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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곤쌤 Sep 23. 2022

가성비 좋은 소통법

질문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투자 대비 결과가 좋을수록 가성비가 좋다고 합니다. 소통에서 투자와 결과는 무엇일까요? 투자는 시간과 에너지, 즉 짧은 시간과 간결한 문장일수록 적은 투자가 될 것이고 결과는 상대방과의 연결, 친밀감 상승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빠른 시간에 상대와 연결되기 위해서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A: 여자가 남자를 처음 볼 때 어떤 것을 먼저 보는 줄 알아?

B: 키?

A: 맞아. 키를 많이 본대. 근데 두 번째는 뭔지 알아?

B: 얼굴?

A: 목소리래.

B: 아~ 그런 것 같아.

A: 그렇지? 지나가다가 목소리 좋은 사람이 있으면 보게 된다니까?



짧은 대화에서 두 사람이 연결되어 가고 있습니다. 혼자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듣는 사람과 집중력을 높이며 대화가 오고 가며 티키타카*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소통은 공놀이와 같습니다. 패스를 주고받으며 골을 넣기 위해 팀워크를 맞춰가는 것이죠. 그러기 위한 방법으로 질문을 활용합니다. 질문은 일상 대화뿐만 아니라 대중 스피치, 교육, 미팅에서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뜻하는 말)



[목적에 따른 3가지 질문 활용법]


1. 집중력을 높이는 마취총

"질문은 마취총과 같습니다. 왜 마취총일까요?"라는 질문을 들으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되나요? '어떤 의미지? 왜 저렇게 비유했을까?'와 같이 생각하게 됩니다. 마취당한 것처럼 질문에 대한 답변만 생각하게 되죠. 상대방을 집중시키기 위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법이 질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어려운 질문이 아닌 쉬운 질문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강연자가 강연을 시작하면서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여러분, 행복하세요?”

이 질문을 들으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사람에 따라 ‘내가 행복한가? 행복이 뭐지? 이 질문을 왜 하는 거지?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라며 나의 행복보다 다른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오히려 집중시키기 어렵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죠.  



이럴 땐 쉬운 질문을 통해서 호기심을 자극시킬 수 있습니다. 

“최근 일주일 사이에 눕자마자 바로 잠든 날이 며칠인지 세어볼까요?”

“오늘 가장 행복하다고 느낀 순간이 언제일까요?”

라는 질문을 들으면 상대적으로 짧게 생각하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답변의 속도가 빠른 질문들이 이야기에 집중시키기엔 더 효과가 있죠. 그러기 위해선 질문을 구체적으로 해보는 겁니다. "건강하세요?"보다 "지금 내 몸에서 가장 튼튼한 곳은 어디인가요?"라고 묻는 것이죠.



늘 쉬운 질문만 던져야 하는 걸까요? 쉬운 질문은 MSG와 같습니다. 빠른 시간에 몰입하게 만들지만 계속 먹으면 건강하지 않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행복하세요?”라는 질문으로 행복의 정의와 척도를 스스로 고민해보는 과정을 통해 생각의 성장이 이뤄집니다. 살면서 겪는 많은 질문은 불투명하고 눈에 보이지 않기에 그 질문을 마주하고 흐릿함을 선명함으로 바꾼다면 그것이 쌓여 자신의 철학이 될 겁니다.

 


화자는 청중이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질문을 제공해줘야 합니다. 30년 넘게 말씀을 전하던 한 설교자가 처음에는 어려운 질문을 던집니다.

“여러분은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나요?”

“…”

그리고 분위기를 봐서 질문을 바꿉니다.

”한번 유치원식으로 대답해봅시다. 오늘 점심 메뉴를 스스로 골랐나요?”

“네~”



캐치볼을 떠올려보시면 투수는 받는 사람에 맞춰서 속도와 구질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받는 사람이 어린아이라면 큰 포물선을 그리며 천천히 던질 것이고 선수라면 어려우면서도 마구(魔球)를 구사해보겠죠.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는 상대의 수준은 어떤가요?



2. 연결을 위한 관심의 표현

소개팅 자리에서 우리는 친해지기 위해 질문을 합니다.

"어떻게 오셨어요?"

"배 안 고프세요?"

"식사는 입에 맞으세요?"

