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못 가린다는 이야기입니다."
갑자기 등이 가려웠다. 넓은 부위도 아니었고, 정확히 땀구멍 하나 정도의 부분이 가려웠던 것이다. 그런데 무척이나 곤란했던 것은, 아무리 등 뒤로 손을 뻗어보아도 도무지 가려운 부위를 찾을 수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팔은 꺾여서 쥐가 날 지경이었고, 까끌까끌한 벽면에 등을 비벼보기도 했지만, 이 가려움증은 좀처럼 가실 줄을 몰랐다.
나는 미안함을 무릅쓰고 잠들어있는 아내를 깨웠다.
"여보. 정말 미안한데요. 나 등 좀 긁어줘야 되겠어요."
아내는 다행히도 그다지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눈을 반쯤 감은 채로 팔을 뻗어 등을 긁어주었다.
"아니. 조금 아래. 오른쪽. 오른쪽. 아니 반대로..."
낭패였다. 아내의 말에 따르면 '등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모든 부위'를 긁었다고 한다. 그러나 나의 가려움증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고, 오히려 점점 더 심해지기만 했다.
밤새 잠을 설친 나는 이튿날 병원을 찾아갔다.
의사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전후 식별 장애 증후군입니다."
"네? 그게 뭔가요?"
"말 그대로입니다. 앞뒤 구분을 못한다는 것이죠. 앞뒤 못 가린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치료는 어떻게...?"
"뒤에 '-증후군'이라고 붙은 질병들은 애초에 그 원인 규명조차도 어렵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은 하지 마세요. 요즘에는 앞뒤 못 가리는 사람들 천지라서 살아가는 데 크게 지장은 없을 겁니다."
나는 큰 혼란에 빠졌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의사가 내 배를 긁어주자 가려움증은 근원적으로 사라져 버렸다. 나는 복잡한 생각들을 간직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