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어색한 아빠라는 남자

서툴지만 어색하지만 쑥스럽지만 내가 많이 좋아하는,

by 알로라 와인

아빠, 나에게는 여전히 어색한 이름.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아빠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의문을 주는 책

마스다 미리의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어려운 그 남자, 아빠라는 남자’를 소개하고 싶다.


IMF 구제금융 시기에 아빠는 여럿 동료를 잃었고,

사춘기였던 나는 아빠의 자리를 잃었다.

아빠는 부재중이었고,

나는 더욱 엄마와 가깝게 지내서

학교 이야기, 친구 이야기와 같은 모든 일상을 엄마와 공유하였다.


당시 아빠는 밤에는 술에 취해 있었고,

아침에는 ‘다녀올게’라는 목소리만 방문 넘어 남기고 출근하였다.


그와 나는 같은 장소를 공유하였지만, 같은 시간을 공유하지는 못했다.

아빠라는 남자는 나를 풍족하게 해주는 울타리 같은 존재이긴 했지만,

가까이 가기에는 왠지 부담스러운 사람이었다.

우리 집 아빠만 그렇게 어색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에서 나는 안도감을 갖게 되었다.



마스다 미리의 아빠를 보면서, 나의 아빠를 보는 듯했다.


촌스러움을 달고 다니고, 옷도 안 사고,

엄마만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이

우리 집에 있는 아빠와 너무 닮아 있었다.


왜 아빠는 엄마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것인지,

나이가 오십이 넘어서도 스스로 양말과 바지를 챙겨 입는 것이 서툰지,

항상 아빠를 암묵적으로 무시하고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구분 지으려 하였다.


그때는 그것이 아빠의 서툰 의사소통의 방법,

엄마에 대한 사랑과 관심의 표현이라는 것을 몰랐다.


그저 아빠는 먼 사람이었다.



“좋지, 여기?”

“네.”

“맛있구나.”

“네”

내가 배불리 잔뜩 먹으면 아빠는 기분이 좋아 보인다.

(아빠라는 남자 중에서)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아빠한테 말하는 날,

아빠는 명동에서 돈가스를 사주었다.

메뉴부터 너무 촌스러워서 정말 아빠 같다고 생각했다.

오래된 집이었다.


“ 어때? 맛있지? 여기 유명한 집이야.”

“ 응 맛있네.”


아빠는 시종일관 맛있냐며 내 눈치를 봤고, 나는 못 이기는 척 맛있다고 말했다.


“그래, 나는 삼십 년을 은행에서 일했어. 난 그게 전부라고 생각했어.

근데 요즘은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하고 싶은 거, 즐거운 걸 하고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해.

다시는 금융일을 하고 싶지 않아, 너도 그런 거겠지.

그래, 하고 싶은걸 해. 재밌게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살아.

너네 세대는 그게 맞아.”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맥주를 마셨다.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하지만, 아빠의 그 말은 온 세상이 내 편이 되어준 느낌이었다.



마스다 미리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 묻는다.

나에게 아빠는 어떤 존재일까?


그 후에도 아빠와 나의 관계는 좋았다가 나빴다가 한다.

하지만 한 가지 달라진 점은,

내가 아빠를 이해할 만큼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책을 엄마와 함께 보면서, 아빠를 보며 키득키득 웃기도 하고,

아빠에게도 마스다 미리의 그림을 보여주면서

작은 소주잔을 기울이는 아빠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 작가의 아빠도 아빠처럼 촌스러워.”

“에이……. 내가 뭘.”


그러면서 아빠는 슬며시 웃으며,

엄마가 구워온 돼지고기 한 점을 달그락 집어 쩝쩝 소리 내며 먹는다.

아빠라는 남자, 다가갈수록 어려운,

나의 아빠는 아직도 촌스럽다.


아직도 우리는 서먹서먹하다.

아직도 아빠는 뜬금없이 나에게 급작스러운 관심을 보이고

나는 빛의 속도로 방어하며 방으로 스윽 들어가 버린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우리의 DMZ 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것을.


그만큼 나도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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