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_4. 수몰(水沒)과 농암각자(聾巖刻字)의 절단 - 다시 자연으로
농암각자는 정말로 뜻밖의 결과를 초래했다. 안동댐 건설로 인하여 농암의 유적지가 수몰 지구에 포함되면서 이 각자를 문화재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제3차 경제개발5개년계획(1971-1976)의 일환으로 안동댐 건설을 확정하고, 수몰지 내의 문화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였다. 댐 착공 전인 1971년 1차 조사에는 안동 석빙고를 포함한 29건의 문화재가 파악되어 보고되었는데, 농암각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안동댐은 1972년 4월 착공이 되었다. 완공예정은 1976년 9월이었다. 이해 겨울, 문화공보부에서는 2차 정밀조사를 하여, 건조물, 유적, 민속자료 등 55점을 이전 및 발굴 대상으로 확정했는데, 이때 농암각자도 이전대상 건조물에 포함되었다. 이전대상 건조물들은 이듬해 1973년 8월 31일 일괄해 경북 유형문화재로 지정을 받았는데, 농암각자는 43호였다. 지정 후, 이전은 연차적으로 진행되어, 농암각자를 포함한 농암유적은 모두 1975년도에 이전이 되었다.
이전은 이전설계지침에 따라 설계되어 진행되었다. 농암각자의 이전설계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같은 시기 유형문화재 22호로 지정받은 월영대(月映臺) 각자(刻字)의 설계지침이 있어, 이전의 원칙을 알 수 있다. 이 각자는 안동군 월곡면에 있다가 안동시 성곡동으로 이전하였는데, 요즘 안동관광의 핫 플레이스 월영교(月映橋), 시민공모로 채택된 이 다리이름이 이 각자에서 착안되었다고 한다.
월영대는 1974년 이전대상이었다. 1974년 6월 5일에 산업기지개발공사에서 문화공보부로 보낸 월영대의 설계지침을 보면, 그 첫 항목이,
각자의 크기는 가로 83센티*세로 48센티의 크기로 큰 암석의 각자가 되어 있으므로, 각자가 된 부분 암석을 가로 1.5미터*세로 1.0미터*두깨 0.6미터 이상이 되도록 절단한다.
이전설계의 일반 대원칙은 원형(原形)대로 이전하는 것이었다. 바위글자도 다르지 않았다. 글자가 눈에 보이는 원형이니, 그것을 잘라내어야 했다.
공권력으로 진행되는 국가사업에 개인이나 문중의 결정권은 별로 없었다. 기껏 이전 장소 정도를 안동군과 협의하는 정도였다.
농암유적의 이전지(移轉地) 결정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자세한 이유는 알지 못하지만, 당시 분천이 강력하게 반대한 사안 하나는, 분천 뒷산 허리를 가로질러 들어가는, 도산서원진입로 개설이었다. 당시 선친이 수자원공사, 문공부, 문중사람 등을 만나며 동분서주하시던 모습은 지금도 기억이 나는데, 내막은 성인이 된 후에 알았다. 혹 이런 일이 이전 시기의 지연과 관련이 있었을까? 혹 농암각자의 절단도 분천이 반대한 사안은 아니었을까?
이전 결정은 댐 완공 1년 전에야 겨우 이루어졌다. 1975년 2월 4일에 경북도청에서 문공부로 보낸 공문을 보면, “이전 장소가 결정되었기 보고하오니, 조속한 시일 내에 실태조사를 하여 설계지침을 시달해 주시기 바랍니다.”고 되어 있다. 댐 완공 예정이 다음해 1976년 9월이었다. 농암유적 이전과 관련해, 분천의 고뇌와 이에 따른 관계당국의 초조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문중회의를 거치고 논란을 거듭해, 농암유적의 이전 장소는 아래처럼 분산 결정되었다. 당시, 안동군청에서 경북도청으로 보고한 75년 수몰문화재 이전대상이다. 경북도청은, 이 보고서를 근거로 첨부해서, 문공부에 조속한 설계지침 시달을 요청하였다.
[자료 8]
이전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농암각자는 절단하여 영지산 남록에, 애일당과 함께 갔다. 앞의 [자료 5]와 새로운 [자료 9]이다.
[자료 9]
전술하였듯이, 위 사진의 ⑪이 ‘농암’바위, ⑫가 ‘선생’바위, ⑬이 ‘정대구장’바위다. 이 각자를 아래사진처럼 잘라 옮겼다. ‘정대구장’바위는 다듬은 면을 따라 두 글자씩 나누어 잘랐다. 자른 다음, 이건한 애일당 건물 아래 저렇게 배치하였다. 바위는 저렇게 30여 년을 있었는데, 각자 앞으로 보이는 저 길은 분천에서 예안으로 가는 신작로였다. 분강 강변의 바위 글자가 저렇게 잘려서, 길가 전시물처럼 배치되어 있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지금 저 각자는, 애일당과 함께, 가송리 농암유적복원지에 집적되어 옮겨져 있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