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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Lim Oct 18. 2018

#커뮤니케이션 #소통 #인사이트 #데이터 다음은 뭐냐?

단어는 빌런이 만들고, 일은 리더가 한다.

그랬던 것 같다.




약 2010년대 이전? 2008 이후 정도?만 해도 우리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단어에 잡혀있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커뮤니케이션을 말하고 읊는 자들은 선구자로 보였으며, 심지어 그의 말은 다 옳아보였다. 사실 맞는 말이다. 딱 이 정도 시기부터해서 우리는 대화라는 것을 '제대로' 하면, 그러니까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이뤄내면 1+1=2가 아니라, 1+1=100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되고 받아들인 것 같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부터, 커뮤니케이션을 달고 헛소리를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정확히는 헛소리를 하던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단어를 차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단어는 이제 그 뜻 그대로를 가진 단어가 아니게되었고, 요즘 흔히 보이는 #커뮤니케이션 #소통 따위로 치부되게되었다. 정말 안타깝다. 제대로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이란 정말 가공할 힘을 가지고 있는데... (물론 요즘은 다시금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단어가 제대로된 구색을 갖춘채 쓰이는 것 같아서 좋다. 전체적인 사람들의 수준이 올라갔기 떄문이기도 싶고, 이런 '오염의 단계'를 거쳤기에, 헛투루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단어를 쓰는 자와, 진실되게 쓰는자가 구분되었기 때문이지 않나싶기도하다)





그리고 그 다음 단어로, '인사이트'가 나타났다. 당시에 많은 리더들이 갑작스레 탄생하면서(IT기반), 많은 리더들의 말에 우리는 열광했으며, 그들이 하는 어떤 멋진 무슨 말들이 전부 그들의 '인사이트'임을 알게되었다. 당시에 '혼 창 통'이라는 책이 유명세를 탄것도 같은 맥락의 하나였으리라 생각된다. '통찰력'. '인사이트'. '통섭' 등의, 어떤 사람만의 고유한 인지단계의 최종 결과물(혹은 진행중인 그 무엇)에 우리는 매료되기 시작했다. 사실 맞는 말이다. 많은 멋진 이들이 보여주는 인사이트는 충분히 세상을 감동시킬만했고, 이끌만했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부터, 뭐만하면 인사이트다. 인사이트가 훌륭하시군요. 인사이트 있으시네요. 등의 문장이 등장하면서(아마도 이건 인사이트에 매료된 상위 계급의 누군가를 위해 입에 발린 소리를 하던 이들이 시작하지 않았을까싶다. 그리고 난 그들이 위의 커뮤니케이션을 차용하기 시작한 이들과 동일한 인물일거라 생각한다) 인사이트는 더 이상 인사이트가 아니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인사이트'라는 미디어(그게 미디어가 맞나?)가 등장하면서부터 인사이트라는 단어는 정말 많이 오염된 것 같다.) 인사이트라는 단어가 오염되버린건 사실 너무나도 아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분명 인사이트라는건 세상의 발전과 개인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는 멋진 무엇이거든. 특히 뭔가를 일구어낸 이들의 책이나 말이나 인터뷰에 담겨있는 인사이트는 정말이지 항상 내 뒷통수를 때렸다. (물론 인사이트도 요즘에는 다시금 회복세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이 또한 사람들의 수준이 올라감 + 오염도가 어느정도 떨어짐.도 있지만, 이제 너무나도 많은 콘텐츠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책이나 말이나 인터뷰에서 얻는 인사이트보다는, 실제 그들의 제품. 실제 그들의 디스플레이. 실제 그들이 하는 행동. 실제 그 회사의 문화나 지향점. 그 브랜드가 추구하고 표방하는 기치. 등이 드러나면서(그리고 우리가 볼 줄 알게 되면서) 언어로 정제되어서 나온 인사이트가 아닌, 현상에서 직접 추출하고 발굴하는 인사이트가 되면서 새롭게 인사이트가 인사이트다워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요즘에는, 그걸 본질이라 칭한다.)

(*물론 덕분에 아무데서나 시도때도 없이 '이거슨 본질이 없군여 ㅇㅅㅇ',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셨군여ㅇㅅaㅇ!' 이러는 본질빌런이 나타났지만...)





그리고 그 다음 단어로, 아니지. 이제 막 나타나기 시작한 단어다. 이제 곧 '잡힐' 단어라고 생각하는데, 바로 '데이터'다.

