에 500권, 만 권씩 보다 보니 책이란 게 시시했고 지긋지긋하기까지 했다.

요즘은 가끔씩만 책을 사고, 그것도 읽고는 싶은데 빌려 볼 수 없는 것만을 산다.

그리고 시시한 건 절대 사지 않는다.

묵은 종이의 달큼한 냄새는 더 이상 내 마음을 끌지 못한다.

편집증 환자 같은 손님들과 죽은 왕파리들이 너무 쉽게 연상되기 때문이다.


한 번에 500권, 만 권씩 보다니. 그게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심과 함께 책이란 게 시시하고 지긋지긋하기까지 했다. 오웰이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마음이 있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당연히 작가라면 책과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얼마나 진상 손님들이 많았으면 이런 생각을 했을까? 무심히 이 부분을 읽다가 집 안에 곳곳에 있는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올해 목표 중 하나가 집 안에 널려있는 책 읽기라 열심히 읽기는 하는데 줄어든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10권 이상은 읽은 것 같은데 내 주변에는 여전히 책들이 탑처럼 쌓인 것을 보고 나 또한 지긋지긋해지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진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읽고 싶다는, 아니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차지하고 있다.

묵은 종이 냄새를 좋아하는데, 나도 오웰처럼 헌책방에서 일하면 그 냄새가 싫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6) 인상적인 부분(p45)

- 런던 같은 도시에서는 딱히 병원에 가야 할 정도는 아닌 정신이상자들이 길에 나다니는 경우가 언제나 많고, 그들은 종종 서점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왜냐하면 서점은 돈을 전혀 쓰지 않고도 오랫동안 서성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거창한 얘기를 아무리 해도 그들에겐 시대착오적이고 겉도는 구석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명백한 편집증 환자를 대할 때면 그가 요구하는 책을 따로 빼놓았다가 그가 나가자마자 서가에 다시 꽂곤 하는 경우가 아주 많았다. 그들 중 누구도 값을 치르지 않고 책을 가져가려 한 건 아니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단지 그들은 주문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그건 그들에게 정말 돈을 쓰고 있다는 환상을 준 게 아닌가 싶다.


런던 같은 도시라고 표현한 이유는 무엇일까? 런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모던하고 단정하고 깨끗한 이미지? 뭔가 지적인 이미지가 많이 풍기는 냄새가 강한데 그런 곳에서도 정신이상자들이 길에 다니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비꼬는 듯한 느낌이 글이 인상적이었다.

겉만 보지 말고 판단하라는 의미가 아닐까라고 생각하면서 편집증 환자 가 서점에 왔을 때 하는 행위, 그리고 그 모습에 대비하는 서점 주인의 모습에서 웃음이 픽 나왔다. 예전에는 서점이 만남의 장소가 되면서 책에는 관심 없지만 시간 때우기 위해 (친구가 오기 전까지) 방문한 사람이 많았다. 사람이 많이 붐비면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덜한데 사람이 거의 없을 땐 들어갈까 말까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나 역시 지금만큼 책을 읽지 않을 때 서점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책을 들쳐다 놓다 하는 행위를 수없이 했던 기억이 났다.

돈을 쓰지 않아도 오랫동안 서성일 수 있는 곳. 지금은 그런 곳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 돈을 쓰면서 오랫동안 서성이는 곳으로 탈바꿈하는 곳이 하나 둘 생기는 현상이 오늘날 서점의 존재이다. 책 매출과 고객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변화고 있다.


7) 공감 가는 문장(p44)

우리 가게에 오는 사람들 상당수는, 어딜 가나 성가신 존재이겠지만 서점에 와서 특별한 기회를 누리려고 하는 부류였다. 이를테면 "아픈 사람 줄 책"을 원한다거나, 1897년에 읽은 너무 좋은 책인데 찾아줄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는 친애하는 노부인들이 그들이다. 안타깝게도 후자에 속하는 노부인은 제목도 저자명도 내용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표지가 빨간색이었다는 건 확실히 기억한다.

그런데 그들 말고도 어느 헌책방에나 자주 출몰하는, 성가시기로 유명한 유형이 둘 있다.

하나는 묵은 식빵 껍질 냄새가 나는 쇠약한 사람이 매일같이, 어떤 때는 하루에 몇 번씩 찾아와 무가치한 책들을 팔려고 하는 경우다. 또 하나는 살 의향이 조금도 없으면서 책을 대량으로 주문하는 경우다.


