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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오른 예술의 혼, 공동회화 작업 세션

<어느 특별한 예사로움>의 공동회화 세션이 9월 7일, 9월 21일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정1동 소재의 홍익에제르 미술원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홍익에제르 미술원은 저와 함께 <어느 특별한 예사로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안 선생님이 운영하시는 미술교습소입니다. 홍익에제르 미술원은 약 20년 동안 안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작업한 시간들이 교습소 곳곳에 켜켜이 쌓여있는 공간입니다. 


원래 공동회화는 부조의 조형물을 제작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저희는 협동 작업으로 100호 캔버스 3개에 회화를 창작하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캔버스에 바탕색을 칠하고 다양한 재료의 오브제들을 부착하여 부조의 조형물로 만들어 이를 전시하는 것이 기존의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8월 17일 양천문화재단 다목적실에서 첫 번째 세션을 진행해 보니 참가자들의 회화 실력이 저희의 예상보다 월등히 뛰어났습니다. 1차 세션 때 바탕색이 칠해진 100호의 캔버스 3개를 물끄러미 바라본 저희는 이 캔버스들을 부조의 조형물이 아닌 공동회화로 마무리하기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그리하여 9월 7일, 9월 21일 양일에 각각 두 차례씩 3팀씩 모아 회화 작업을 마쳤습니다.  아무래도 교습소에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회화 작업을 하는 분위기도 물씬 나고 작업을 하기에도 용이했기 때문입니다. 


역시나 참가자들은 저희들의 예상을 뛰어넘어 다양한 예술 세계를 캔버스 위에 펼쳐놓았습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처음 한 5-10분 정도 고민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내가 이 캔버스를 망치면 어떻게 하지?', '나는 미술 전공도 안 했는데 과감히 해도 되나?'등 다양한 고민은 잠시 스쳐 지나갈 뿐, 한번 캔버스 위에 마커 혹은 오일 파스텔로 선을 그은 뒤로는 거침없는 선적인 드로잉을 하고 다양한 모티프 및 패턴을 창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인상 깊은 것은 단 하나도 같은 그림이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모두 다 자기만의 그림을 가지고 있습니다. 안 선생님은 이러현 현상을 '지문 같은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우리 모두는 타인과 구별되는 각자의 지문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안 선생님은 회화는 그 누구와도 같지 않은 나만의 지문이라고 말합니다. 









위의 사진처럼 캔버스 위에 각자 다양한 자신만의 흔적을 남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지막의 문장은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쓴 글인데, 왠지 모르게 깊은 뜻이 담겨 있는 듯합니다. 어른들에게 하는 말 같기도 합니다. 우리가 살면서 발버둥 칠 때, 그때도 시간이 흘러서 세월이 쌓이는 것을 아이가 벌써 알았나 봅니다. 사진에 담기진 못 했지만 캔버스 틀의 사면에도 각자의 비밀 메시지를 남겨두었습니다. "동생이 너무 코를 골아서 잠을 잘 수가 없어요!". "00아, 00아, 00아, 00아 앞으로 계속 사랑할게 (어떤 사랑꾼 아버지의 가족 구성원을 향한 메시지)", "00와 00의 꿈" 등 작품을 측면에서 감상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숨겨진 재미가 쏠쏠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세상에 아직은 사랑꾼 아버지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미디어에서 자주 비치는 각종 상상을 초월하는 불륜과 가족 간의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자식과 부인을 사랑하는 아버지들도 다수 존재한다는 것을 직접 체험한 아주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의 글과 드로잉에 담긴 사랑을 발견할 때면 가슴이 뭉클해지곤 했습니다. 드디어 한 달간에 걸친 <어느 특별한 예사로움>의 작품 제작과정이 종료되었습니다. 이제 전시만 남았습니다. 다음 주면 작품을 설치한 뒤 전시를 개최합니다. 전시장에서 만나게 될 다양한 관람객들과의 만남과 전시 기간 동안의 새로운 이야기들이 기대되는 한 주입니다. 약간은 긴장이 되기도 합니다. 전시 업계에서 13년을 있으면서 이렇게 긴장되기는 처음입니다. 늘 미술관, 유명 작가의 전시만을 담당하다가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소소하지만 특별한 전시를 준비하다 보니 혹여나 준비과정에서 참가자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을까 봐, 그들의 이야기가 전시를 통해 잘 전달이 되지 않을까 봐, 다양한 방면으로 생각하고 고민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다음번 연재물은 <어느 특별한 예사로움>의 전시 이야기를 가지고 찾아오겠습니다. 다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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