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세이 5편
요즘 아이와의 일상에서 내가 누리는 기쁨은 아이의 대화를 수집하는 것이다. 육아는 내안의 천사와 악마 모두를 대면하는 순간들이라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 한다. 엄마이기 이전에 나약한 인간이라 육아에서 어떤 기쁨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각인시켜야 조금 수월하다. 인생의 슬픔보다 기쁨을 더 모아야 인생이 조금은 더 수월해지듯이.
어느새 아이가 하는 말들에 빵빵 웃음이 터지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고백하면 아이가 생겼을 때 내가 마음에 품었던 건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하는 아이로 자라길 바라는 소망이었다. 이 소망이 실제로 눈앞에서 찬찬히 실현되는 모습을 보는 게 참 쏠쏠한 기쁨이 된다.
"엄마는 꽃을 좋아하고, 아빠는 선물을 좋아하고, 난 달리기를 좋아해요:)" -어린이집에서 가족을 소개하는 아이의 말
"엄마 아까 짜증 오래내서 미안해. 잘할 수 있는 것도 많지만 아직 배워야 하는 것도 많아. 짜증 안내고 싶었는데 노력했는데 잘 안됐어." -스스로 잘해왔던 게 잘 안되는 순간 아이가 참지못하고 울먹이는 짜증을 연달아 내고, 자기전 한 말
"엄마아빠 나 숨었다. 나 잘 숨지?"
-숨바꼭질놀이에 재미를 붙이곤, 숨은 자리에서 발각될 건 생각지 않고 하는 말
"수영장 물이 깊으면 빠질 수도 있어. 조심해야해. 수영장이 깊어보였어. 안하면 수영 못하는 아이가 되잖아. 한번 해볼게."
- 어린이집에서 어린이수영장체험을 처음 가보는 날, 우리에게 자신의 다짐을 비장하게 전하며. (신랑이 오히려 '괜찮아. 지금 못해도 돼.'라고 말했다.)
"악당들은 무슨 음식 좋아해?"라고 물어서 "매운음식!"이라 둘러대니, 빨간색, 초록색 색연필 가져다두며 나를 향해 찌른다. "매운 떡볶이다, 매운 피클이다! 공격!"
- 로봇영상을 많이 접한 아이는 악당과 공격을 당연하듯 말하며, 엄마아빠를 악당으로 상정하고 진짜 공격한다!
"엄마아빠 선물 주면 기뻐"
-요즘 빠진 색종이 접기, 색종이에 글자쓰기를 해서 우리에게 선물이라고 건네준다. 진심을 다해 기뻐하다가 이젠 너무 줘서 시큰둥한게 솔직한 마음이지만 색종이접기가 나날이 발전하고(전투기, 장미, 다이아몬드, 기차, 미니자동차, 왕관, 쓰레기통 등등) 사랑한다는 말이 적힌 종이는 언제 받아도 좋다:)
"난 엄마가 안아주는게 제일 좋아"
-주말에 좋아하는 뽀로로 등 각종 영상을 보다가 갑자기 다가와서 하는 말
틈틈이 아이가 우리에게 해준 말들을 옮긴다. 매일 한마디씩은 찡한 감동이거나 웃음을 준 것 같은데 다 적어두지 못한 내 게으름을 한탄하다가 이정도나 기억하고 적은 게 어디냐하며 내 부지런함을 토닥인다. 육아를 하다보면 이렇게 태세전환이 빨라진다. 내 기분을 잘 토닥여야 가정에 평화가 깃든다는 걸 오년여의 육아생활로 절감해서 나오는 직감적 본능이 아닐까 싶다.
수집한 대화 속에서 아이가 생각하는 것들을 곰곰히 들여다보고, 내가 아이의 어떤 모습을 사랑스러워하는지도 생각한다. 엄마아빠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걸 자연스럽게 친구들 앞에서 말할 줄 아는 아이의 모습이 좋다. 짜증을 안내고 싶어서 노력했는데 잘 안됐다는 말엔 너의 노력을 설명할 줄 아는 표현력에 놀란다. 결과가 멋지지 못해도 자신의 노력을 소중히 여기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할 줄 아는 용기를 가지고 있어서 너무나도 감사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놀이를 잘하고 싶어하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큰 아이라는 걸 매번 실감하고, 우리가 건네는 인정의 말이 아이의 건강한 자신감과 자존감이 되었으면 좋겠다. 무서워하는 물 앞에서 한번쯤은 도전해보겠다는 아이의 말을 들으며 또 한뼘 컸구나 감탄한다. 선물을 주면 누군가를 기쁘게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주는 기쁨을 아는 아이라는 게 행복하다.
이렇게 아이의 말들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아이의 모습을 발견하고 어쩌면 나의 소망을 투영해보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그럴지라도 아이의 말과 아이와의 대화를 앞으로도 수집해나갈 것 같다. 사랑스러운 면모와 마음을 면밀히 들여다보면서 너의 생각과 표현을 지지해주는 부모로 남기위해.
*오랜만에 에세이 기록을 남기려니 이런 생각이 드네요. 시간이 지나도 결국 다시 좋아하는 자리로 찾아온다는 것. 여전히 어렵지만 좋아하고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것. 그래서 계속 이어 해보고 싶은 것이 제겐 에세이라는걸요. 느려도 시간이 걸려도 계속 이어가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