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쓰는가> - 문학적 고백 (1944.11.) / 장미
1944년 1월 <트리뷴>지에 게재된 글이다.
오웰 자신이 문예 부문 편집장으로 있던 <트리뷴>지에 말 그대로 "좋을 대로" 쓰던 고정 칼럼이다.
1943년 12월부터 편집장 일을 그만둔 1945년 2월까지는 매주 정기적으로 썼고, 1947년 4월까지는 비정기적으로 썼다. 그 칼럼들 중에서도 가장 짧은 이 글은 오웰의 개성과 기지가 단적으로 잘 드러난다. 같은 해 6월 오웰 부부는 생후 몇 주 된 남아를 입양하여 '리처드 호레이쇼 블레어'(오웰의 본명은 '에릭 블레어' 다)라 이름 붙인다.
- 어느 기고자가 나를 "부정적"이고 "언제나 무언가를 공격하는"사람이라며 꾸짖었다.
사실 우리는 크게 기뻐할 일이 별로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나는 칭찬할 게 있을 땐 기꺼이 칭찬하는 사람이다. 그러면 여기서 울워스 산 장미에 대한 칭찬 몇 줄을 적어볼까 하는데, 지나간 일에 대해서라는 건 유감이다.
오웰은 스스로가 부정적이고 공격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칭찬할 게 있을 땐 기꺼이 칭찬하는 사람이라고 아니 '나도 항상 부정적이지 않아.'라고 증명이라도 하듯이 '장미'에 관한 이야기를 쓴다.
오웰은 '장미'에 대하 어떤 관점으로 생각하며 글을 쓸지 사뭇 궁금해진다.
근데 '유감'이라고 표현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 이 장미들은 하나같이 깜짝 과자 봉지 같은 재미를 선사했고, 언제나 뜻밖의 새로운 품종이 나타나 별난 이름을 붙여봄 직한 기회를 누리게 해 주었다.
울워스 물건값이 6 페니가 넘어가지 않는 장미는 꼬리표와는 상이하게 폈다는 오웰 말에 웃음이 절로 터졌다. 왜 이거라고 생각했던 물건이 내 예상과는 다른 결과물이 나올 때 나오는 표정이 떠오르며 오웰은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상상하니 재밌다.
꼬리표와 전혀 다르게 꽃이 핀다면 속았다는 것인데 오웰은 여기서 긍정적인 면을 발산한다.
'깜짝 과자 봉지', '언제나 뜻밖의 새로운 품종', '별난 이름'이라는 단어를 쓰며 자신이 부정적인 사람이 아님을 증명한다. 보통은 사실과 다르면 화가 나는 것이 정상인데 이런 남다른 시선과 독특한 표현을 쓰다니.
오웰이 꼭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이 글을 통해 증명되었다.
- 덤불 장미는 적어도 넉 달에 걸쳐 꽃이 피고 지기를 거듭할 것이다.
전부 겨우 6 페니 주고 산 것이었다. 전쟁 전 기준으로 '플레이어' 담배 10개비, 마일드 생맥주 한 잔 반, <데일리 메일 > 일주일 구독료, 공기 텁텁한 극장에서 보는 영화 20분 정도에 해당하는 값이었으니!
적은 돈 6 페니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니.
전쟁 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작은 행복에 비해 덩굴장미가 주는 행복에 오웰은 큰 기쁨을 느낀 것 같다.
비록 꼬리표와 전혀 다르게 매번 결과물이 나오는 장미지만 행복이라는 것이 크기와 돈과는 상관없음을 전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가시가 돋친 장미. 사람들은 도도한 여성을 표현할 때 장미로 표현한다.
유혹할 때 많이 사용하는 장미가 오웰에게는 다른 행복으로 다가왔다.
또한 6 페니도 안 되는 장미로 오웰이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사람이 아님이 증명되었다.
오웰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사람이었다.
이여희 (지은이) 머스트비 2018-07-15
오래된 물건에는 신이 있다. 이 그림책은 장미나무 이야기로 오웰이 6 페니로 구입한 장미가 생각나 선택한 책이다. 이 책에 나오는 부자는 마당의 오래된 장미나무를 어여삐 여기며 조심스레 대한다. 하인 칠복도, 얌전한 부이도, 아직 어린 손녀도 아름다운 장미나무에 혹시라고 해를 끼칠까 신중하게 행동한다.
어느 날 경솔하게 장미나무에 볼 일을 보고 막내아들 때문에 장미나무속에 깃든 귀신은 눈물을 흘린다. 부자는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소중히 할 줄 알아야 한다며 막내아들을 호되게 꾸짖고, 장미나무를 깨끗이 씻기고 매만져 준다. 오래된 물건을 가볍게 여기며 안 되며, 신을 대하듯 소중하게 대해야 한다는 옛사람들의 귀중한 지침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
폴린 칼리우지니 (지은이), 박언주 (옮긴이) 빨간콩 2021-04-20
원제 : Rose? (2019년)
장미 정원에서 한 소녀가 태어났다. 정원이 소녀에게 어떤 색이 좋은지 물었다.
"장미색?" 소녀는 덩굴장미를 피해 달아나며 말했다. "아니야. 절대 아니야!" 소녀는 정원의 꽃들 사이로 자신의 책을 찾아 떠났다. 정원에 사는 친구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색깔과 향기로 소녀의 마음을 얻으려고 한다.
과연 소녀는 자기가 좋아하는 색깔을 찾을 수 있을까?
두꺼운 리놀륨 판을 조각도와 끌로 깎아 내는 리노컷 기법으로 완성한 그림책은 큰 판형이다.
꽃의 아름다움과 웅장함, 섬세함과 정교함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책은 색이 갖고 있는 상징성과 더불어 부드러움, 담대함, 따뜻함, 날카로움, 공포와 어둠, 외부 세계와의 관계에 대한 감각적인 주제들을 꽃을 통해 매우 시각적으로 다루고 있다.
오웰이 말한 노란 백장미를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림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