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아있을 너에게 남기는 나의 마음
당연히 알고 있어.
당연히 너에게 가장 먼저 말하고 싶었어, 친구. 항상 그렇듯이 말이야.
항상 너에게 모든 걸 가장 먼저 말하듯이, 이번에도 가장 먼저 너에게 알려주고 싶었어.
우리는 처음부터 함께였어.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이가 같았고, 발령받은 부서도 같은 부서였어. 하지만 넌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부분들을 가지고 있었고, 내 얘기를 이해해 주면서도 지적도 해줬어.
난 모두의 지적을 흘려보내지만, 너의 지적은 항상 간직했어, 너였기 때문이다.
우리를 괴롭히던 차장이 쫓기듯이 회사를 나갈 때, 우리가 하나의 부서에서 각자 다른 역할을 하며 다른 부서로 발령받았을 때, 하나의 장이 끝나는 것 같았어. 이제 우리들은 우리들이 나눠가졌던 무게를 각자가 저야하는 상황이 되었던 거야.
하지만 괜찮았어, 그래도 우리들은 항상 함께였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차 한잔 할 수 있었으니까.
"커피 마실래?"
"좋아, 나 지금 내려갈게."
"응, 1층으로 내려와, 나 지금 길 건넌다."
"나 지금 엘리베이터 탔어."
직급이 올라가고,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아져도 나는 괜찮았어, 어차피 나에게는 우리들이 있으니까. 하지만 결국은 오더라, 그 작은 우리들도 결국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나에게는 하나의 막이 끝나는 것 같았다.
남은 우리들의 마음이 떠나는 우리들의 마음보다 더 많은 잔상으로 더 많은 그리움으로 채워지는 걸 알아.
떠나는 나보다 남겨질 너의 마음이 더 아쉽고 더 오래 기억될 것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
너에게
너에게는
말할 수 없었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사업부장에게 말하는 순간보다,
너에게 말하는 그 순간이 나에게는 더 마지막이었다.
네가 없었다면,
나는 그 많은 좌절의 순간들과 괴리감의 연속들, 잡스러운 얘기들, 사사로운 사사로움에 대해 어디에 흘리고 다녔을지 상상도 안된다.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가는 너의 뒷모습이 남을까 봐,
참 그렇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