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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가정은 무엇인가?

연재를 하면서 떠오른 생각들, 거쳐가야 하는 질문

지금 브런치에 연재하고 있는 <어느 특별한 예사로움> 아카이브는 양천문화재단의 지역예술가 활성화 사업 <예사로움>의 일환으로 공모에 선정된 프로젝트의 기록입니다. 처음엔 연재물을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의 기록으로 생각하고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시민참여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하실 문화기획자, 전시기획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습니다.



<어느 특별한 예사로움> 포스터


브런치북으로 연재를 하다 보니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이미 브런치에 익숙하신 분들은 아시는 현상입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포스팅들은 대부분 '나는 여기에 다녀왔어, 맛있는 음식을 먹었어, 행복한 순간이야, 오늘 입은 아웃핏이 예쁘지? 우리 집 반려동물이 사랑스럽지?' 등의 '나는 잘 지내고 있다'를 보여주는 이미지 기반의 포스팅이 많습니다. 인스타 그램이 사진 및 동영상 기반의 매체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 같습니다. 반면에 브런치의 경우 '나는 이렇게 힘들었어. 우리 가족은 엉망진창의 수렁 속에 있었어. 나는 우리 부모님을 원망해. 그 사람들이 사람이야?' 정도의 사실적이면서 내면의 깊은 감정을 토로하는 에세이들이 많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다들 정말 솔직하게 작성하셔서 읽어 내려가면 공감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읽는 내내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요.


'어떻게 이런 힘든 상황을 이겨냈을까. 이걸 글로 승화시키는 성인이 되셨다니 놀랍다!'


위의 표현이 제가 주로 느끼는 감정인 것 같아요. 글쓴이를 만난 적도 없고 개인적으로 아는 분도 아니기 때문에 깊은 내면의 감정까지는 전부 다 공감한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러나 '과거에 힘들었겠다'와 '지금은 정말 대단하다'는 제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입니다.


일반적으로 타인의 시선에서 평범한 가정이 제일 많아 보입니다. 부모와 아이로 구성된 가정이요. 그리고 요즘 흔히 말하는 딩크 족도 많고, 한부모 가정도 많습니다. 다문화 가정도 많고요. 그리고 비혼가정도 많습니다. 이제는 대한민국에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존재합니다. 무엇이 가장 온전한 가정의 형태일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온전하다는 수식어가 합당한 것인가?'이 또한 함께 떠오르는 생각이었습니다.


지난주에 양천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지역 예술가 네트워크 프로그램의 일환인 워크숍에 다녀왔습니다. 목2동에 위치한 문화공간 ‘오리집’에서 진행된 워크숍이었습니다. 그날 워크숍을 리드하신 아티스트는 비혼주의자이며 시각예술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시는 분이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기후변화를 소재로 하는 스탠딩 코미디, 다양한 지역기반의 예술 활동 등 바쁜 나날을 보내시는 젊은 청년 예술가였습니다. 저와 그분이 행하는 예술의 기반은 어찌 보면 정반대입니다. 저는 부모와 아이라는 존재가 우선적으로 필요한 참여예술이고 그분이 행하시는 예술의 기반은 비혼입니다. 서로의 시작점이 완전히 달랐지만 옳다 그르다를 따지지 않고 서로의 기반을 인정하고 대화를 시작하니 워크숍은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비혼주의자라고 가족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싫어하는 것도 아닙니다. 비혼을 본인이 선택하는 것이지요.


목2동의 비혼주의자 커뮤니티를 이끌고 계셨던 그 분과 저의 공통된 관심사 중 하나는 바로 식자재와 레시피였습니다. 비혼주의자들은 본가에 살고 있지 않고 보통 1인 가구이기 때문에 장을 보면 너무 많은 음식을 버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4인 가구의 주부이다 보니 코스트코에서 늘 대량으로 식자재를 사고 이를 소분해서 냉동고에 보관하고 소진하기 위해 엄청난 애를 쓰는데, 이 노력이 부족하면 결국엔 많은 재료를 버리는 것은 공통적인 결과였습니다. 둘 다 비건 요리에 관심이 많다는 것도 공통점이었죠. 비건 요리의 레시피를 책으로 출간한 아티스트는 장을 보게 되면 지역 내 비혼 커뮤니티의 멤버들과 나눔을 한다고 했습니다. 비혼이지만 공동체를 꾸린 것이지요. 비건 요리 워크숍인 '초록식탁'을 지역 내에서 운영하실 계획인데 참여해 달라는 초청을 받았습니다. 물론 저는 배우러 갑니다. 강연할 실력은 도저히 되지 않습니다.


비혼 커뮤니티에 대해 듣고 보고 나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비혼이라는 틀도 자신과 잘 맞으면, 그 길을 함께 할 돈독한 멤버들이 있으면 이 또한 온전한 형태의 커뮤니티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가족 간에도 마음이 맞지 않아서 헤어지는 경우도 허다하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헤어진 가족이 잘 못 되었냐? 전 그렇게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말할 수 없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선택한 것 일 테고 헤어짐으로 인해 더 편안해졌다면 그것이 자신에게 맞는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식 때문에 참고 산다.'도 이제는 맞는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으르렁 거리며 매일 같이 싸우는 부모님 밑에 자라는 아이들의 높은 불안도가 이를 증명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자식 때문에 참고 살게 되면 결국에는 자식이 원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나의 심리적인 희생을 초래한 원인이 자식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온전한 가정이 과연 무엇인가? 그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나 자신에게 제일 잘 맞는 가정의 틀‘ 이라면 '그것이 가장 온전한 가정이다'라고요. 타인의 시선과 기대에 부합하기 위해 가족의 틀을 억지로 선택할 필요는 없습니다. 브런치에 올라온 가족에 대한 많은 글을 읽으면서 '인스타그램에는 왜 이런 내용들이 잘 없을까?'를 생각해 보았어요. 자신의 얼굴이 공개되는 인스타그램과 달리 브런치는 텍스트 기반의 플랫폼이기에 인스타그램보다는 더 확고한 익명성이 보장되는 것 같습니다. 익명성의 보호막 아래에 브런치 작가님들은 자신의 마음을 더 솔직하고 담담하게 글로 풀어내는 것 같습니다. 그런 작가님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제가 하는 응원은 고작 '좋아요'를 누르는 것이지만, 인스타그램처럼 포스팅을 보고 즉각적으로 누르는 하트는 아닙니다. 마음의 고통을 일부 나누고 공감한 뒤에 누르는 '다소 무거운 좋아요'입니다. 오늘도 브런치에 글을 쓰시는 많은 작가님들의 하루가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통한 고백과 치유가 이 플랫폼에서 많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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