물론 지금 '블록체인'이라는 단어가 세상을(정확히는 우리나라만 흔들고 있는것 같지만) 뒤흔들고 있기에 다들 잊었을수 있겠지만, 사실 우리는 4차 혁명이라는 허상을 마주하면서, 가장 먼저 '머신 러닝'이라는 것을 접했고, 그리고 그러다보니 '딥러닝'이라는 것을 접했고, 알고보니 이것들을 가능케한 소스나 메인 팩터는 '데이터'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우리는 데이터의 중요성을 알게되면서 많은 것을 바꿀 수 있게되었다. 아니, 사실 말하자면 그간 쌓인 수 많은 데이터를 이제서야 활용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지게 되었고, 축적할 수 있는, 활용 할 수 있는, 해석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되었기에 데이터를 써먹는다고 말해야할까? 요즘의 대부분의 기업이 행하고 있는 퍼포먼스 마케팅 또한 그러하고, 다양한 '빅데이터 어쩌구'의 근본도 그러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바로 지금 정도에, 딱. '훌륭한 데이터입니다'. '역시 데이터가 중요하군요'등의 문장이 등장하고 있다. 이 또한 데이터를 잘 알지 못하면서 데이터에 매료된 이들이 하는 말일터이고, 위에서 말한 각 인물과 동일한 인물일거라 생각한다. 데이터라는 단어는 아직 오염되지 않았지만, 오염되려하고 있다. 물론 다행스럽게도 혹은 당연하게도 '데이터'는 '커뮤니케이션' 또는 '인사이트'와는 다른 성질의 것이라 그리 오염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데이터는 말하려면 data를 보여줘야하거든. 그리고 통계를 내고,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해서 그걸 기반으로 또 다음 스텝을 밟아나가는거니까. 빌런들이 함부로 접근 못할 영역이라 생각한다. 물론 제멋대로 가설.실험대조군.결과분석을 해버리면 답도 없겠지만.

여튼 아직 '데이터'라는 단어는 잡히지 않았다. 다행이다.







사실 진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지금부터다.

수 많은 멋진 리더들이(어떤 위대한 일을 행한 리더라는 것에만 기대고 그것을 신뢰하는건 매우 위험한 접근방법이긴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커뮤니케이션 -> 인사이트 -> 데이터는 사실 그 각 단어에 꽂혀서 뭘 보여주거나 하려고 한게 아니라, 그냥 그들은 개빡세게 열심히 고민하고, 치열하게 토론하고(혼자 혹은 팀원과 혹은 시장과 혹은 고객과 혹은 정부와 등등) 계속해서 달리고, 이야기하고, 생각하고, 보고, 쌓고 한 것 뿐이고, 그 중 몇몇의 것들이 그저 '커뮤니케이션', '인사이트', '데이터' 등으로 보여진 것 뿐이라 생각한다.


그들은 그저 하던대로 했을 뿐이다.


그에 반해, 커뮤니케이션. 인사이트. 데이터 등의 단어에 잡혀있는 이들은 그저 그 단어만을 보고 좇을뿐이다.


사피어-워프 가설이란게 있다. 영화 '컨택트'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가설이기도한데 요지는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과 행동이 그 사람이 쓰는 언어의 문법적 체계와 관련이 있다(언어가 사고에 영향을 끼찬다)'라는 것이다(너무 축약을 했는데 진짜 내용 궁금하신 분은 go, google it 'Sapir-Whorf hypothesis') 그리고 이 가설은 폐기된 상태이다. 틀리기도했고(사실 틀렸다라고 확증이 된건 아닌데, 증명 자체가 불가한 항목. 나중에 수 많은 개별 언어 데이터가 쌓이고, 그걸 통합적으로 볼 수 있고 분석할 수 있게 되더라도 증명이가능할까가 의문. 실험 대상이 사람인데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는게(변수) 너무나도 많을뿐더러 일단 사람을 상대로 실험을 할 수는 없으니까) 사실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라는 문장에 반하는 케이스들을 아주 쉽게 많이 발견할 수 있기 때문. 즉, 사람(의 생각)은 언어라는 감옥에 갇혀있지 않다는 것이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거다.


당신은 하고자 하는 것을 해내며, 단어 위의 세상에서 살 것인가.

아니면 그저 단어들의 세상에 갇힌채, 단어 아래의 세상에서 살 것인가.


언어를 잡을 것인가, 잡힐 것인가.


리더가 말하는 인사이트와 빌런이 말하는 인사이트는 그 격과 위계부터가 다르다.


어느 세상에 속할 것인가.








쓰고보니 자괴감이 오진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충성충성... 이러고 있을게 아니라 책 읽으러 가겠습니다 총총... 출근하면 열심히 '업'을 해야지... 대표님 충성충성...





* 여담이지만 요즘 세상에는 새로운 '단어'들이 많이 나온 탓에, 기존의 '단어'들이 오염될 기회가 적어져서 되려 다행인 것 같다. 예를 들어서 '데이터'나 '딥러닝' 등은 충분히 오염당하기 전에 '블록체인'이라는 단어가 나타나서 빌런들이 그쪽으로 다 옮겨간 상태가 되었다.(블록체인 빌런의 예로 국방부 시스템에 보안성을 위해 블록체인을 넣자고 말하는 사람 OOO씨 등이 있겠다)

** 여담이지만 빌런들은 아직도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을 공부한답시고 뛰어다니고 있을 것이다. 다행이다. 이들이 여기에 있을 때, 우리는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자.

*** 뭐만하면 사피어-워프 가설이니, 무슨 설이니, 무슨 이론이니 하는 사람은 높은 확률로 빌런이다. (나...나는..?)

**** 사실 '데이터'라는건 위의 것들과 같은 층계로 다루기 애매한 감이 있는데, 요즘 일어나는 현상들에 맞춰 이야기하고자 다른 카테고리에 있던 친구를 데리고 와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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