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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곤쌤 Sep 23. 2022

황금도 모두가 가지고 있으면 돌멩이가 된다.



광물이 보석이 되기 위해선 아름답기만 해선 안됩니다. 누구나 가질 수 없는 '희귀성'도 보석의 요소 중 하나죠.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관용구 사용은 "말을 잘한다"는 말을 듣긴 어렵습니다.



관용구라 함은 앞서 말한 '밥상의 숟가락'처럼 신선한 말이었지만 모두가 쓰면서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말들입니다. 문학용어로 이를 ‘클리셰’라고 합니다. 진부한 표현이나 상투적인 스토리를 뜻하죠.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명랑함을 잃지 않는 여주인공, 대기업 손자로 태어나 제 멋대로 살던 남주인공. 운전 중이던 여자 차의 뒤를 남자 차가 박습니다. 남자가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던 순간, 여자의 한마디, “돈이면 다 되는 줄 아세요? 사과하세요!” 당황한 남자의 머릿속엔 한 문장이 떠오르죠. ‘이 여자 뭐지? 나에게 이렇게 대한 사람은 처음이야’라며 여자에게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신선했을 스토리였지만 이제는 너무 진부해져 버린 이야기 중 하나죠. 희귀함이 없어질수록 가치를 줄어들게 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관용구가 이에 해당합니다. 귀가 얇다. 발이 넓다.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다. 무릎을 탁 쳤다. 심장이 쫄깃하다. 눈이 풀리다. 닭살 돋다. 한술 더 뜨다. 어이가 없네.라는 말이 처음 나왔을 때는 신선하게 다가왔을 겁니다. 



누군가가 이렇게 시작했겠죠. 시장에서 국밥을 먹던 손님이 밥값을 계산하지 않고 도망가는 상황을 본 말 잘하는 국밥집주인이 친구에게 "황당하다"라고 표현하지 않고 "어이가 없네"라고 했을 겁니다. "야 맷돌 손잡이를 뭐라고 하는 줄 알아?"라면서 말이죠. 이 표현에 재미를 느낀 친구는 '표현이 찰떡이네’라며 표현 유통자가 되어 사람들의 입을 타고 전해지게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모두가 쓰게 되면서 더 이상 신선함이 사라지고 이제는 '클리셰'가 되어버린 말들입니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유통기한이 남아있는 관용구를 쓰거나 새로운 관용구를 만드는 창작자가 되는 겁니다. 관용구의 특징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 상황에 일어난 일이나 느낌을 눈에 보이게 말하는 겁니다. 앞서 언급한 관용구들을 보면 전부 눈에 보이는 표현입니다. 추위를 느낀 그대로 "춥다"라고 전달하는 것은 정확하나 기억에 남진 않습니다. 한 번의 뒤틀림과 시각적인 표현으로 새로운 문장에 도전해보세요. "혓바닥이 얼 것 같아", "귓불에 고드름 생길 것 같다"와 같이.



적절한 타이밍의 클리셰는 클래식이 되기도 하지만 클래스가 다른 말을 하기 위해 언어 크리에이터가 되어 새로운 표현을 창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주변 사람들로부터 "너 말 진짜 재밌게 한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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