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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렌타인 호프만(러버덕 작가)의 가족에 대한 에세이

당신은 가족에 대한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까? 

오래간만에 작성하는 <어느 특별한 예사로움>의 아카이브 기록입니다. 오늘은 대한민국에 러버덕 작가로 잘 알려진 플로렌타인 호프만(Florentijn Hofman)님의 가족에 대한 인용구를 번역해서 올려봅니다. 러버덕 작가와 저는 2014년에 처음 인연을 맺어 세 번의 프로젝트를 협업했습니다. 2014년 처음 석촌호수에 러버덕이 설치되었을 때는 기자간담회 통역 및 VIP 통역으로 인연을 맺었고 2017년 석촌호수의 백조가족이 찾아온 스위트 스완 프로젝트 때는 프로젝트 총괄 기획을 맡았습니다. 2014년 때는 싱글이었는데 2017년 때는 엄마가 되어 이미 아빠였던 작가님과 공감대를 빠르게 형성했죠. 싱글이었을 때는 몰랐던 것들을 2017년이 되니 공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 세계의 엄마와 아빠들은 육아라는 엄청난 공감대가 있습니다. 그 순간에는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땐 내가 그랬어"라고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수많은 에피소드가 쌓입니다. 그리고 2022년 돌아온 러버덕 프로젝트 때는 작가 스튜디오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했었습니다. 8년간의 긴 세월을 함께 일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늘 잊지 않고 찾아오는 위기도 함께 넘기며 돈독한 친분을 쌓았습니다. 





러버덕 작가 플로렌타인 호프만



2022년 돌아온 러버덕 프로젝트 @석촌호수



플로렌타인 호프만 작가님은 한국 식으로 표현하면 정이 많은 사람입니다.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지요. 파트너 함께 작가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4자녀를 두고 있습니다. 큰 아이는 벌써 고등학생이고 막내는 초등학생 저학년인 저희 아들과 비슷한 또래입니다. <어느 특별한 예사로움>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전시서문에 인용할만한 아티스트들의 인용구를 찾아보았습니다. 가족과 잘 지낸 아티스트를 찾는 것부터 쉽지 않더라고요. 피카소 같이 유명한 아티스트들은 많은 경우 파트너가 자주 바뀌기도 합니다. 자신 내면의 욕망에 솔직하고 충실하다 보니 나타났던 현상 같아요. 로댕의 경우에도 비운의 연인이 까미유 끌로델과의 관계로 유명하잖아요. 천재 건축가로도 잘 알려진 루이 칸의 경우 같은 동네에서 두 집 살림을 했는데 정말 철저하고 비밀스럽게 생활을 유지한 덕분에 루이 칸의 사후, 한 동네에서 살던 두 집의 자녀가 장례 절차를 밟게 되며 서로 처음 만나게 되는 다큐멘터리가 있습니다. 이들은 각자 알던 아버지의 기억을 서로 나누면서 아버지에 대한 모습을 완성해 나갑니다. 대학원 재학 시 유현주 교수님의 건축사 수업을 들었을 때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정말이지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같은 동네였는데 서로 그렇게까지 몰랐을까. 루이 칸은 세상을 떠나는 그 순간에 남은 가족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을까? 가족에 대한 생각을 과연 했을까? 그가 진정으로 추구했던 것은 오직 건축만이었나? 등등 많은 생각을 품게 하는 다큐멘터리였습니다. 



아티스트와 가족에 대한 인용구를 생각하던 중, 저는 다자녀 아빠인 플로렌타인 호프만 씨에게 오래간만에 연락해서 가족에 대한 작가님의 인용구를 제공해 줄 수 있는지 문의했습니다. 작가님께 시민참여예술을 기획했고 가족이 참가하여 에세이와 드로잉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라는 것을 설명해 드렸습니다. 작가님과 스튜디오 매니저를 담당하고 계신 파트너분은 흔쾌히 작성해 주시기로 했어요. 그리고 3주 뒤에 아래와 같은 내용을 받았습니다. 1-2줄 인용구가 올 거라고 예상했는데 너무나 놀랍게도 에세이가 도착했어요. 가족에 대한 작가님의 철학이 담겨 있고 깊이 있는 내용이어서 함께 공유하고자 브런치에 올립니다. 마음이 뭉클해지는 내용이에요. 아이를 키우시는 부모님들이 읽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그 순간의 초심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내용입니다. 아래 원문과 번역글을 첨부합니다. 






