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든 라비올리
나는 할머니에 대한 추억이 없다. 친할머니는 아빠가 군대에 가 계실 때, 외할머니는 내가 유치원생 때 돌아가셨다. 학창 시절 "할머니 보고 싶어서 나 혼자 뵙고 왔어.", "이번 주 주말에 김장하러 할머니집 가야 해."라는 말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우리 집은 왜 김장 안 해요?"
"할머니도 안 계시는데 매년 할 필요 있니."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우리 집은 김장을 안 한다. 기성품 김치를 사 먹거나 주위에서 선물 받은 김치를 먹을 뿐이다. 삐죽- 괜히 심술이 나 툴툴댄다.
"집김치 먹고 싶어."
"어머? 지금 먹고 있는 거 민희 아줌마가 준 김치야~"
"우리 집에서 만든 김치 말이에요. 나는 할머니 기억도 안 나는데."
엄마는 슬픈 표정으로 내게 말씀하셨다. "외할머니는 나와 닮은 너를 되게 예뻐하셨어. 우리 꽃돼지라고 부르시면서 매일 업고 다니셨지."
어느 정도 나이가 든 뒤에, 할머니가 병환으로 돌아가셨다는 걸 알게 되었다. 폐암 말기였다. 병세에 차도가 보이지 않자 의사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말하셨다고 한다. "할매, 이제 고마 가소."라고. 항암에 실패하고 죽음에 순응해야 했던 할머닌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까.
엄마는 김장을 할 때마다 당신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게 실감이 났고, 그걸 받아들이기 힘드셨다더라. 엄마는 할머니가 사무치게 그리웠다. 꿈에서라도 보고 싶었지만 한 번도 나타나지 않는 할머니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사정을 들은 이후로 김치 투정을 하지 않게 되었다. 먹다 보니 기성품 김치도 매력 있던걸.
"이번에 기성품 소스로 라비올리를 만들어 볼까?"
식재료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부라타 치즈
만두
청정원 트러플&포르치니 파스타 소스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트러플 페이스트 대신 시중에서 구하기 쉬운 파스타 소스를 사용했다.
조리도구
숟가락, 트레이, 냄비, 접시
조리 방법
치즈를 적당량 떠 만두피 위에 올린다.
만두피 끝에 물을 발라 감싸준다.
만두피를 소진할 때까지 반복한다.
끓는 물에 약 5분 이내로 삶아준다.
익힌 라비올리를 겹치지 않은 상태로 식힌다.
올리브유, 파스타 소스를 얹으면 완성.
작은 팁
각자 집마다 불 세기 등이 다르므로 눈으로 피 상태를 보면서 익히는 것을 추천한다.
식힐 때 겹쳐두면 라비올리 끼리 서로 달라붙어 만두피가 찢어지므로, 약간 띄워 식혀 준다.
지난번 부라타가 다 녹아 사라졌다며 절대 넣지 말라고 했는데 넣어도 된다. 부라타 치즈는 죄가 없었다. 만두피를 대충 빚은 내 잘못이었다.
사진 속 라비올리처럼 올리브유가 메인인 것도 맛있었지만, 개인적으론 시판 소스에 절여진 게 더 맛있었다. 살짝 데친 라비올리에 스파게티 소스를 붓고 볶아주듯 익힌다. 그럼 소스가 꾸덕하게 입혀진 라비올리를 만날 수 있다. 거기에 올리브유를 듬뿍 뿌려보자. "촉촉하면서 고소하고 녹진해~" 게눈 감추듯 한 접시를 해치울 수 있다.
시판 소스 덕분에 성공적으로 라비올리를 만들 수 있었다. 기성품은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맛이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한 거야.
"오늘 김치 사러 가야겠다~"
할머니가 보고 싶은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