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삶이 불안할 땐 주역 공부를 시작합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불안할 때 점을 친다.
주역은 옛 중국에서 점을 쳤던 기록들을 모아서 만들어진 책이다.
이런 책이 어떻게 사서삼경의 하나가 되고 공자가 가죽끈이 세 번 끊어질 때까지 읽을 수 있었을까?
호기심에 살짝 들여다봐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괘상들과 추상적인 효사들로 가득해서 한두 장을 읽기도 쉽지 않다. 주역이 궁금하긴 하지만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강기진 작가의 책을 주역 입문서로 권해주고 싶다.
먼저 주역의 기원부터 알아보자. 우리나라의 단군도 그랬지만 예전에는 정치적 권력과 종교적 권력이 결합되어 있었다. 서양에서는 신탁을 받았고 중국에서는 거북이 등껍질에 궁금한 내용을 새긴 다음, 긍정과 부정으로 나누어 불에 지졌다. 점사의 내용과 실제 그 점사대로 되었는지까지 오랜 시간 기록했다.
처음에는 해석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맞지 않는 것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하나씩 없애고 비슷한 것끼리 64가지의 괘로 분류해서 묶어낸 책이 주역이다.
태극에서 음양이 나온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그다음에 사상체질에서 들어봤을 사상이 나오고 태극기에서 익숙하게 봤던 건곤감리를 포함한 8괘가 나온다. 8괘를 위아래로 조합한 것이 바로 주역의 64괘이다. 각 괘사는 6개의 효로 구성되는데 이는 인간이 겪게 되는 64가지 일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심층적으로 보여준다.
원래 점치는 책으로 시작했지만 오랜 시간을 거치며 그 검증이 하늘의 뜻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경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경전들은 이미 어떤 명제를 진리라고 주장하면서 그 사례를 보여주거나 설명하지만 주역은 오랫동안 점을 치고 인간사를 관찰하다 보니 하늘의 뜻에 맞게 살다 보면 복을 받고 그에 따르지 않으면 벌을 받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이 다르다. 군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우직하게 버티거나, 기다리거나, 바로 실행에 옮기라는 등 목적 달성을 위해 매번 다르게 처신하라는 조언을 해준다.
이 책에 따르면 하늘과 땅 사이에 끼어있는 인간은 불안하고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땅 위의 현실이 하늘의 뜻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곳에 사람의 할 일이 생겨나며 사람은 하늘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소인들은 오직 자신의 이익을 기준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자신의 물질적 욕망이 충족되지 못하면 불안하다. 반면, 군자는 혹시 내가 사는 세상이 아무 의미 없는 곳일까 봐, 나 역시 그런 존재가 아닐까 하는데서 불안을 느낀다. 주역은 군자에게 모든 일에 하늘의 뜻이 있다고 믿고 소명대로 살아가라고 권유한다.
나는 착하게 행동하지만 세상에는 아닌 사람들도 있잖아요? 이렇게 반문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주역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말을 나눌 만한 사람이 아닌 비인(非人)과 함께 공생해야 하는 상경과 비인이 없는 하경의 세계가 구분되어 있다. 내가 지금 인간관계 때문에 너무 힘들다면 상경의 상황에 처해있다고 볼 수 있다. 주역에서는 비인에게 예를 갖춰 대하되, 진심을 주지 말라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나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고 자아실현을 하라고. 하늘이 나를 돕는다는 것을 믿고 처음 품었던 뜻을 이루려 노력한다면 길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언젠가 닭고기공장을 방문했을 때 방금 도계한 닭을 순식간에 발골하는 장면을 본 적이 었었다.
내가 집에서 닭을 손질할 때는 굉장히 오래 걸렸는데 그 사람은 근육의 결에 따라 칼을 넣었고 너무도 쉽게 가슴살과 안창살 등을 슥슥 분리했다. 아마 주역에서 말하는 '결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 바로 그런 게 아닐까.
지금 내가 처해있는 상황과 가야 할 바를 알고 이를 이루기 위해 주역을 참고한다면 살아가면서 느끼는 불안에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대비하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