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오면 딸기가 생각나

육아에세이 20편

by forcalmness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무엇인가요. 저는 여름 복숭아를 꼽고, 신랑과 아이는 겨울 딸기를 외칩니다. 사람의 계절 기억 속엔 어떤 음식이 자리를 잡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게 여름이란 복숭아로 바로 연결되거든요.



아이와 올해 첫눈을 사뿐사뿐 즈려밟으며 어린이집 등원을 하는데, 아이가 대뜸 이런 말을 건넵니다. "엄마 아빠, 첫눈이 왔으니까 겨울이 온 거지? 겨울이면 딸기가 나온댔으니까 딸기 사러가자. 우리 겨울엔 딸기 사러 가기로 했잖아."



완벽한 사고 흐름에 웃음부터 터져 나옵니다. 이렇게 정직하고 직관적인 생각이 있을까. 너의 이런 점이 참 좋다고 절로 미소가 지어졌어요. 첫눈이 오면 겨울이고, 겨울이 왔으니 딸기가 나온다고 했고, 자신에겐 딸기가 먹고픈 마음이 굴뚝 같으니 선언하는 겁니다. 딸기 사러 갈 시간이라고. 우리를 재촉하듯 자신이 원하는 걸 말할 줄 안다는 사실이 기뻐지는 마음 아실까요.



아이가 토요일마다 가는 미술학원에서 저번주엔가 만들어온, 지점토를 조물락거리며 만들었을 틴트파이함에 딸기가 정중앙에 자리잡고 있었을때 알아봤어야 했나 봅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과일들로 장식했을 테니까요. 딸기, 체리, 블루베리 세가지를 조목조목 자랑스레 얘기했던 아이의 목소리가 새록새록거립니다.



저도 덩달아 들뜨는 마음이 전염되었어요. 어떤 계절에 어떤 걸 기다리는 마음은 그걸 듣는 사람의 마음에도 즐거운 씨앗을 심는 것 같아요. 이번 주말, 아이와 첫눈을 맞이한 기념으로 첫 딸기를 사러 가봐야겠어요. 그리고 내년엔 여름이 오면 제가 아이와 신랑에게 말하겠죠. 아이 신나, 이제 복숭아 사러 갈 여름이 왔어 하고. 여름이 온 걸 어떻게 전 그동안 알아챘을까요. 그 첫 신호탄은 제게 무엇인지도 한번 곰곰히 생각해봐야겠네요. 아마도 복숭아가 보이는 때일까요.



이번 겨울에 하고픈 일이 또 떠올랐네요. 아이와 작년에 즐겁게 했던 딸기따기 체험을 올해도 다녀와야겠어요. 직접 수확한 딸기를 먹는 맛이 아이에게 꿀맛으로 기억되길 그려보며. 첫눈과 딸기의 추억으로 올해 겨울이 따뜻하길. 올해 겨울에 무엇을 기다리고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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