만나서 자기 이야기만 하는 건 상대에게 관심이 없다는 말과 같습니다. 관심의 표현은 질문으로 발현되죠. 이 사실을 우리는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질문으로 대화를 있어가느냐가 중요하죠. 대화의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질문법은 무엇일까요?



"어제 뭐하셨나요?"

"영화 봤어요."

간단한 대화가 있습니다. 뒤에 어떤 질문으로 이어가면 좋을까요? 육하원칙으로 만들어보는 겁니다.

"언제 보셨어요?"는 물어볼 필요가 없으니 탈락.

"어디서 보셨어요?"는 상황에 따라 선택 가능.

"누구랑 보셨어요?"는 초면에 적절하지 않은 선택지.

"무엇을 보셨어요?"가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

"어떻게 보셨어요?"는 "넷플릭스로 보셨나요?"로 대체 가능.

"왜 보셨어요?"는 가벼운 대화에 '왜'라는 질문은 적절하지 않음.

기본적인 정보를 확인하는 육하원칙을 붙여보고 적절한 쉬운 질문을 선택합니다.



"뭐 보셨어요?"

"넷플릭스로 킹스 스피치 봤어요"

그다음은 어떤 질문들이 나올까요? '넷플릭스'와 '킹스 스피치'로 뻗어나갈 수 있는 질문들을 봅시다.

"넷플릭스 결제하셨어요?"

"넷플릭스 자주 보세요?"

"넷플릭스는 보통 언제 보세요?"

"넷플릭스 혼자 결제하셨어요?"

"넷플릭스 보시면 이번에 나온 영화도 보셨어요?"

"킹스 스피치 어떠셨어요?"

"킹스 스피치 왜 보셨어요?"

"킹스 스피치 내용이 뭔가요?"

"킹스 스피치 언제 나온 영화예요?"

"킹스 스피치 주인공이 누구예요?"

...

꼬리를 물 수 있는 키워드를 뽑고 육하원칙을 붙여가면 수많은 질문이 나옵니다. 그중 부담가지 않을 질문을 계속 선택해가는 것이죠. 취조하듯 질문만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자신의 이야기도 함께 섞으면서.



3. 깨달음을 위한 변화 언어

영화 <알라딘>을 보셨나요? 쟈스민은 남부러울 것 없는 공주였습니다. 아버지가 술탄이고 시녀가 있으며 키우는 애완동물은 호랑이였으니까요.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 있었음에도 그녀에게 없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자유였죠.



그 상황에서 알라딘은 “넌 자유가 없어, 구속되어있어. 그러니 나랑 같이 양탄자를 타고 자유를 누려보자!”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쟈스민의 입장이라면 '네가 뭘 안다고 나(혹은 내 상황)를 판단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약점이나 결핍을 상대방이 판단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설령, 그게 진짜일지라도 상대방에 의해 마주하고 싶지 않죠.



그런 쟈스민에게 알라딘은 이렇게 질문합니다.

“네가 마음 가는 대로 결정해본 마지막이 언제야?”

질문을 들은 그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결국 알라딘의 손을 잡고 날으는 양탄자에 스스로 올라타게 됩니다.



어린 시절, 저녁 먹고 숙제를 해야 했지만 소파에 누워 TV를 보고 있던 저에게 어머니는 “빨리 들어가서 공부해”라고 말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진곤아, 지금 뭐하는 시간이야?”라는 질문을 던지곤 안방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어린 진곤이는 그 물음에 답을 찾아 스스로 행동하게 되는 것이죠.



성경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광장에 죄를 지은 여인이 처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돌로 쳐서 죽이려는 상황에 예수를 미워하던 사람들이 예수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물었습니다. “법에 의하면 이런 여자를 돌로 치라고 했는데 어떻게 할까요?”라고 말이죠. 만약 돌로 치라고 한다면 사랑이 없는 것이고 치지 말라고 하면 법을 어기게 됩니다.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예수는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요 8:7)”고 합니다. 거기 있던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죠. '너희는 죄가 없니? 죄 없이 떳떳하게 살고 있니?'라고요.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양심에 가책을 느껴 하나씩 돌아갔다'라고 나옵니다.



사람들에게 쥐어진 돌을 내려놓게 하는 것이 질문의 힘입니다. 수많은 말들로 하루를 채워가면서 사람을 살리는 질문을 얼마나 던지고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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