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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창포와 도자기-희망

알로록 달로록 유리

by 방구석예술가
김윤하. 꽃창포와 도자기-희망.스테인드글라스.37x53cm.2024년



“작업을 왜 계속하는 거야?”


어찌 보면 잔인하고, 피하고 싶은 질문.

잘라진 유리를 만져 피가 나는 통증처럼 날카로운 질문.

애써 외면하다가 마주치는 섬뜩한 질문.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게 물어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 질문은 작업을 내팽개치고 집에서 뒹굴 거리는 순간이 아니라,

의외의 순간에 온다.



한 달여 동안 작업한 작품이 완성되고 그 앞에 나 혼자 “와” 하고 탄성을 내지르고,

잠시 앉아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 순간.


내 작업의 목적은 무엇에 있는 것인가.

소심하게 생각해보려 할 때.


내 안의 날카로운 내가 묻는다.


“작업을 왜 계속하는 거야?”

“잡혀 있는 전시회도 없고, 팔리지도 않는 너의 작품들.”

“힘은 힘대로 들고, 시간은 시간대로 가고.”


맞다.


누구를 보여주려 만들었나.

무엇에 쓰려 만들었나.

나는 취미생활을 하는 것인가, 창작활동을 하는 것인가.

다음 달 작업실 월세는 어떻게 낼 것인가.



모르는 게 아니라 누구보다 잘 알지만 애써 외면하는 수 십 가지 질문들이다.



내가 뛰어나다는 자만심.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는다는 자괴감.


두 감정은 줄다리기하듯 매 순간 함께하고,

질문들은 몇 번씩이고 빼꼼 고개를 내밀어 나의 고개를 돌려세운다.


숱한 생각 속 내가 내린 결론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적어도 이유를 찾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다 만드는 것.


날카로운 나 자신에게 ‘그냥’이라고 더 차갑게 대답하는 것.


언젠가 끝내야 할 현실적인 순간이 다가와도 눈물은 반의 반만 흘릴 수 있게

[만들고 싶은 거 다 만들고 끝내자]가 내 답이었다.




자려고 누우면 만들어야 하는 작품의 이미지들이 줄을 지어 기다린다.

꿈속에서도 나는 색색의 유리조각들을 안고 눈을 감고 잠이 든다.


아무도 나에게 주지 않는 기회지만, 나 자신은 나에게 기회를 조금만 더 주자.


.

.

.


라는 마음으로 희망을 가지고 만들었던 꽃창포와 도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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