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세이 4편
아이가 미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지난 삼월 말 원데이클래스를 처음 시작했으니 이젠 두 달이 되어가고 있다. 일주일에 금요일 하루, 우리 손을 잡고 어린이집에서부터 걸어가 미술학원을 가는 방식이다.
미술학원을 정기적으로 다니기 시작한 이유도 다사다난하고, 미술학원에 우리와 독립적인 안정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도 최근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섯살, 어린이집에선 만4세반부터 낮잠이 없어지면서 어린이집에서 보내는 시간 자체가 길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또한 오후 다섯시부터 이루어지는 어린이집 통합보육반이 만5세 형님반과 형성되면서 작년에 동생반과 통합보육했을 때보다 더 치이는 부분도 작용했을 것이다. 게다가 신학기 반이 바뀌고 반친구들이 일찍 하원하는 경향이 짙은 편이었기에 우리 아이도 어린이집에서 일찍 하원하기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맞벌이 사정에 이른 하원을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학원이었고, 먼저 원데이클래스부터 한번씩 시도해보기로 했다.
태권도학원에선 태권도 일일체험 두번을 경험해도 가고싶지 않다고 거부한 것과 달리, 미술학원은 단 한번 원데이클래스에 다녀와서 또 가고싶어? 물었을 때 단숨에 응! 또 가고싶어!라고 대답한 것으로 보아 아이성향에 미술학원이 맞았던 듯하다. 엄마아빠는 노란버스 운행을 하는 태권도학원도 다녔으면 했지만. 역시나 엄마아빠의 바람과 욕심은 아이의 말 한마디, 아이 마음에 허물어지고 내려진다:)
그렇다고 미술학원에 등록한 뒤, 일주일에 한번 미술학원 가는 길이 수월했느냐. 전혀 아니다.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린이집에서 일찍 하원하고 싶어하는 이유가 엄마아빠와 더 일찍 함께 놀고 싶어서라면, 집에 가서 보고싶은 유튜브 키즈 영상들이라면 미술학원이 우선순위가 아닌 것이다. 쉽지 않았다. 어린이집에서 집근처 미술학원으로 걸어가는 길에 집으로 가고파 하는 아이를 어떻게 설득할지 옆 직장동료가 챗 GPT에게 물어봐 주기도 했고, 그 방법으로 아이에게 "네가 미술학원에서 그림 배워서 엄마에게 알려줄래? 엄만 네가 배운 것 보고싶어."하고 설득하기도 했다. 미술학원 앞에 도착해선 나 또한 신발을 벗고 학원 내부에 들어가 5분 안쪽으로 아이 옆에 앉아 있다가 새로운 미술재료 등에 미술 선생님이 아이 호기심을 끌면 "엄마 이 시계바늘 올 때에 시간 맞춰서 데리러 올게"하고 약속하고 나오기도 몇 주간 했다.
그런 밀당의 한달을 지나 가정의 달에 미술학원에서 특별하게 준비한 솜사탕파티를 계기로 아이에겐 "미술학원=솜사탕 먹을 수 있는 행복한 곳"이라는 공식 비슷한 게 생긴 것 같다. 게다가 미술학원 선생님과의 레포형성(신뢰감 형성)도 잘 되었던 게 큰몫 했고:) 최근에 처음으로 미술학원 앞에서 내가 신발 벗고 들어가지 않아도 아이가 선생님 손을 잡고 들어가는데, 아 이제 됐구나 다사다난했던 두달의 과정이 이젠 끝이구나 싶어 행복했다.
그렇게 두달간 우리와는 독립적으로 미술학원에 가는 걸 안정적으로 느끼게 되기까지 내마음을 붙들어준 건, 아이가 미술학원에서 만들고 그려오는 작품들이었다고 감히 선언한다. 내 마음 속엔 다른 세계적인 유명 화가들의 그림보다 더 선명한 감각으로 아이 그림들이 한장씩 박혀있다. 첫 미술학원 원데이클래스에서 그려온 그림은 산에 손이 그려져 있고, 산에 얼굴표정이 있으며 강에 물고기가 헤엄치고 사과나무에도 물고기 한마리가 산다.
두번째 손에 수줍게 들고 온 작품은 아빠에게 주는 선물로, "아빠의 힘이 강해지는 산삼"이다. 아빠가 계속 건강해서 자신과 공놀이를 계속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고 선생님이 귀뜸해주셨다:) "선물 받아서 좋겠수"하고 신랑에게 부러운 목소리를 건네기도 했다. 그린 아빠 얼굴도 신랑과 닮았다!
그리고 최근에 그린 자화상은 '코를 파면 무엇이 나올까?' 상상해서 그리는 그림인데, 도넛이 나온다고 아이가 이야기했다고 한다. 하트도넛, 꽈배기도넛, 팥도넛, 딸기도넛 하나하나 앙증맞게 그리고 칠한 도넛이 다 좋다. 무엇보다 자화상의 표정이 윙크하는 모습이라 더 어여쁘다♡
아이의 그림들 속에서 이야기를 발견하고 묻는 과정에서 오는 기쁨과 즐거움은 아이 그림에 더더욱 반하게 하고, 더 의미있게 만드는 기폭제다. 아이가 스스로의 상상이 표현되는 과정을 즐거워하는 시간이 앞으로도 이어지기를. 그 모습을 오래 마주하며 웃을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