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텐션을 위하여!
치익-
꿀꺽꿀꺽꿀꺽. 정확히 세 모금을 재빨리 목구멍으로 넘긴다.
시원함과 알싸함을 음미할 시간 따위는 없다.
오징어고 나발이고 그런 건 필요 없다. 그냥 깡 맥주다.
그래 봤자 알코올 도수 2%의 누가 보면 음료수냐고 물어보는 최애 맥주는 '호랑이'다.
원래 술을 못 마신다.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랬던 내가 술을 마시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육아를 하면서다.
정확히 말하면 저녁에 아이들을 돌보면서 화가 치밀어 오르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맥주를 마신다.
원래 술을 못 마시기 때문에 맥주 한 캔은 저녁 육아에 매우 특효약이 되었다.
그 한 캔을 마시고 나면 없던 텐션이 하이 업되기 때문이다.
알코올 기운으로 얼굴은 벌게 진 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어느 날 선생님이 학교 뒷산에 올라가 오동 꽃을 보여 주었다. 꽃이 보라색이네? 선생님은 오동 꽃을 보고 글을 써 오라고 했드아 커어어어억."
-아하하하하하
-낄낄낄 엄마 커어어억 웃겨 와하하하
의도치 않게 이런 즐거움도 선사할 수 있다.
살짝 기분이 좋아지면서 웃음 띈 얼굴로 1시간 정도는 가능하다. 이른 오후부터 이미 모든 텐션을 그러모아 소진해 버린 애미는 없는 텐션을 알코올 기운을 이용해 끌어올린다.
-담아, 일기 써야지?
-담아, 구몬 아직 안 했지? 빨리 해.
최대한 나긋나긋하게 말할 수 있다.
맥주는 화를 내지 않기 위한 방편이다.
그 이면에는 남의 편도 한 몫했다. 그는 한반도의 남쪽 끝 도시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다.
우리는 그 이름도 거룩한 '주말부부'이다. 나는 세상에서 그가 제일 부럽다.
넷플릭스에서 안 본 드라마가 없는 여보 덕분에 요즘 무슨 드라마가 핫한지도 모르는 나는 가끔 열불이 터진다. 퇴근 이후 부부가 함께 아이들을 돌보며 대화하는 생활을 한다면 맥주 친구는 필요 없을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맥주를 마신다. Che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