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종이 책이 읽고 싶군...

이메일이 편지가 될 수 없는 것처럼

책은 종이가 아니면 안 된다.


이번에 책을 많이 가져올 수 있었는데

그 자리에 먹을 것만 뒤룩뒤룩 가져온 나를 책망하며...




예전에 친구 하나가

부모가 자식에게 큰 기대를 하는 것도 하나의 폭력이라고 했던 말이 가끔 떠올랐다.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

자식의 그릇에 따라.


감사하면서도 화가 나면서도 자괴감이 들면서도 불안하고 안정된 느낌.

뭐랄까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된장을 끼얹는 것 같은 괴랄한 감정이 들었던 적이 있다.


근데, 사실 이건 혼자만의 생각일 가망성이 크다.

우리 부모님 그 누구도 나한테 뭐가 되라고

무엇을 하라고 강요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아무도 부과한 적 없는 죄책감.




우리 부친은 그 엄청 멋진 상을 받았다는 양반의 부친과 막역하다면 막역한 사이었으므로

이번 한국에 갔을 때

그들의 만남과 젊은 시절 함께한 이야기들을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도 그런 자식이 되었으면 좋았으련만.


불행히도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그 양반의 집안은 너무나 평범했다.

핑곗거리마저 사라져 버려서 약간 허탈하기까지 했다.


우리 모두 아무도 누굴 탓하지 않는데

망상의 폭탄을 서로 토스하는 느낌.




나이 들어 가며

좋은 점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러니까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갈수록 점점 더 선명해진다는 사실.


그래도 너무 함몰되지는 말아야지.

고집 센 노인네는 별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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