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란오이두부비빔밥
오이는 참 매력적인 채소다. 생으로 먹어도 맛있고, 곁들여 먹어도 맛있다.
“뭐니 뭐니 해도, 그때 텃밭 오이가 최고였지.”
고등학교 시절, 우리 학교에는 텃밭이 있었다. 상추, 가지, 오이, 방울토마토···. 종류도 제법 다양했다.
***
“어, 반장!”
“네?”
텃밭 관리자인 옆반 담임선생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이거 좀 따다 나눠 먹어.”
“헉, 그래도 돼요?”
나는 양손 가득 방울토마토를 쥐고, 팔 사이엔 오이를 껴안은 채 반으로 돌아왔다.
“와, 뭐야?!”
“쌤이 따서 나눠 먹으라고 하시던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런데 오이를 먹은 친구들의 표정이… 점점 굳는다.
“퉤.”
“겁나 써.”
궁금해서 친구가 건넨 오이를 한 입 베어 물었다. 태어나서 그렇게 쓴 오이는 처음이었다. 그 뒤로 다들 방울토마토만 먹고, 오이엔 손도 대지 않더라.
덩그러니 남은 오이 두 개. 내가 먹어야지, 뭐. 한 입 베자마자 올라오는 쓴맛. 하나는 꾸역꾸역 먹었고, 나머지 하나를 두고 고민했다.
남길까?
먹을까?
결론은 이거였다.
‘버리긴 아까워.’
눈을 꼭 감고, 와작- 베어 물었다.
“야야야! 이건 진짜 맛있어!”
“응~ 안 속아.”
“제발 한 입만 먹어봐.”
“응~ 안 먹어.”
다들 거부하는 덕에, 맛있는 오이는 내 차지가 됐다.
‘정말 시원하고, 아삭해!’
그때 먹은 오이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추억의 식재료,
오이를 이용한 비빔밥을 만들자.
재료
오이, 두부, 명란, 현미밥, 진간장, 참기름, 식용유
조리 방법
데친 두부를 깍둑 썰어준다.
오이도 두부 크기에 맞춰 잘라준다.
명란젓을 프라이팬에 구워준다.
현미밥 위에 오이, 두부, 명란젓을 얹어준다.
간장 한 스푼, 참기름 한 바퀴 둘러주면 완성이다.
작은 팁
명란젓은 잘 들러붙으므로 기름을 넉넉히 붓고 굽자.
***
최악과 최고의 오이를 맛본 그날.
쓴맛도 단맛도 모두 그날에 있었다.
첫 입은 배신이었고, 두 번째는 감동이었다.
도대체 무슨 종류의 오이였을까.
한입 가득 추억을 씹으며 식사를 마무리한다.
“오늘 먹은 오이 비빔밥도 정말 맛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