간혹 헌책방에 가면 오웰이 말한 비슷한 손님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때가 되면 서점 주인 표정은 정말 난감해진다. 서점을 방문한 고객조차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곤 하는데 주인은 오죽하랴.

그래도 "아픈 사람 줄 책"을 원하는 사람은 그나마 괜찮다. 책 제목도 내용도 모른 체 표지 색으로만 책을 찾아달라고 하면 주인 입장에서는 얼마나 난감할꼬. 헌책방에는 책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책을 팔 목적으로 오는 사람도 있다. 지금이야 인터넷으로 판매 가능하지만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책 팔기 위해 헌책방을 종종 찾는다. 막무가내로 팔려고 진상을 떨면 그만큼 책에 대한 사랑이 식는 경우는 없을 것 같다. 살 의향이 없으면서 책을 대량으로 주문하는 경우는 지금도 어디에나 있다. 책이 아니라도 할 것처럼 예약을 해 두고는 연락도 해주지 않고 오지 않는 고객들이다.


8) 작가가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부분은 어디에?(p49)

하지만 내가 서점 일을 평생 하고 싶지는 않은 진짜 이유는 그 일을 하는 동안 내가 책에 대한 애정을 잃었기 때문이다.

- 일하는 시간은 대단히 길다.

- 근무환경이 건강에 별로 좋지 않다.

- 책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그 어떤 물건보다도 더 많고 고약한 먼지를 뿜어내며, 책머리만큼 왕파리가 죽을 장소로 선호하는 곳은 없다.


책을 사랑하는 그가 책이 정말 싫어진 이유, 그리고 서점 일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힘차게 흔들어대는 이유가 담겨있다. 서점에서 일한다고 하면 상대방이 느끼는 로망이 사실이 아니라는 부분이다.

책에 대한 애정을 잃었다는 것은 작가로서 큰 아킬레스건이기에.


최근 들어 '서점'을 소재로 하는 소설이 등장하거나 인기 있는 드라마 단골 배경으로 서점이 등장해 화제다.

드라마 촬영지나 소설 배경으로 등장하는 서점은 관광지처럼 부쩍이며 사람들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그러면 그들은 과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일까?

Yes라고 자신 있게 대답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제사보다 젯밥에 더 관심이 많은 것처럼.

헌책방이든 일반 서점이든 진상 손님은 늘 있기 마련이다. 다만 서점에 대한 로망이 다면 조지 오웰이 쓴 에세이 < 서점의 추억 > 글을 읽어보고 결정해 보는 것이 좋겠다.




남다른 그림책 큐레이션


'서점'에 관련된 책을 소개할 때 꼭 마치지 않고 하는 그림책이다.

오웰이 소개한 진상 손님 중 이 책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물론 그림책 속 주인은 아주 현명하게 대처하며 무엇보다 책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큐레이터이다. 그림책 큐레이터 강사로 활동하다 보니 나 또한 일상생활과 그림책이 자동으로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다. 아직 많은 정보가 내 머릿속에 저장되어야 하지만 뭐 기억 안 하면 또 어떠랴.

나에게는 '메모'라는 무기가 있다. (쳇 GPT에는 오류로 알려주는 정보가 많이 신뢰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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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알라딘 서점 -


요시타케 신스케 (지은이), 고향옥 (옮긴이) 온다 2018-07-17원제 : あるかしら書店

<< 있으려나 서점 >>은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가 생각하는 책에 대한 모든 상상이 들어있어 독자입장에서 매우 흥미롭다. 또한 그림책(북)큐레이터에 대한 일을 소개할 때 이 책만큼 적합한 그림책은 없다.

'책에 관한, 책을 위한, 책에 의한' 모든 것이 담긴 이 책은 모든 연령대 사람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요시타케 신스케 매력에 또 한 번 더 빠지는 책이다.

변두리 모퉁이에 있는 작은 서점 '있으려나 서점'에는 없는 책이 없다. 서점을 방문한 손님이 "이런 책 있을까요?"라고 조심스레 물어보면 책방 주인은 "있다마다요. 이런 책은 어떨까요?"라고 답하며 고객 맞춤 서비스를 펼친다. 진정한 북큐레이터의 모습을 독자에게 보여준다. 고객의 요청과 서점 주인의 제안으로 희귀한 책, 서점, 도서관 출판사 등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책 관련 이벤트, 책과 관련된 명소, 독서를 도와주는 도구 등을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며 다양하게 이야기한다.

만약 오웰이 '있으려냐 서점'에서 일을 했다면 지금 생각하는 책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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