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건너다
지난 토요일, 상담 선생님은 나에게 '소아우울'을 겪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때는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지만
생각해 보면 그랬던 것 같기도 해.
태어날 때부터 환영받는 아이가 아니었고
툭하면 '너만 없었으면 좋았을 텐데.'
'동생보다 못한 너 때문에 문제야.'
이런 소리를 오래도록 듣고 살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나에게 폭언을 퍼붓는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으며 그 집에 살아야 한다는 게 모멸감이 들어서 살고 싶지가 않았다.
어제는 이런 나의 마음을 반영한 듯한 그림책, '슬픔을 건너다'라는 책을 우연히 읽었다.
첫 장부터 꼼짝도 못 하고 갇혀있는 사람이 마치 나처럼 느껴졌어.
그때 나를 비추던 작은 빛은 무엇이었을까?
나를 사랑한다고 했던 하느님이었을까?
사춘기가 되면서 갈등은 더 심해졌고 빨리 집을 나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며 물질적으로 부족함이 없게 키웠지만 정서적으로는 학대받았다.
아주 오랫동안 우울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았다.
'내가 문제구나.. 내가 없으면 우리 가족은 더 행복할 텐데. 나도 살고 싶지 않아.'
다행히 집을 나와 여기저기 떠돌면서 지금 나 그대로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을 만났다.
나보다 더 힘든 상황에서도 밝고 씩씩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도 보았다.
얼마 전에는 나에게 내가 겪은 문제들을 글로 써보라고 조언해 주는 사람도 있었고
엄마와의 관계에서 비슷한 문제를 겪었던 사람들과도 가까워졌다.
그런 과정에서 나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이제는 조금씩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온라인 공간에 꺼내고 있다.
그 시간들을 버티느라 고생했다.
그렇게 살아왔기에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뭐라 해도 이제는 흔들리지 않는걸.
앞으로도 쉽지 않고 여전히 두렵지만 잘할 수 있을 거야.
그런 희망이 마음속에 피어나기 시작했다.
지금 우울하고 힘들다면 스스로를 더 보듬어주기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힘듦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도 괜찮을 거야.
언젠가 지금의 어려움을 딛고 올라설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