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케시 Marrakech

<나는 왜 쓰는가 - 특별한 경험> - 모로코 요양생활(1939)

by 그림책미인 앨리

1939년 12월 < 뉴 라이팅>지에 게재된 글이다.

1938년 7월에 폐결핵이 심하게 도져 한 달 이상 요양원 신세를 진 오웰은, 따뜻한 기후에서 겨울을 나는 게 좋다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지인에게 돈을 빌려 아내와 함께 9월 초에 모로코로 떠난다. 그는 1939년 3월에 귀국할 때까지 마라케시에서 유년 시절에 대한 향수와 전운감도는 시대 분위기에 대한 불안을 반영한 소설 <<숨 쉬러 나가다>>를 완성하고, 같은 해 6월에 출간한다.

ai-generated-8112029_640.jpg - 모로코 (픽사베이) -

1. 당시 모로코의 상황(p67)

- 운구 행렬 한 무리가 곡소리를 내며, 석류 무더기와 택시와 낙타가 붐비는 장터 사이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있었다. 파리들의 입장에서 정말 끌리는 것은, 이곳에서는 시신을 관에 넣는 법 없이 그냥 넝마에 싸서 투박한 나무 들것에 싣고는 친구 넷이서 어깨에 져 나른다는 점이다. 친구들은 장지에 가면 기다란 구멍을 1~2피트 깊이로 파고는 시신을 부려놓고서, 깨진 벽돌 같음 말라빠지고 덩어리 진 약간의 흙으로 덮어버린다. 묘석도, 이름표도, 아무 식별 표지도 없다. 장지는 버려진 집터처럼 황량한 흙무더기 언덕일 뿐이다.


'스페인 내전'으로 인한 피해국 모로코 현재 상황을 오웰이 모로코로 요양 가면서 보게 된 현장이다.

1938년 7월에 폐결핵이 심하게 도져 한 달 이상 요양원 신세를 진 오웰은, 따뜻한 기후에서 겨울을 나는 게 좋다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지인에게 돈을 빌려 아내와 함께 9월 초에 모로코로 떠난다. 그곳에서 전운 감도는 시대 분위기에 대한 불안을 느끼게 하는 내용이다.


[ 여기서 잠깐! ]

"스페인 내전"에 대해여~

스페인 내전(스페인어: Guerra Civil Española, 문화어: 에스파냐 공민 전쟁)은 마누엘 아사냐가 이끄는 좌파 인민전선 정부와 프란시스코 프랑코를 중심으로 한 우파 반란군 사이에 있었던 스페인의 내전이다. 1936년 7월 17일, 모로코에서 프란시스코 프랑코 장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내전이 시작되었고, 1939년 4월 1일에 공화파 정부가 마드리드에서 항복하여 프랑코의 반란군 측의 승리로 끝났다. 이후엔 내전으로 인해 스페인 전 지역이 황폐화되었다. 소비에트 연방과 각국에서 모여든 의용군인 국제 여단이 반파시즘 진영인 인민전선을 지원하고, 파시스트 진영인 독일과 이탈리아, 그리고 안토니우 살라자르가 집권하고 있던 포르투갈이 반란군을 지원하여 제2차 세계 대전의 전초전 양상을 띠었다. 아울러 스페인의 로마 가톨릭교회[주해 1]와 왕당파는 우파를 지원하였다.
영국과 프랑스는 공화국 정부에 군수물자를 지원하였으나, 국제 연맹의 불간섭 조약을 이유로 공화국 정부에 대한 지원에 미온적이었다. 또한, 미국은 공식적으로 중립을 표방하였지만, 공화파와 지원국 소련 측에는 전투기와 같은 비행기를, 국민파 측에는 가솔린을 팔았다. (출처: 위키백과)

https://youtu.be/S8kZQOujj3E


2. 첫 문장(p67)

- 시신이 지나갈 때 레스토랑 테이블의 파리들은 구름처럼 몰려가더니 몇 분 뒤에 돌아왔다.


정말 끔찍한 상황을 '파리' 인용으로 더 소름 돋게 한 문장이다.

구름처럼 몰려가더니 돌아왔다. 윽! 정말 징그럽고 소름 끼치는 장면이 상상된다.



3. 마지막 네 문장(p76)

- 그것은 우리 모두가 알지만 약아서 말은 안 하는 그런 유의 비밀이었다.

- 모르는 건 흑인들뿐이었다.

- 무장한 자들이 1~2마일 줄을 지어 평화롭게 흐르듯 걸어가는 모습이 마치 소떼가 긴 행렬을 이루어가는 광경 같았다.

- 그리고 그들 위에 반대 방향으로 유유히 떠가는 크고 하얀 새들은 종잇조각처럼 반짝였다.


알지만 약아서 말 안 하는 유형, 모르는 건 흑인들뿐.

