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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이삼사오육칠팔구 Apr 21. 2020

어그레시브 레츠코

렛츠고! 아님 주의.



넷플릭스를 뒤적거리다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다시 보게 되었고

다시 봐도 좋았다.


그러고 보니 이탈리아에 온 후로는 애니를 거의 안 보게 되었다.


사실은 나 애니 엄청 좋아했지!


지금 보니 넷플릭스에 애니가 참 많네!



이렇게 어그레시브 레츠코까지 흘러가게 되었다!



여기 나오는 캐릭터는 다 동물이다.


레츠코는 레서팬더 종이라. 이름이 레츠코이고

고릴라는 고리 부장.

돼지는 돈 부장... 뭐 이런 식.



각설하고


레츠코는 일본판 영애씨 애니 버전 같은 것이다.


단기 계약직 레츠코는 맨날 야근에,

골프만 치는 돈 부장은 일도 안 하면서 레츠코만 조진다(?)

레츠코는 빨리 안정적인 남자와 결혼해서 이 회사를 탈출하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다가 레츠코가  www검색어를 입력하세요 마냥

그 회사 거래처 젊은 벤처 사장(당나귀 종: 타다노)과 사귀게 되고,

(사실 레츠코는 타다노가 백수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의 수수함과 편안함에 끌림.

뭔가 k드라마 같지만...)


잘 되는가 싶더니,

뭐 하나 빠질 것 없어 보이는 다타노는

결혼이 필요 없다는 주의.


매스컴에 열애설과 결혼설이 터지자

타다노는 레츠코에게


너와 있으면 편하고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어차피 결혼은 의미가 없는 것.


같이 오랫동안 함께 지내며

서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각자의 발전을 기하자고 한다.



레츠코는 무척 성실한 사람이지만,

딱히 큰 야망이나 포부는 없고 그냥 소소하게 인스타에 음식 사진 올리고

좋아요를 받는 게 낙인 25살 직딩.

막연하게 평범하고 능력 있는 남자 만나서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길 바랬었다.



타다노처럼 큰 포부나 열정이 없다고 조심스럽게 말하는 레츠코에게 

경리일 따위 당장 회사를 그만 둬도 좋다고,

자기와 함께 있으며

그걸 찾으면 된다고, 그런 것이 없을리 없다고

가슴 뛰는 멋진 일을 찾아서 그걸 키워 낼 수 있다고 레츠코를 독려한다.


레츠코는 

다음 날 돈 부장에게 사직서를 내민다.


돈 부장은 내심 그래도 레츠코가 이모저모

너무 차이나는 사람을 만나 버림 받지 않을까 걱정하던 찰나,


청첩장인 줄 알았는데 사직서인 걸 보고 레츠코에게 말한다.


"너는 왜 그만두려고 하지?

네가 정말 그만두고 싶어서?

아니면 그 사람이 그만 두라고 해서?

너는 문제가 뭔 줄 알아? 너만의 철학이 없어.


나는 야망이 있는 멋진 사람이 아니지만,

그냥 월급쟁이지만,

나는 내 삶을 이렇게 살기로 선택했어. 


우리처럼 시시한 사람들은 그럼 어디서 삶의 보람을 찾아야 할까?

나는 가족을 택했어.

그렇지 않으면 우리같은 사람들의 삶은 너무 지루하거든.

나는 가족을 위해 일 한다.

보잘 것 없고 지루하지.


하지만, 그거 알아?

나는 그렇게 살기로 내가 택했어.


그런데, 넌?

넌 네가 뭘 택했는데?"



나는 순간 몸에 소름이 돋았다.


나의 과거를 보는 것 같았다.


그 때, 나에게는 돈 부장 같은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모르겠다.




레츠코는 사랑하고 조건도 좋은 남자인 타다코를

자기와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놓아 준다.




사람들이 말하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는 말이 이런 말일까.



우리는 그 사람을 죽도록 사랑한다 하더라도

그 누군가를 위해서 나를 바꿀 수는 없다. 바꿔서는 안 된다.


그게 건설적이고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길일지라도


결국 나는 나의 길을 가야 한다.


나의 길과 자연스럽게 만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 길을 함께 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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