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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라 와인 Oct 26. 2017

E complicato , 복잡함

vista e cmplicato 

"혼란 스러워요"

"무엇이?"

"인생이요, 인생이 혼란 스러워요."

무엇이 그렇게 혼란스러운 것인지 도통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나를 너무 빤히 쳐다봤다.

"왜?"

"그냥요...... 인생은 어려우니까요."

말갖지도 않은 소리를 한다는 식으로 웃으며 덧붙인다. 

"하루가 좋으면 하루는 우울하고 다시 하루가 좋고 그런게 인생이야. 지금을 행복하게 살아. 그것이 인생이야."


E complicato: complication, 복잡함


이탈리아로 떠나온지 3주가 되어간다. 3주밖에 안되었는데 기분은 3달정도 된것 같은 기분이다. 

볼로냐를 지나 로마를 거쳐, 이곳 피렌체에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요리학교를 가고 다녀와서 장을 보고, 동네를 걸어다니며 두오모를 구경한다. 운동을 하고 커피를 마시고 여기저기 이름도 생소한곳 들을 돌아다니고 오면 금방 해가진다. 해가지면 빨래를 하고,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이탈리아말을 공부하고, 빨래가 다되면 테라스에 빨래를 널어놓는다. 이것이 나의 아주 단조롭고 평화로운 피렌체 에서의 일상이다. 


E complicato, 복잡함. 내가 유튜브에서 배운 단어이다. 

슬리퍼를 질질 끌고 가서 와인을 마시다가 오늘 배운 단어들을 가지고 문장을 만들기 놀이 (이게 놀이처럼 아무생각없이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나의 수준에서는 거의 발끝에서 부터 잡지식과 들은것들을 총 동원 해야 한다.) 를 시작한다. 



나는 왜 이시점에서 인생이 혼란스러운 걸까, 


회사를 그만둔다고 했을때, 물론 많은 사람들이 부럽다든가 좋겠다든가 응원한다든가 하는 말들을 하였지만, 조금 더 현실적인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그래서 뭐해먹고 살껀데? 너 그렇게 놀다가 평생놀아. 

내가 사업 구상을 하기 위하여 이탈리아를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고 있었고, 내가 돌아와서 레스토랑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사람들에게는 본의아니게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미안하지만, 그냥 왔다. 

여기는 뭔가 재미있는것이 있을 것 같아서. 


더러는 나에게 팔자 좋다는 사람도 있었고, 그동안 부족한거 없이 살아서 세상무서운 줄 모른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말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이 얼마나 나는 행운아 인지. 

그렇게 말하는 이들보다 팔자가 좋고 부족한것이 없이 살아온 나의 인생과 부모님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생길지경이었다. 


그렇게 갑작스레 집을싸고 그냥 이곳으로 왔다. 이곳, 이탈리아. 

그리고 정말 빠르게 2주가 흘렀다. 

서울에 있었다면 지금쯤 절대 알지도 알수도 없는 2018년도 사업계획을 짠다고 정신놓고 야근을 하고 있거나, 말도 안되는 숫자를 맞추는 액셀작업에 한숨을 쉬면서 계절이 지나가는것도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볼로냐에서의 마지막날, 저녁을 먹은 이탈리의 식기 커버에 저런 문장이 써 있었다. "LA VITA E TROPPO BEREVE PER MANGIARE E BERE MALE" 


아주 모범적으로 대한민국의 정규 교육을 모두 마치고 대학을 들어가서 졸업하기 전에 취업을 해서 7년을 패션업계에서 일을 했다. 결국 패션엠디가 되어서 내가 느낀 것은 '나의 인생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 하나의 질문이었다. 해가 뜨고 지는것, 바람이 불어오는것, 나뭇잎이 변해가는 과정들 보다 나에게는 나의 강아지 스웨터가 잘 팔리는지, 체크셔츠 판매는 왜 떨어지는 지에 대한 고민이 더 우선시 되었다. 


떠나온 지 3주가 된 지금, 그럼 나는 그 답을 찾았는가? 아니.

그럼 사업 구상을 하고 있는가? 아니. (이건 정말 더 미궁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 하였는가? 아니. 

난 그저 정말 철저하게 하루하루를 즐기고 있다는 말 밖에는 아무말도 할 수가 없다. 


문득은 돌아가면 뭐하지? 라는 생각과 나는 지금 여기서 왜 놀고 있지? 이렇게 놀아도 되나? 라는 생각이 시간을 잡아먹는다. (물론 잠깐의 시간 한 10분정도) 하지만 그러고 고개를 돌리면 바로 옆에 예쁜 풍경이 있고 밝은 햇살이 있다. 그냥 그런 고민은 나중에 하자 라는 생각으로 넘어간다. 


줄을 타고 넘어간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로마에서 호쿠사이 전시를 봤다. 물론 “가와가나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를 좋아한다. 하지만 이날 나를 멈추게 한 것은, 그의 여러 만화 중에 하나인 이쪽 산에서 저쪽 산으로 넘어가는 그림 이었다. 

나 역시 저쪽에서 이쪽으로 으로 넘어오고 있다. 위태로운 밧줄과 망태기에 내 몸을 싣고 넘어가고 있다. 가끔 저쪽이 생각나기도 하고 두고온 것들이 기억 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지나왔다. 이미 끝나가고 있는 일일 뿐이다. 나에게는 이쪽 밖에 없다. 하지만 이쪽도 잘 보이지 않는다. 

단지, 

고개를 들면 보이는 하늘과 구름이 내가 현재 온전히 햇빛을 받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E complicato: complication, 복잡함

"왜?"

"그냥요...... 인생은 어려우니까요."

‘인생은 복잡해, 너가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복잡하다고,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왜 복잡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는건 너가 바보같다는 질문 밖에 되지 않아.’ 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것은 어쩌면 저쪽 세상의 사람들이 나에게 했을 말 이었다. 


인생은 복잡하다.

사람들이 얽혀 있고 시간들이 교차하는 지점이라서 복잡하다. 

이것은 이전에 가진 나와 상관없는 일들에 엮여 있던 복잡성 과는 다르다. 이것은 나와 인생의 관계이다. 


복잡함. 생각의 과정이며 결과 물에 대한 기다림의 과정을 한 단어로 설명한 것이다. 



하지만 하루가 좋으면 하루가 우울하고,

그리고 다시 내일은 하루가 좋고 

그게 인생이지뭐. 


아몰라. 

우피치로 음악이나 들으러 가야지.  

밤마다 우피치에서는 거리의 음악가들의 연주회가 열린다. 와인한잔 들고가서 들으면 정말 기분이 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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