인간이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당하는 걸 알면서도 말 안 하는… 참혹하면서도 복잡한 감정이 든다.


4. 오웰이 마주하는 '불편한 진실들 '의 문장

- 모든 식민제국은 실제로 그런 사실의 기반 위에 서 있다.

사람들 얼굴색이 짙으며, 그 숫자가 워낙 많다는 것이다! 그들도 과연 우리와 같은 인간인가?

그들에게도 이름이란 게 있는가? 아니면 벌이나 산호충만큼만 개별적인, 서로 구별되지 않는 갈색의 존재에 불과한가? 그들은 흙에서 나서 몇 년 동안 땀 흘리고 굶주리다 폐기장의 이름 없는 흙더미 속으로 돌아가 묻히며, 그들이 왔다 갔다는 것을 알아주는 사람도 없다. 더구나 무덤 자체도 얼마 뒤면 금세 보통 흙으로 돌아가버린다. 산책을 하며 선인장 사이를 빠져나가다가 좀 울퉁불퉁한 데가 있을 경우, 튀어나온 부분들이 어느 정도 규칙적이면 발밑에 해골이 있다는 뜻이다. (p68)


- 행렬이 지나갈 때 아주 어린 흑인 하나가 돌아보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그가 내게 던진 표정은 익히 예상할 만한 그런 표정이 전혀 아니었다.

적대적이지도, 경멸적이지도, 부루퉁하지도, 탐색적이지도 않았다.

그것은 수줍어하며 눈이 휘둥그레지는, 기실 깊은 존경심이 드러나는 흑인의 표정이었다.

나는 그게 어떤 것인지 알았다. 프랑스 식민이며 그래서 숲에서 끌려와 바닥 청소나 하고 기지촌에서 매독에나 걸리게 될 이 불우한 소년은 정작 하안 피부 앞에서 존경의 감정을 내보였다. 그는 백인종이 자신의 주인이라 배웠으며 아직도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이다. (p75)


5. 불편한 진실들을 마주하고 글을 쓰는 오웰의 태도와 의도 (작가가 이 글을 쓴 의도)

- 그런 생각을 하면 피가 끓을 듯하건만, 인간의 곤경 때문에 그러는 경우는 잘 없다.

나는 지금 사실에 대한 논평을 하는 게 아니라 사실을 지적하는 일뿐이다. (p74)


- 그러나 흑인 군대의 행군을 보면 어떤 백인이든 품게 되는 생각이 하나 있다.

"우리가 언제까지 저들을 골려먹을 수 있을까? 얼마나 있으면 저들이 총구를 다른 방향으로 돌릴까?"

정말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곳에 있는 백인이라면 누구나 마음 한구석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그랬고 다른 구경꾼들이 그랬고, 땀 흘리는 말에 올라탄 장교들이 그랬고, 그들과 함께 행군하는 백인 하사관들이 그랬다.(p75~76)

그것은 우리 모두가 알지만 약아서 말은 안 하는 그런 유의 비밀이었다.

모르는 건 흑인들뿐이었다.


우리나라 또한 지배를 받았던 시절이 있어 식민지 생활이 어떤지 감히 예측할 수 있다.

지배자들이 어떤 시선으로 어떤 마음으로 식민지를 대하는지 짐작한다.

모로코에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면서도 오웰은 자기 나름대로 호의를 베풀지만 백인의 위치이기에 어쩔 수 없는 생각을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모두가 알지만 약아서 말은 안 하는 이유.

오웰이 살았던 시대는 내란이나 전쟁 이유로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인종으로 크게 구분되었지만 현대는 어떨까? 전쟁은 아니지만 지배자와 피지배자와 관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지배자는 여전히 피지배자를 식민지 시선으로 보고 대하며 피지배자는 그런 현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때도 있다. 왜 그럴까? 지배자에게 잘못 보이면 돌아올 것이 하나도 없거나 피해만 본다는 망상이라 생각한다.

사람 사는 사회, 이곳에서 나는 지배자일까? 피지배자일까?


6. 키워드 찾기 / 글을 이끌어 나가는 중심 어휘들

- 파리, 흙무더기, 식민제국, 사람들 얼굴색, 해골, 빵, 유대인, 피부색, 당나귀, 흑인


7. 인상적인 문장들

- 시신이 지나갈 때 레스토랑 테이블의 파리들은 구름처럼 몰려가더니 몇 분 뒤에 돌아왔다.

- 파리들의 입장에서 정말 끌리는 것은, 이곳에서는 시신을 관에 넣는 법 없이 그냥 넝마에 싸서 투박한 나무 들것에 싣고는 친구 넷이서 어깨에 져 나른다는 점이다.