For me, family is the essence of who I am. It's a network of love, support, and growth where I can learn and develop every day. As a parent, I've discovered that one of the most beautiful, yet challenging aspects is realizing that my children are not extensions of myself. They are unique individuals with their own dreams, thoughts, and passions.

저에게 가족은 저의 근간을 이루는 본질입니다. 매일같이 제가 배우고 발전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랑, 지지, 성장의 기반이 되는 네트워크입니다. 부모로서 제가 발견한 것 중 하나는 아름답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측면으로 저의 아이들이 제 자신의 연장성 혹은 확장의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각기 독특한 개인으로 꿈과 생각 그리고 열정을 가진 존재입니다. 


I remember a moment with my eldest son when he had to make an important decision. He wanted to try something that I knew would likely fail. My first instinct was to protect him from that failure, but then I recalled Khalil Gibran's words: "Your children are not your children. They are the sons and daughters of Life's longing for itself." With that thought in mind, I gave him the space to go his own way. When he eventually failed, I was there to catch him, and it was in that moment of vulnerability that he learned his greatest lessons.

저는 큰 아들이 중요한 결정을 했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실패할 것이 뻔한 것을 시도하려고 했어요. 저의 본능은 실패로부터 아들을 보호하려고 했지만 그때 저는 칼리 지브란의 말을 떠올렸습니다. "당신의 아이는 당신의 아이가 아닙니다. 그들은 삶 자체를 갈망하는 아들과 딸입니다." 이 생각을 하면서 저는 아들만의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내주었습니다. 결국에 아들이 실패했을 때 저는 그 자리에서 아이를 붙잡아 주었습니다. 취약한 순간에 아들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As a parent, I've learned that making mistakes is essential for growth. It's our job to create a safe haven where our children feel free to take risks and fail without fear of rejection. I've seen my children emerge stronger from their failures, and the trust I place in them gives them the strength to keep getting up and moving forward.

부모로서 저는 아이들이 실수를 하면서 성장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거절감에 대한 두려움 없이 위험을 감수하고 실패하는 것을 용인해주어야 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실패를 통해 강인해지는 것을 지켜봐 왔으며 제가 아이들에게 주는 신뢰를 통해 아이들이 실패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I've also realized the importance of allowing my children to play independently. While my role is to facilitate their play, it's crucial not to impose life-generated restrictions that might stifle their imagination. Children need the freedom to explore, create, and make their own rules. By stepping back and letting them lead their play, I enable them to develop their creativity and problem-solving skills.

저는 또한 아이들이 독립적으로 놀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놀이를 할 때 저의 역할은 아이들이 쉽게 놀 수 있도록 도와는 것입니다. 여기서 아이들의 상상력을 방해하는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탐구하고, 창작하고, 그들만의 규칙을 만들 수 있는 자유가 필요합니다. 한 발짝 물러서서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를 주도할 수 있게 함으로써 아이들의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Within our family, we strive to be a team, a clan that works together and supports each other. I see how my children watch me and observe my actions. Even when they often do the opposite during their teenage years, I know they will adopt many of my values and behaviors. This realization has motivated me to set a good example, knowing that my actions speak louder than my words.

저희 가족은 하나의 '팀, 공동체'로서 함께 일하고 서로를 지지해 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저를 바라보고 저의 행동을 관찰하는 모습을 봅니다. 종종 아이들이 청소년기에 이와 반대의 행동을 할지라도 저는 아이들이 제 가치와 행동을 습득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행동이 말보다 더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알기에 저는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도록 노력합니다. 


Doing things together is an important part of our family life. We regularly make time to be together, whether it's a simple walk, a game night, or a deep conversation. Nights were no devices stand in between, phones out!;)

These moments of togetherness strengthen our bond and create a sense of connection and solidarity. "The strongest bonds are those that arise from shared experiences, " and I see this repeatedly in my own family.

