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아픔이 서둘러 지나가기를

육아에세이 18편

by forcalmness

많이 덤덤해졌구나, 아이가 아플 때 내 마음가짐과 대처가. 오랜만에 주말에 아이가 열이 났는데 꽤 오랜만이라 좀 어색한 기분인 걸 빼곤 생각보다 침착한 걸 보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이랬던 건 결코 아니었다.


아이가 태어난지 오년, 아이가 아파서 힘들었던 고비가 몇번 있었다. 급성 후두염에 걸려서 연이틀 수액 맞았을 때, 장염에 걸려 하룻밤 병원에 입원했을 때가 가장 강렬한 기억이다. 아이가 아플 때 힘든 건 아이가 신체적으로 힘겨워하는 걸 지켜보는 것과 동시에 대처방법을 잘 몰라 안절부절하는 내 모습이었다.


몸이 쳐지고 기운 없어하고 밥도 거부하며 게워내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힘겨운데, 보고만 있으면 안되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밥을 안 먹으면 당이 떨어지지 않게 사탕이라도 물게 해야 하고, 열이 떨어지면서 나는 땀에 추워 기침을 하면 새벽에도 젖은 옷을 갈아입혀야 한다. 처음엔 그조차 몰랐다. 안먹으려 하면 밥 주려 하지말고 사탕이나 달달한 음료라도 먹여야 탈수가 오지 않는다는 걸. 누가 가르쳐주는 법이 없고 검색으로 조합한 지식을 적용해가며 내 아이에게 잘 맞는 방법을 찾아가야 함을.


아이는 아픈데 방법은 모르겠고, 진짜 울고 싶고 실제로도 운 시간을 지나왔다. 아이가 아플 때 여러 방법을 적용해 보면서 내 아이에게 잘 맞는 대처법을 찾았다는 감이 오면, 그때부턴 마음의 죄책감으로부터 조금씩 벗어난다. 내가 무언가를 잘못해서 아이가 아픈게 아니라는 것도 그제서야 점차 받아들이게 되고, 내가 어떤 대처를 했을 때 아이의 기침이 잦아들고 기운이 조금씩 도는 것 같을 때 처절히 안도한다. 내 아이가 아플 때 어떤 루틴인지도 경험이 쌓여가고, 어떻게 대처할지 머릿속에 계획이 그려지는 기분이 드는데 사년은 걸렸던 것 같다.


이젠 아이에게 잘 듣는 해열제, 잘 안듣는 해열제를 알고 기침하면 어떤 방식을 거쳐야하는지 과정이 세워져 있고, 맞벌이 부부로 서로의 일정도 공유한다. 아이가 아프면 누가 조퇴하고 달려갈지 미리 상의하는 머리도 생겼다. 제법 부모 느낌이 난다. 우리 그동안 꽤 애썼구나. 오늘은 우리를 토닥토닥 하고 싶어진다. 바라는 건 단 하나, 아이의 아픔이 짧게 머물고 떠나가기를. 너의 아픔이 서둘러 지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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