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1편
아이가 먼저 미안하단 말을 한다, 잠들기전 나에게. 유튜브로 보고싶은 동영상을 보다가 잘 시간이라고 얘기한 내게 더보고 싶다고, 왜 못보게 하냐고 말하는 널 입 다물고 대하는 엄마 모습에.
누군가를 사랑하면, 더 사랑하면 약자가 된다고 하고, 이는 누가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건네는지가 지표가 된다고들 한다. 혹은 '난 맞는 행동을 했어'란 생각으로 그 생각에 매몰돼 입을 닫고있는 사람이 당연히 미안하단 말도 건네지않겠지 싶다.
내가 아이에게 입 다물고 있던 순간이 그랬던것 같다. 난 그만 볼 시간이라고 알려준것뿐 아예 못보게 한것도 아니었는데 내가 못보게 한 사람처럼 대하는 아이에게 화가 나고 억울하고 아이에게 난 맞는 행동을 한거야~란 생각회로만이 돌고있고 그 생각에만 빠져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아이가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는 순간, 그 억울하고 화났던 마음이 조금씩 풀리고, 입을 열어 아이에게 내마음을 말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피어났다. 그래서 조곤조곤 그치만 투박하게 아이에게 표현하니 아이도 끄덕끄덕,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얘기하고 풀수 있었다.
아이와의 이 에피소드를 통해 난 역으로 결혼생활에서의 신랑과 내 관계를 돌아볼 수 있었다:) 결혼생활을 하다보면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하거나 행동을 했을 때, 미안하다는 말을 하게 되는데 내 기억이 맞다면 내가 거의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하는 편이다. 그래서 언제는 신랑에게 '먼저' 미안하다고 얘기하거나, 서로 화나서 얘기를 하지않을때 '먼저' 말을 걸어주길 내가 얼마나 기다리는지 아냐고 하소연한 적도 있었다. 노력하겠다가 답이었지만 결혼 8년차 현재 스코어로는 내가 먼저 말거는 상황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약자로서의 판단이다.
그동안은 사실 신랑의 머릿속이 이해가 되지않았다. 난 화가 나도 화나있는 그 순간들이 지속되는게 싫고 대화못하는 그 상황이 더 싫어서 한시라도 빨리 풀고싶은데 신랑은 그게 아닌가보다, 내가 신랑을 더 사랑하는걸까, 모든일은 쌍방의 책임이라고 내가 전적으로 잘못한건 아닌것같은데 일부분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혹은 첫시작은 어떠했든 그사람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것만으로 미안해서 말을 한번쯤은 먼저 걸수도 있지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이번엔 절대 내가 먼저 말걸지 말아야지 버텨도 거의 항상 문자로는 대면으로든 먼저 말거는건 나라는 사실이 서글펐다. 그런데 아이와의 상황에서 엄마였던 내모습에 신랑이 겹쳐보였다.
신랑이 그동안 날 덜 사랑해서도 아니고(내가 아이를 덜 사랑하는게 아니듯) 신랑의 사고회로에서는 뭔가 억울하고 화나고 내 행동은 내생각엔 맞는 행동이었어~라는 생각에 깊게 빠져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내가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전까지. 그렇다면 내가 먼저 말을 걸고 미안하단 말을 먼저 하는게 그리 대수랴. 그 한마디가 깊게 매몰되어 돌아가는 사고회로를 멈추게 하는 마법같은 단어라면. 내가 아이얼굴을 잘 보지않고 말도 걸지않았다가 아이의 '미안하단말' 한마디에 엄마가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그런 말을 한 이유를 납득하는지 물어보며 입을 열 마음이 든 것처럼.
난 원래 이렇게 말을 안해서 답답해하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결혼 후 내모습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선택이 그러하겠지만 결혼은 내 선택과 내모습을 계속 곱씹어보는 과정을 수반하고, 내 변화를 실감하는 순간들에 수없이 직면한다. 최근에 읽은 <결심이 필요한 순간>에서 이런 말이 등장한다. "결혼을 하고 나서 그 사람으로 인해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변화하는지 그모습이 마음에 드는지 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가끔은 미안하단 말을 먼저 꺼내는 게 서글프고, 지는게 이기는거라는 조금은 얼토당토하지않는 것 같은 말로 스스로를 위안하며 미안하는 말을 건네는 내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치만 내가 무던한 사람이라(신랑보단) 신랑의 어떤 섬세한 부분을 놓치고 배려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그사람이 내게 속마음을 꺼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해법이 '미안하단말' 한마디를 먼저 꺼내는 거라면 난 먼저 말을 걸고파하는 사람으로 변한 내모습이 꽤나 마음에 든다. 관계지향적으로 변한 내 모습이 꽤나 근사하다 싶다:D 아이에게도 신랑에게도 먼저 미안하단말을 머뭇거리지않고 할수 있는, 좀더 강한,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