- 녀석은 빵을 재빨리 물어뜯고는 고개를 숙여 나를 들이받을 듯하다가, 다시 한입을 뜯어먹고는 또 들이받을 태세를 취했다. 녀석은 나를 쫓아버려도 빵은 아무튼 허공에 그대로 매달려 있겠거니 생각하는 듯했다.

- 그녀는 노파로서의, 짐 나르는 짐승과 다를 바 없는 자기 신분을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는 가족이 어딜 갈 때면 아버지와 장성한 아들이 당나귀를 타고 앞서가고, 나이 많은 여자는 짐을 지고 걸어서 따라가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것은 그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 그리고 그들 위에 반대 방향으로 유유히 떠가는 크고 하얀 새들은 종잇조각처럼 반짝였다.


전쟁은 여전히 일어나고 있고, 지배자와 피지배자는 여전히 존재한다.

사람 얼굴색에 따라 보이지 않는 선입견 시선은 계속되고 알면서도 말 안 하는 경우도 진행 중이다.

왜일까? 잔혹한 현장을 마주하는 오웰은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만약 오웰이 지금 우리나라에 살아있다면 어떤 생각을 글을 쓸지 궁금해진다.

읽는 내내 좀 답답했던 마음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남다른 그림책 큐레이션


대부분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그림책 내용이 대부분이라 어둡게 끝나는 그림책은 드물다.

그중에서 역사와 관련해 '식민지'에 대한 그림책을 찾아보면 미국의 노예시대나 유태인이 나치로부터 피박 받은 내용이 많다.


조지 오웰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 중 스페인 내전으로 인한 지배자와 피지배 이야기 「마라케시」를 읽고 생각난 그림책 한 권을 소개한다. 피지배층인 노예에 대한 내용이다.

'노예' 이야기는 미국을 배경으로 한 그림책이며 영화 〈노예 12년〉이 떠오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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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어스 레스터 (지은이), 로드 브라운 (그림), 김중철 (옮긴이) 낮은산2005-04-30
원제 : From Slave Ship to Freedom Road (1998년)


역사책에는 링컨 대통령이 노예를 해방시켰다고 쓰여 있지. 링컨이 노예제도를 없애는 노예 해방령 문서에 서명한 건 사실이야. 하지만 모든 공을 링컨에게만 돌리는 건 옳지 않아.
노예와 흑인이 스스로를 위해 한 일을 잊지 말아야 해.
그것은 국가를 위한 일이기도 했어.

파란 바다를 항해 가는 커다란 배. 바다엔 흑인들의 시체가 떠나딘다.

"병든 사람과 죽은 사람은 헌신짝처럼 바다에 내던져졌다.

차곡차곡 곡식자루처럼 쌓여있는 흑인들, 그들 발에는 쇠사슬로 묶여 있다. 사라마을 실은 배가 아니라 팔 물건을 보관한 창고처럼 보이는 그야말로 인간의 존엄성은 존재하지 않으며 한낱 물건처럼 방치되어 있는 그림이 충격적이다.


노예로 팔려간 흑인들은 자유를 얻기 위해 도망친다. 하지만 탈출을 성공한 노예는 소수에 불과하며 탈출하다 잡혀온 노예는 모두가 보이는 앞에서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채찍으로 맞거나 주인에 의해 살해된다.

"하느님은 왜 우리를 구하시지 않나?"


담담한 글과 대조적으로 지극히 사실적인 그림을 마주한 사람에게 큰 충격을 던져준다.

미국의 노예제도 아래 크게 고통받는 흑인들의 처절한 삶을 그려낸 그림책이다.

당시 살던 곳에서 강제로 끌려와 노예로 살아야 했던 흑인들의 고통이 그대로 느껴지며 노예제를 통해 인간 본성에 내재한 악과 인권, 자유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https://youtu.be/QCKbl_vYf6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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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르윈 (지은이), 양녕자 (옮긴이) 미래아이(미래 M&B, 미래엠앤비) 2006-12-27
원제 : The Stoytellers (1998년)

'모로코'를 배경으로 한 그림책이다.

지금은 절판된 상황이라 아쉽다. '모로코'에 대한 그림책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기에 독자입장에서는 궁금하며 다시 출간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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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프리카에 있는 모로코의 아름다운 도시, 페즈를 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천 년 전의 이슬람 문화와 전통이 변함없이 이어져 내려오는 곳으로,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도시의 구석구석을 옮겨놓은 듯한 세밀한 그림과 페즈의 전통 시장인 수크에서 이야기를 팔아 생계를 꾸려가는 할아버지와 손자 이야기다.


주인공 압둘의 할아버지는 텔레비전과 책이 보편화된 지금까지 구전 문학의 전통을 이어나가며 형태가 없는 이야기에 값을 매기는 이야기꾼이다. 할아버지와 손자는 직업에 상당한 자부심을 느낀다. 이야기 속에는 아랍아 표현을 그대로 사용해 이슬람 문화를 배우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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