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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라 와인 Sep 08. 2017

나의 친구에게

- 남아있을 너에게 남기는 나의 마음 

 당연히 알고 있어. 

당연히 너에게 가장 먼저 말하고 싶었어, 친구. 항상 그렇듯이 말이야. 

항상 너에게 모든 걸 가장 먼저 말하듯이, 이번에도 가장 먼저 너에게 알려주고 싶었어. 


 우리는 처음부터 함께였어.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이가 같았고, 발령받은 부서도 같은 부서였어. 하지만 넌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부분들을 가지고 있었고, 내 얘기를 이해해 주면서도 지적도 해줬어. 

 난 모두의 지적을 흘려보내지만, 너의 지적은 항상 간직했어, 너였기 때문이다. 

우리를 괴롭히던 차장이 쫓기듯이 회사를 나갈 때, 우리가 하나의 부서에서 각자 다른 역할을 하며 다른 부서로 발령받았을 때, 하나의 장이 끝나는 것 같았어. 이제 우리들은 우리들이 나눠가졌던 무게를 각자가 저야하는 상황이 되었던 거야. 

입사3주년 되었을때, 눈내리던 밤



 하지만 괜찮았어, 그래도 우리들은 항상 함께였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차 한잔 할 수 있었으니까. 

 "커피 마실래?"

 "좋아, 나 지금 내려갈게."

 "응, 1층으로 내려와, 나 지금 길 건넌다."

 "나 지금 엘리베이터 탔어."


 직급이 올라가고,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아져도 나는 괜찮았어, 어차피 나에게는 우리들이 있으니까. 하지만 결국은 오더라, 그 작은 우리들도 결국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나에게는 하나의 막이 끝나는 것 같았다. 

남은 우리들의  마음이 떠나는 우리들의 마음보다 더 많은 잔상으로 더 많은 그리움으로 채워지는 걸 알아. 

떠나는 나보다 남겨질 너의 마음이 더 아쉽고 더 오래 기억될 것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 

너에게

너에게는 

말할 수 없었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사업부장에게 말하는 순간보다, 

너에게 말하는 그 순간이 나에게는 더 마지막이었다. 


 네가 없었다면, 

나는 그 많은 좌절의 순간들과 괴리감의 연속들, 잡스러운 얘기들, 사사로운 사사로움에 대해 어디에 흘리고 다녔을지 상상도 안된다.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가는 너의 뒷모습이 남을까 봐, 

참 그렇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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