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성탄절 선물을 포장하는 고요한 밤

육아에세이 23편

by forcalmness

겨울이면 딸기를 떠올리는 아이를 데리고 올해 첫 딸기따기 체험을 갔다가 아이 어그부츠를 사고 집에 돌아와 뻗었다. 이른 저녁 긴 저녁잠에서 깨어보니 이제 신랑이 곤히 자고 있다. 작년만 해도 매주 밖으로 놀러 다녔는데 무슨 체력이었나 싶다. 아이와 신랑이 모두 곤히 잠든 밤, 말똥거리는 눈으로 해야할 작업거리를 주섬주섬 꺼낸다. 아이의 성탄절 선물을 고이 포장하는 일.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성탄절 미션이 하나 있다. 어린이집에 오시는 산타 할아버지가 아이들에게 나눠줄 선물을 부모가 미리 포장해서 아이들 몰래 어린이집에 건네야 한다. 그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선 여러 단계를 거치는 작업이 필요하다. 미리 선물 주문하기, 포장지 사두기, 포장지 앞에 붙일 산타가 건네는 편지를 써서 출력해두기, 예쁘게 선물 포장하기. 추가로 집 트리 앞에 둘 선물 하나 더 준비도 해둔다. 아이가 우리집에도 산타가 다녀갔다는 환상을 충족시켜주고 싶어서. 무려 선물 두개를 준비해야 하고, 하나의 선물은 편지까지 붙여 포장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몸도 마음도 바쁘다.



이번엔 다행히 아이가 카봇책도 갖고 싶다고 해서 작은 크기의 선물 카봇책 하나를 포장하기로 한다. 내 취향의 스누피 포장지를 미리 사두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포장을 시작했다. 알록달록한 네모에 스누피가 그려진 포장지, 너무 예뻐서 아이가 이 선물을 받을 때를 기쁠거란 생각에 미소가 깃든다. 금손이 아니어서 포장 마무리 작업에 시간이 꽤 걸린다. 그래도 예쁘게 마감처리를 해주고 싶은 마음에. 요즘엔 다 온라인 선물하기를 하는 시절이라 이렇게 포장지로 손수 포장하는 일이 진짜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모두가 잠든 밤에 이리 사부작거리고 있자니, 꽤나 의미있는 일을 몰래 하는 듯한 몰입감이 생긴다.



서걱서걱 가윗소리, 마감을 신중히하는 예리한 내 눈빛, 어디 즈음에 편지를 붙일까 고심하는 소리없는 고민이 이어진다. 가끔은 선물 자체보다 선물을 포장하는 마음이 간절할 수도 있구나,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은 비밀스러운 시간을 선사한다. 아이가 포장지를 마구 뜯으려나 조심히 뜯으려나 궁금하기도 하고. 스누피 포장지가 예쁘다고 섬세하게 말해주려나 궁금하기도 하고. 우리가 비밀스럽게 건네는 일년 단 한번의 선물을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기대하고 있다. 아이도 이 시간을 이처럼 이토록 기대하고 있구나 새삼 깨달으면서. 아이가 산타를 믿을 때까지 충실히 그 기대를 충족시켜보리라 굳은 결심도 다져보는 고요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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