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장박 캠핑을 한다. 솔직히 말해 나는 캠핑을 싫어하는 편이다. 그나마 캠핑의 묘미는 새로운 곳에서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여유를 즐기는 데에 어느 정도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장박 캠핑에는 내가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적다. 일단 새로운 곳이 아니고, 늘 방해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람 사귀기 좋아하는 남편은 캠핑장 식구들과 말 그대로 가족 같은 관계가 되어 즐긴다. 아이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또래 아이들 속에서 마음에 맞는 친구를 사귀고 주말마다 뛰어노는 즐거움에 푹 빠져 산다.
반면 나는 낯가림이 매우 심하다.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데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그래서 킴핑장에 오는 것이 나에게는 노동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공교롭게도 주말이고 남편은 "가족과 함께"라는 말을 내세우며 나를 캠핑장으로 이끌었다.
늘 "캠핑 싫어"를 외치는 나지만, 남편의 취향을 존중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는 내향인의 겨울 장박 캠핑의 매력 몇 가지를 생각해 내보기로 했다.
올해 크리스마스 캠핑은 그나마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놀아 주는 틈을 타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다. 장박 캠핑의 매력에는 아이들끼리 친해지는 것으로 인한 부모들의 여유시간 확보도 큰 자리를 차지한다. 물론 한 번씩 우리 텐트로 몰려드는 아이들로 인해 혼을 쏙 빼놓는 시간이 존재하지만, 다른 집에서도 마찬가지이므로 공동육아의 장점이 단점을 상쇄한다.
또 다른 캠핑의 묘미는 새벽에 있다. 캠핑장의 새벽은 매우 고요하고 해방감을 준다. 특히 여름의 새벽을 좋아하는데, 겨울의 새벽은 추운 어둠 속에서 마시는 커피가 끊을 수 없는 중독이 되어 뻐근한 몸을 일으켜 세운다.
개인적으로 캠핑장에서는 히가시노 게이고를 읽는다. 소란스럽고 방해받기 쉬운 환경에서 히가시노 게이고만큼 집중되게 읽기 좋은 책도 없다. 살인사건이 나오면 금상첨화다.
난로 위의 음식은 캠핑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한다.
집에서는 소파와 한 몸인 남편은 캠핑장에서 만큼은 요리사다. 그러나 캠핑장 설거지와 청소에는 내 몫도 항상 잘 남겨준다.(젠장)
남편은 나의 많은 취미들을 인정해주고 지지해 준다. 단 한 번도 뭐 그런 걸 하느냐고 타박한 적이 없다. 그래서 나도 그의 취미생활인 캠핑에 두말없이 함께한다.
가족과 함께를 주장하는 남편은 지금 캠핑장 꼬마들을 모두 이끌고 썰매를 타러 갔다. 나의 혼자시간을 보장해주는 남편에게 항상 고마움과 감사를 보내며 나 혼자 외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