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마다 머리를 한다.
친구를 만나고 집에 가는 길, 밤 9시 32분. 늦은 시간이긴 했지만 혹시 지금 머리를 자를 수 있을까 궁금하여 미용실에 전화를 하였다.
보통 9시에서 10시 사이에 마감을 치는 미용실이라 늦은 시간에는 꼭 전화를 해보고 가야한다. 늘 머리 잘라주는 선생님이 전화를 받아주셨고, 안되었다가 되었다(?) 여튼 머리를 자르러 갔다.
이 미용실은 내가 약.... 6-7개월 전부터 다니기 시작한 곳이다. 헤어 선생님의 웃음이 너무 좋아서 찾아오게 되었다. 이 미용실 특유의 친근한 느낌도 좋고.
여튼 나는 스켈프권을 미리 끊어 놓아서, 미용실 가면 자연스레 스켈프(=두피 얍얍얍 하는거)+컷을 하는데, 이 과정을 치루는 약 한 시간의 시간이 난 너무도 좋다.
거의 매 번 3주마다 선생님을 만나게 되는건데, 서로 그 전에 했던 대화를 기억해내려 애 쓰고, 서로 그 대화를 이어나간다. 저번에 알려주신 어플 너무 좋더라고요. 그쵸! 길 가다가 음악 검색하는게 제 맛이죠. 저번에 검사 어떠셨어요? 저번에 다녀온 페스티벌 어떠셨어요?
이런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그 순간에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이 너무나도 좋고 뭉클하다.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은 사이. 대화를 하며 1의 거리까지 가까워졌다가도, 막상 3주 뒤 방문하면 100의 거리가 되어있기도, 또는 막상 얼굴 보면 반갑기도 하고.
항상 선생님은 이야기도 잘 들어주시고 이야기도 잘 하시고, 조잘조잘하신다. 그럼 나도 맞춰 조잘조잘한다. 서로 선을 지키려 애를 쓰며, 재잘재잘 파티를 연다. 즐겁다. 미용실의 bgm은 언제나 괴랄하지만(오늘 같은 경우는, 김광석 노래 다음에 빌리 엘리쉬 노래가 나왔다. 저번에는 트롯트edm이 나오기도 했으니 뭐...) 그 bgm이 잠깐의 대화 공백을 메꿔준다. 드라이기도, 각종 다른 기기들도 그 공백을 도와준다.
오늘도 어김없이 쥬스 한 잔을 얻어마시고, 테이크아웃까지 받아왔다. 미용실에서 집까지, 터덜터덜 걸으면 5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쥬스를 마시며 집에 오는 길은 너무나도 행복하다.
미용실 가는 3주마다 즐겁고 행복하다. 언제나 머리 자를까- 생각이 들 때, 선생님이 오늘은 휴무날인걸 확인하면, 내일 꼭 가야지! 마음먹곤 하는데, 그 마음먹고 미용실 가기까지의 하루 시간도 좋다.
오늘은 조잘조잘도 많이하고 이래저래 일이 있어 11시 넘어서 미용실을 나왔다. 나 때문에 퇴근이 늦어지셨는데, 괜찮다고 하신다. 미안한 마음에 다음에 뭐라도 사갈까싶지만 그건 아니고, 그냥 다음 샴푸를 여기서 선생님이 추천해주신걸로 사야겠다.
오늘 나는, 머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