'무언가를 함께 하는 것'은 우리 가족에게 있어 참 중요한 부분입니다. 간단한 산책, 늦은 밤까지 게임을 하는 날, 진솔한 대화 등의 활동을 정기적으로 합니다. 밤에는 핸드폰 등의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함께 하는 순간들이 쌓여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강한 유대감을 형성합니다. "가장 강력한 유대감은 공유된 경험에서 나옵니다." 저는 이러한 모습을 저의 가족에게서 지속적으로 발견합니다. 


I also try to engage in conversations with my children, especially listening to them. Through these conversations, I help them develop self-confidence and understand that making mistakes is a natural part of life. They know they are in a safe environment where they can learn and grow without fear.

또한 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아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저는 아이들이 자신감을 기르고 실수를 하는 것이 삶의 자연스러운 부분이라는 것을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아이들은 두려움 없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Moreover, I give my partner the space to develop as she wishes. I fell in love with who she was, and her ongoing growth and change continue to nourish our relationship. "A good relationship is one where each individual has the space to grow and flourish, " said Carl Jung, and I see how true this is in our daily lives.

저는 제 파트너가 원하는 대로 발전할 수 있는 공간을 주었습니다. 저는 그녀의 모습 그 자체를 사랑했습니다. 그녀의 지속적인 성장과 변화는 우리의 관계에 자양분을 공급합니다. 융은 "좋은 관계는 각 개인이 성장하고 번영할 수 있는 각자의 공간을 갖는 관계입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저는 융의 말이 저희의 관계에서 얼마나 사실인지 발견하곤 합니다. 


By observing and listening to each other, we have created a deep connection. It's the small moments of attention and understanding that make our family so strong. By giving love, support, and trust, we create a warm and safe home where everyone feels valued. This, for me, is the essence of family: learning, growing together, and loving each other unconditionally. 

서로를 관찰하고 경청함으로써 우리는 깊은 관계를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관심과 이해의 순간들이 쌓여 저희 가족을 이토록 견고하게 만들었습니다. 사랑과 지지 그리고 신뢰를 줌으로써 우리는 따뜻하고 안전한 가정을 만들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가족의 본질은 함께 배우고 성장하고 그리고 서로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부모라면 아이들이 실수를 하게끔 내버려 두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공감하실 겁니다. 뻔히 보이는 결과인데 그냥 그 일이 벌어지도록 관망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플로렌타인 호프만 님의 말처럼 아이들의 실수로부터 가장 많이 배우고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실제로 러버덕 작가님의 아이들은 굉장히 강인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숲 속에 거주하며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작가님이 아이들은 장거리를 통학하면서 자전거를 타고 다닙니다. 네덜란드는 자전거의 나라이기에 가능할 것일 수도 있지만 웬만해서는 아이들의 엄마인 스튜디오 매니저님이 라이드를 해주지 않습니다. 스스로 자연을 탐구하고 조심하는 습관을 형성하고 자신만의 인생을 살라고 장거리를 자전거로 통학한다고 합니다. 왕복 약 20Km의 거리를 자전거로 통학한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저도 이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는 저에게 작가님이 해준 말은 "Amy, You can't follow him every single moment"였습니다. "에이미, 넌 너의 아들을 매 순간 따라다닐 수 없어". 그 당시 제 아들은 1학년이었습니다. 보통 매 순간 엄마들이 따라다니는 나이이죠. 그리고 5살이 제 딸을 향해서는 "Give her a backpack and allow to her carry her own belongings." "딸에게 백팩을 하나 사줘, 그래서 자기 짐을 스스로 지게 해"라고 조언했죠. 정말 맞는 말인데 실천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러버덕 작가님이 거주하는 네덜란드이건 대한민국이건 자녀가 잘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동일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냐가 정말 큰 차이 같아요. 얼마나 강인하게 키우는가 혹은 얼마나 많이 공부시키느냐로 크게 나눠지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저도 아이의 말을 끊지 않고 경청해 봐야겠습니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의 입에서 얼마나 신박한 말들이 나올지 기대됩니다. 강인한 아이로 성장하도록 마음을 강하게 붙드는 엄마가 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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