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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의자 Jul 08. 2020

탐정 소설의 전설

바스커빌 가문의 개, 코난 도일

지금은 문학과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양식이 되었지만 추리물이 등장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세기 중반 에드가 앨런 포우가 발표한 단편들을 추리 소설의 원조로 꼽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그의 소설 중 「모르그 가의 살인 사건」, 「황금 곤총」, 「도둑 맞은 편지」는 이후 소설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기괴한 사건의 진실을 찾아간다는 추리물 서사의 뼈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리고 포우는 뒤팽을 통해 ‘탐정’이라는 직업을 세상에 소개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탐정의 대명사로 불리는 인물은 뒤팽이 아니라 ‘셜록 홈즈’이다. 그가 등장하는 소설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도 그의 이름에는 익숙하다. 워낙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했을 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 상품의 캐릭터로 활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사냥 모자를 쓴 옆모습이나 검은 담배 파이프는 실제 소설에 등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홈즈의 상징이 되었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소설의 작가 코난 도일의 이름을 딴 애니메이션까지 제작되었다.       


홈즈가 등장하는 60편의 단편과 4편의 장편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작품은 <바스커빌 가문의 개>이다. 다트무어 황무지에 자리한 바스커빌 가문의 영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다루는 이 소설은 등장인물도 많을 뿐 아니라 서사도 복잡한 편이다. 하숙인 베이커 거리 221B호에 앉아 의뢰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바로 사건을 해결하는 싱거운 단편과는 읽는 재미가 다르다. 사건의 해결만큼 범인들의 사연에 집중하는 다른 장편들의 지루함도 이 소설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바스커빌 가문의 개>는 코난 도일의 소설 중 우리가 생각하는 탐정 소설에 가장 가까운 작품이기도 하다. 탐정 소설의 재미는 범인을 잡는 과정이 얼마나 흥미롭냐에 달려 있다. 독자들은 탐정 소설을 읽는 과정에서 긴장과 흥분 그리고 초조함을 느끼고 싶어 한다. 악인이 더욱 더 악해지고, 범죄가 더욱 더 잔인해지는 이유도 이러한 독자의 요구를 만족시켜주기 위해서이다. 탐정 소설에서 선정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반면에 탐정은 수사 과정에서 실수하고 좌절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홈즈 시리즈에 흔히 드러나는 제국주의적 무의식이 비교적 적다는 점도 이 소설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이유이다. 사실 홈즈 소설은 여성에 대한 비하는 물론 인도나 아프리카 등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하다. 소설에서 대부분의 흉악한 범죄는 영국 밖에서 들어온 이민자들에 의해 벌어지며, 그들이 평화로운 영국을 위협한다. 첫 작품 <주홍색 연구>에서 살인은 미국에서 벌어진 모르몬교도의 갈등이 원인이며, 두 번째 장편 <네 사람의 서명>에서 살인은 서아시아에서 벌어진 범죄의 결과이다.      


사실 홈즈는 그리 매력적인 탐정은 아니다. 탁월한 지적 능력을 지녔다고는 하지만 그 능력을 발휘하는 사건이 그리 많지 않다. 그가 기괴하다고 선택한 사건은 대부분 가정사나 연애사 등 가벼운 것들이다. 사건이 기묘한 데 비해 해결 과정은 그리 치밀하지 못하다. 이는 홈즈 시리즈가 대부분 왓슨의 시점에서 전개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홈즈는 여전히 탐정의 상징이다. 왓슨이 사건 기록과 회고를 통해 그를 우상화 하는데 성공했듯 현대 문화산업이 다시 한번 그를 상품으로 포장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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