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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책장 Jan 18. 2023

하트 하트해



카톡 대화에는 하트 붙이는 기능이 있다. 둘이서 셋이서 이야기할 때는 별로 쓸 일이 없지만, 단톡방에서는 특히 유용하다. 나처럼 일상 속에서나 온라인 속에서나 말솜씨가 없고, 대화에 끼어들기 어려운 사람은 카톡에 하트나 엄지척, 웃음, 슬픔표시 따위를 붙여주면 그것만으로도 '네 말을 듣고 있어'라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좋아요'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인스타, 유튜브, 브런치도 '좋아요'를 누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피드나 영상, 브런치 글은 읽기도 전에 '좋아요'를 누르고 본다.

하트를 주는 것이 내 마음을 주는 것이라는 일종의 표현을 위한 표현이다.  


그런데 카톡의 하트는 유효기간이 있다. 꽤 시일이 지난 글에는 클릭을 해봐도 도무지 이모티콘을 붙일 수 있는 창이 뜨지 않는다. 즉, 하트를 줄 수 있는 타이밍이 존재한다. 보통 일주일 이전의 대화에는 하트를 줄 수가 없었다. 하트의 유효기간 치고는 매우 짧다는 느낌이 든다. 일주일씩이나 나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다면 이미 늦어버린 것일까. 나처럼 뭐든 느린 사람에게는 단호하게 느껴지지만 세상살이 이치가 그렇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아홉 살 우리 딸은 아이브를 사랑한다. 그녀들의 춤을 따라 하는 딸아이는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고 싶어 했다. 유튜브라는 세상으로 아이를 들여보내기가 못내 꺼림칙했으나, 영상세대인 아이들을 나만의 잣대로 막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혹시 댓글에 악플이 달렸을 경우 멘털관리법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한 후 내 계정으로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주었다. 

혼자서 영상을 찍고 편집도 하고 올리기까지 하는 아이를 보고, 역시 디지털세대는 다르구나 느꼈다. 

어느 날은 릴스에 올린 "love dive"영상이 조회수 200회를 넘었다고 좋아했다. 

"엄마, 좋아요가 29개야."

다행히도 유튜브에서 싫어요의 숫자는 확인할 수 없다. 좋아요에 기뻐하는 아이를 보면서 인정받고 싶어 하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 하는 욕구는 모든 인간에게 평등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주었다.


나도 그렇다. 단톡방에서 내가 한 말에 아무도 대꾸를 하지 않거나 그냥 넘어가 버리는 경우에는 속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현실에서도 대화를 잘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 주로 온라인에서도 그렇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아웃사이더인 나는 그냥 대화를 거들뿐.

내가 대화를 거드는 방법은 주로 하트의 남발이다. 단톡방의 특성상 모든 글에 하트를 붙여줄 수는 없지만 주로 누군가가 대답하지 않은 대화에 웃음 표시나 하트 표시를 붙여준다. 나처럼 혹시 내 말에 응답하지 않는 사람들이 속상해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 하트 하나 붙이고 나면 기분이 꽤 괜찮아진다.

나는 참여하는 온라인 독서모임이 있다. 어느 날은 독서모임 리더님께서 나의 하트 남발에 고맙다며 책을 선물로 보내주시기도 하셨다. 그 이후로 하트는 웃음과 엄지척과 슬픔 등의 이모티콘으로 다채롭게 변경되며 대화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나는 인스타그램으로 독서리뷰를 작성해 오고 있었는데, 마침 독서모임에서도 필수적으로 인스타에 리뷰를 올려야 한다. 인스타에 올리는 독서리뷰는 거의 독서모임 멤버들이 '좋아요'를 눌러주신다.

나도 그들의 리뷰에 항상 '좋아요'를 누르는데, 나는 '좋아요'가 없어도 크게 상관이 없다. 그만큼 아는 사람도 없고, 그것을 받기 위해 올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혹 책 제목을 태그 걸면 작가님이 오셔서 '좋아요'를 눌러주시기도 한다. 그럴 때는 조금 짜릿하다. 작가님이 내가 쓴 리뷰를 자세히 볼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그와 내가 연결되었다는 느낌이 디지털시대 아니었다면 가당키나 했을까.


브런치에도 글을 올리면 라이킷이 눌린다. 사실 라이킷의 개수에서 정말 자유롭기가 어렵다. 법률스님쯤 돼야 의연할 수 있지 않을까. 나 또한 브런치를 시작한 초반에는 조회수와 라이킷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곤 했다. 지금은 초반보다는 라이킷도 조회수도 자주 들여다보지는 않지만 내가 구독한 작가님의 글이 올라왔다는 알람이 뜨면 바로 달려가서 라이킷을 먼저 누르고 읽기 시작한다.

이유는 단 하나다. 나는 그들의 글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마치 기욤뮈소 작가님이 신작을 내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읽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좋아요'는 그 글이, 그 영상이 정말 좋아서일 수도 있지만, 내가 선 좋아요를 누르는 이유는 "당신이 좋다"는 나의 작은 표현이기도 하다. 카톡처럼, 글에서나 현실에서나 하트유효기간을 지나치지 않도록 내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 표현하지 않는 하트는 무용지물이다. 


아날로그가 좋다고 외치는 나지만, 디지털 시대에도 사랑은 넘칠 수 있다.

그러니 혹시 브런치에 글을 올리자마자 라이킷 알람이 왔다면, 맞다 내가 당신의 글을 몹시 좋아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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