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은 내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부엌에 대하여, 음식에 대하여, 그리고 사랑에 대하여

by 알로라 와인

베트남 파견근무 때 가장 중요한 일은 매일 밤 달리는 것이었다. 공장 주변을 달리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기숙사에 있는 러닝 머신을 10K를 달리고서야 잠을 잤다. 그 더운 여름날 뜻 모를 베트남 드라마를 틀어놓고, 귀로는 아이팟을 들으면서 달리는 시간은 텅 빈 시간이었다.


누군가 Gym 옆의 부엌의 불을 켜고 바쁘게 달그락 하더니 러닝머신 옆에 민트 잎이 가득 든 모히토를 놓고 갔다. 내가 모히토를 좋아한다고 말했던가, 내가 민트를 좋아한다고 말했던가, 가득 찬 얼음 사이로 잘게 잘라진 민트 잎 향이 달리는 내 얼굴을 덮었다.


어디에서나 부엌마다의 기억이 나에게는 있다. 그때의 부엌은 마음이 빈자리를 채워주는 부엌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이후로도 허전함과 마음이 비어 간다 느낄 때는, 어김없이 장을 보고 냉장고를 채워 넣는다, 그리고 주말에 뭘 해 먹을지 고민하며 주중을 보낸다.


샤샤의 인생은 공허함, 고통이라는 말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녀의 인생은 고통과 연민이 함께 하며 반항과 외로움이 섞여 있는 인생이었다. 그녀의 가족사는 장을 넘길수록 미간을 찌푸리게 하였고, 읽는 내내 그녀의 어린 시절을 안아주고 싶었다. 그녀의 어머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녀는 엄마의 친구인 퍼트리샤를 법적 보호자로 두게 되면서 그녀의 가족에게 흡수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방인, 돌봐야 하는 존재 일 뿐이었고 퍼트리샤의 가족과 하나가 될 수는 없었다.


“ 하지만 나는 요리를 하고 싶었다. 요리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엄마가 가르친 무언의 교육에 따르면 요리는 살아가면서 겪는 모든 우여곡절의 해결책이었다. 반죽을 주무르거나 냄비를 저을 수만 있다면 이 새로운 삶을 잘 헤쳐나갈 수 있었다.” – p.85


그녀는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서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서 부엌을 찾았다.

엄마와 함께 했던 시간들, 초라하지만 가득 차 있던 시간들에 대한 외로움과 공허함을 소스의 냄새로 냄비의 온기로 채우고자 했다. 하지만 퍼트리샤는 곁을 주지 않았고 그녀의 요리를 달가워하지도 않았다. 사샤의 청소년기는 또다시 방황이었고 친구들도, 남자 친구들도, 다시 찾은 엄마도, 심지어 그녀의 남편과 딸이 주는 행복감도 그녀의 불안감과 공허함을 채워주지는 못했다.


결국 다시 부엌, 195개 나라, 195가지 요리법을 도전하면서 가족을 용서하게 되고, 자신의 과거까지도 사랑하게 되는 그녀의 책은 단순한 요리 에세이를 넘어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비슷해 보이는 표정 넘어 그들의 인생이 있다, 겉으로는 충분해 보이는 나의 인생 뒤에도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허한 마음이 있다.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할 뿐, 없어지지 않는 이 지긋지긋한 허전함의 마음이 나를 덮어버리려 할 때마다 나는 토마토소스를 생각하고 겨울이 오기 전에 무화과를 졸일 생각을 하고 싸구려 와인을 생각하고, 양파를 자르는 생각을 한다. 커다란 양파 껍질을 벗기고 반으로 뚝 잘라 칼집을 내고 계속 자르고 자르고 자르면 그 의미 없는 행동과 함께 가라앉은 기분이 날아간다.


요리란 어떤 의미인가, 가장 본능적인 행동을 위한 가장 단순하고 본질적인 행동. 그것이 요리이다. 그리고 주방은 그것을 하기 위한 장소, 가장 본능적인 장소이다. 결국 음식을 나눠 먹는다는 것은, 가장 본능 적인 행동을 함께 하고 있다는 가장 솔직한 고백이다.


우리 모두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부끄러운 마음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누구도 위로해 줄 수 없는, 답이 없는 마음들. 이 책들 당신의 그런 마음을 이해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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